출가자, 10년 새 절반… 목탁칠 젊은 스님이 없다

대학 4년 전액 장학금 지급, 학업 병행 청소년 출가 제도, 행자(行者·스님 훈련을 받는 사람) 전문 상담제 도입. 스님이 되고 싶은 사람이 찾아오기만 기다리던 건 옛날 얘기다.

26일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에서는 ‘청소년 출가 및 단기출가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법안 내용이 파격적이다. 우선 출가의 뜻이 명확한 학생이 종립대학인 중앙승가대와 동국대 불교대학에 진학하면 대학 4년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

군법사(장교로 3년 복무) 선발 시 우선권도 준다. 청소년을 예비 사제로 양성하는 천주교 ‘소(小)신학교’와 비슷한 제도도 생겼다. 청소년이 스님과 은사관계를 맺고 계를 받은 뒤 사찰에서 생활하면 이를 행자(行者) 훈련 기간으로 인정해주는 ‘청소년 출가’ 규정이다.

조계종 교육원 관계자는 “과거엔 스님이 되려면 절에 가서 머리부터 깎아야 했지만, 이제는 학교를 다니며 출가자로서 역량을 쌓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출가자 수 10년 새 반토막

조계종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출가자 숫자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2000년 528명이던 사미·사미니 수계교육 수료자는 작년엔 212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절에 젊은 스님이 없어 예불 때 목탁 칠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작은 사찰에선 겨울 김장 등 울력도 재가자들 몫이 된 지 오래다. 20여년간 25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서울 성북구 비구니 기본교육기관 ‘삼선승가대학’은 지원자가 없어서 이달 초 최종 폐교 결정됐다.

매년 종단 사미·사미니 수계교육이 임박하면, 승가대학 ‘선택’을 앞둔 신입생들을 붙잡기 위해 각 승가대학이 불교계 신문에 홍보 광고를 싣는 것도 낯설지 않게 됐다. 교육원은 내년부터 교수진과 학생 숫자 등이 종단 기준에 못 미치는 일부 승가대학에 대한 ‘구조조정’도 진행할 예정이다.

◇‘출가 예비군’을 잡아라

‘출가 예비군’을 육성하고 출가 경로를 다양화하려는 노력은 이미 진행 중이다. 조계종 교육원이 2010년 9월부터 운영 중인 사이트 ‘출가’(monk.buddhism.or.kr)는 최근 상담 1000건을 돌파했다.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마다 스님이 직접 친절한 답변을 달아준다. 스님이 되는 훈련 기간에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제도도 생겼다.

2011년부터 실시 중인 ‘전문 상담’ 제도다. 과거엔 각 사찰에서 6개월 행자 교육을 받는 동안 3분의 1이 중도 포기했다. 사찰의 고된 노동, 엄격한 상하 관계, 집단 생활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 행자들에겐 산 좋고 물 좋은 충남 공주 전통불교문화원에서 3박 4일간 일종의 ‘힐링 캠프’에 참여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부드러운 강의를 들으며 자신의 미래를 그려 보고, 개별 전문 상담을 통해 고민을 털어놓고 해결받는다. 교육원 측은 “제도 도입 뒤 중도 포기자가 4분의 1가량 줄었다”고 했다.

◇승가교육, 특화·전문화 박차

교육원 관계자는 “단순히 출가자 숫자를 늘리는 데 집착하기 보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전문화·특화하는데 더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원어민강사를 초빙해 영어교육을 진행하는 쌍계사승가대학이나, 지역 대학 아동복지과와 연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도록 교육하는 청암사 승가대학은 기본교육기관의 변신 노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스님을 전문가로 양성하는 기관도 늘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비구니 영어전문교육기관 ‘국제불교학교’는 올해 2월 첫 졸업생 9명을 배출했다. 24시간 영어를 사용하며 영어로만 수업하는 학교로, 졸업생들은 미국과 아르헨티나 현지 포교 등에 전문성을 살려 활동한다.

동국대 불교학술원의 한국불교융합학과는 다양한 언어 능력과 인문학적 배경을 갖추고 불교 고문헌을 전문 번역하는 스님을 전액 장학금을 주며 키우고 있다.

부처님 당시의 언어인 팔리어 경전을 공부하는 선운사 ‘초기불학승가대학원’은 승가대학에서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해 일정한 성공을 거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