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社 "현금 확보하자"… 잇단 자산매각

사옥, 토지, 공장 등 자산을 매각하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증시가 부진하고 회사채 발행도 힘들어지는 등 자금 조달 시장이 얼어붙자 자산을 처분해 현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자산 매각 소식은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으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부쩍 늘어난 자산 처분 상장사

올 상반기 자산을 처분하겠다고 공시한 상장사는 총 22곳(유가증권시장 11곳, 코스닥시장 11곳)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5곳)과 비교해 약 47% 증가한 수치다. 매각 금액으로 살펴보면 올 상반기(4507억원)보다 작년 상반기(4958억원)가 많았지만, 작년에는 두 기업(하이트진로, 대성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올 상반기 자산 매각이 더 활발했던 셈이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상장사들이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상장사들보다 자산 처분 사례가 많았다.

◇자산 매각 이유는 재무구조 개선

자산 매각을 결정한 상장사들은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꼽는다. 도화엔지니어링은 현금을 확보하고 재무를 안정시키기 위해 서울 역삼동 토지 및 건물을 삼오에이엠씨에 525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디올메디바이오는 자산 총액(374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186억원 규모 서울 방배동 소재 토지와 건물을 코마스에 팔기로 했다. 속옷업체 남영비비안과 철강재업체 일경산업개발, 카지노업체 제이비어뮤즈먼트 등도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자산을 처분한 사례다.

계열사나 자회사로 자산을 넘긴 사례도 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SK커뮤니케이션즈는 건설 중인 사옥을 모회사인 SK플래닛에 약 695억원에 매각했다. SK컴즈는 부진한 실적과 함께 자회사 매각 등 구조조정을 하기도 했다. 누리텔레콤 역시 서울 방배동 빌딩 토지와 건물을 계열사인 넥스지에 매각하기로 했고, 완구업체 손오공은 종속회사인 손오공아이비에 경기 부천 토지와 건물을 164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자산 처분을 진행 중인 기업도 있다. 롯데쇼핑은 세일 앤드 리스백(매각 후 임대) 방식으로 보유 중인 일부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동양건설은 서울 성수동 부지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상장사의 자산 매각이 늘어나는 것을 향후 경기 불황에 대비한 움직임으로 분석한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자산을 팔아 실탄(현금)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다 보니 투자보다는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전했다.

◇주가 영향 일시적

이 기업들이 자산 매각을 하겠다고 발표하면 주가가 일시적으로 올랐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경산업개발은 자산 매각을 발표한 다음 날 상한가로 치솟았지만, 다음 날 9% 내외 하락하며 등락을 거듭했다. 남영비비안은 장중 급등세를 보였지만 결국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도화엔지니어링이나 디올메디바이오는 3일 연속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자산 매각을 일부 기업이 일시적인 재무 개선을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자산 매각이 발표되고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도 있어 기업 공시를 꾸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 로엔케이는 지난 2011년 보유 중인 토지와 건물을 매각한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매각이 진행 중이다. 현대피앤씨 역시 지난 5월까지 보유 토지와 건물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잠정 연기된 상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자산을 팔아 들어오는 현금이 실질적으로 기업 가치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한 후 투자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