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화장품 체코 진출… 유럽시장 공략에 시동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가 지난달 25일 국내 최초로 체코 브르노(Brno)에 화장품 매장을 오픈했다고 1일 밝혔다. 수도 프라하에서 남동쪽으로 약 180㎞ 떨어진 브르노는 체코 제2의 도시로, 체코 산업·문화의 중심지다.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체코에 진출한 국내 기업 숫자는 미미한 수준. 미샤가 체코로 진출한 까닭은 그곳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체코는 2000년대 접어들어 동유럽 지역에서 정치·경제 부문을 이끄는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의 이광섭 해외추진팀장은 "체코는 경제 발전과 함께 건강과 외모에 대한 수요가 커서 뷰티 산업이 크게 발전할 국가로 꼽힌다"며 "체코 진출을 토대로 유럽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한류 주역, 한국 화장품

지난 몇년간 국내 화장품 업체는 활발하게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며 화장품 한류(韓流)를 선도하고 있다. 작년 국내 화장품 수출액(10억6700만달러)은 처음으로 수입액(9억7800만달러)을 추월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브랜드는 홍콩에 23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고, 매장당 월평균 매출액도 1억원이 넘는다.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 시에나 밀러가 아모레퍼시픽의 마니아임을 자처해 아모레 광고 모델로 기용됐을 만큼 세계시장에서 인지도가 높다.

LG생활건강도 올해 1분기 해외 매출액이 작년 1분기보다 46% 증가한 1663억원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작년엔 일본 화장품 회사 '긴자(銀座) 스테파니'도 인수했다.

'미샤'는 2004년 호주에 처음 진출해 현재 22개국에 11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신라대 산학부속협력기관인 신라비앤에이치가 출시한 천연 화장품이 중국에 진출해 인기를 끄는 등 중소 화장품 업체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철저한 현지화, 뛰어난 품질이 성공 요소

국내 화장품이 세계시장에서 눈길을 끌게 된 배경엔 한류(韓流)가 큰 역할을 했다. 아모레는 2008년 중국을 공략할 때 한류 열풍 주역이었던 탤런트 송혜교를 전면에 내세워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해외시장에서의 성공 요인이 단순히 한류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업체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해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LG생활건강의 '오휘'는 뜨거운 자외선 때문에 피부 노화를 고민하는 베트남 여성을 겨냥해 화장 위에 덧바르기만 하면 되는 자외선 차단 제품을 선보였다. 같은 회사 브랜드 '비욘드'는 추운 몽골 지방 소비자에겐 보습제품, 아열대 기후인 미얀마 소비자에겐 수분·미백 전용 제품 판매에 주력하며 각국 소비자들의 기호와 눈높이에 맞췄다. 아모레 '라네즈'는 덥고 습한 기후 때문에 피부가 건조한 홍콩 소비자들을 겨냥해 얼굴에 바르고 잠자리에 들면 피부에 보습 효과가 있는 수분팩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깐깐하기로 이름난 한국 소비자들을 상대하면서 길러온 품질 경쟁력은 세계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닥터자르트'는 작년 국내 화장품 브랜드 최초로 영국 멀티 드러그스토어 '부츠(Boots)'에 입점했다. 부츠는 세계 25개국에 3000개 드러그스토어와 1만7000개의 제약 도매 체인점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이진욱 닥터자르트 대표는 "피부과 전문의들의 조언을 받고 함께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다"며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BB크림(자외선차단과 피부 보정 효과를 합친 제품)은 쓰기 간편해서 유럽 소비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제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