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출렁이자… 2등株 절반 세대교체

유가증권시장 주요 업종의 2등주(시가총액 기준)가 1년 새 절반이나 교체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시가총액에서 2등을 차지하던 기업이 뒤로 밀려난 경우도 있고, 1등주와 2등주가 자리를 맞바꾼 경우도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일본 엔화 약세 여파와 외국인의 순매도에 한국 증시 대형주 주가가 출렁인 탓이다.

◇업종 절반에서 2등주 교체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8개 업종 가운데 9개 업종의 2등주가 작년 9월 이후 교체됐다.

이 가운데 6개 업종에선 작년 9월 10일까지 2등주였던 기업이 순위에서 밀려나고, 대신 새로운 기업이 2등주에 이름을 올렸다. 2등주가 교체된 6개 업종은 건설, 기계, 비금속광물, 철강금속, 화학, 운수장비 등 이른바 '중후장대(重厚長大·무겁고, 두텁고, 길고, 크다는 의미로 육중한 장비와 넓은 대지가 필요한 산업을 의미)' 업종이다.

서비스 관련 업종에선 1등주와 2등주가 자리를 맞바꾼 경우가 많다. 서비스업, 유통업, 의약품 등 3개 업종에서 1등주와 2등주가 자리를 바꿨다. 이들 업종에선 기업의 성장성이 순위를 바꾼 계기가 됐다.

◇잘 버틴 기업이 살았다

2등주 세대교체에는 실적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얼마나 선방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운수장비 업종에선 2등주가 기아차에서 현대모비스로 교체됐다. 기아차는 엔화 약세로 일본 자동차 업체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자 실적이 악화했다. 기아차 1분기 영업이익은 7042억원으로 작년보다 35.1% 감소했고, 작년 9월 10일 이후 주가는 16.2% 하락했다. 현대모비스도 1분기 영업이익이 6345억원으로 작년보다 11.7% 감소했지만, 기아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현대모비스 주가는 같은 기간 9.2% 하락했다.

건설업에서는 2등주가 대우건설에서 대림산업으로 교체됐다.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어닝 쇼크(실적이 예상보다 나쁜 것)로 건설주가 모두 부진했지만, 대림산업은 1분기 영업이익이 1239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30.9% 증가했다. 대림산업은 다른 건설사보다 해외공사 저가 수주 물량이 적어서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었다.

기계업종에서 2등주 자리를 내준 두산인프라코어는 실적 부진이 악재로 작용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경기가 예상만큼 살아나지 않으면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9월 10일 이후 주가가 44.2% 하락했다. 반면 기계업종 2등주로 새로 올라선 한라비스테온공조는 같은 기간 주가가 42.1% 올랐다.

 

◇성장성도 키워드

의약품에선 작년 9월까지 2등주였던 유한양행이 녹십자를 제치고 1등주로 올라섰다. 유한양행은 올해 들어 비리어드(B형간염치료제), 트윈스타(고혈압복합제), 트라젠타(당뇨병치료제) 등 여러 오리지널 의약품을 도입했고, 그 덕분에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반면 녹십자는 올해 들어 이렇다 할 신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서비스업에서는 NHN이 SK이노베이션을 제치고 1등주에 올랐다. NHN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의 성장에 힘입어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은 실적 부진 우려에 주가도 좋지 않다. 유통업에선 롯데쇼핑이 다양한 판매 채널을 앞세워 삼성물산을 제치고 1등주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