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톡…… 光…… 손끝에서 살아난다

“세차(洗車) 동호회라고 하면 처음에는 다들 웃죠. 우리 부모님은 처음에는 탐탁잖아 하다가, 승용차를 한번 광 내드렸더니 싹 바뀌셨어요.”

네이버 카페 ‘퍼펙트샤인(Perfect Shine)’은 자동차 닦고 광내기를 즐기는 이들의 모임이다. 동호회 회원들은 닦고 광만 내는 게 아니라, 차를 구석구석 세심하게 관리한다고 해서 ‘디테일링(detailing)’이라고 부른다.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었는데, 3일 현재 카페에 가입한 회원 수가 6만 명을 훌쩍 넘는다.

퍼펙트샤인 서대문·은평 모임은 매주 목요일 저녁 8시 은평구 뉴타운 근처에 있는 ‘그린셀프세차장’에 모여 ‘세벙’을 한다. 세벙은 ‘세차 번개’의 줄임말. “세차와 왁싱 노하우를 배울 수 있어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이 즐겁기도 하고요. 공동 구매하거나 나눠 쓸 수 있어서 좋죠.”

지난달 말 목요일에 열린 세벙엔 20여명의 회원이 참여했다. 여성도 3명 있었다. 이 세벙에 참석, 자동차를 닦고 광내는 순서와 요령을 지켜봤다.

Step 1: 자동차 식히기

세차장에 도착한 퍼펙트샤인 회원들은 차를 세차하기에 앞서 보닛을 열었다. 회원 이건욱씨는 “차가 충분히 식기 전 세차하면 물과 세제가 마를 뿐 아니라, 달궈진 브레이크 디스크에 찬물이 닿으면 뒤틀릴 위험이 있다”면서 “20분 정도 놔두어 차 온도가 떨어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Step 2: 차바퀴 청소

차가 충분히 식자, 회원들은 차바퀴에 ‘휠클리너(wheel cleaner)’라고 흔히 부르는 철분제거제를 뿌렸다. 바퀴 안쪽에 있는 브레이크 디스크에서 제동을 할 때마다 쇳가루가 발생하는데, 이 쇳가루가 휠캡(wheel cap)이나 차체의 도장(塗裝)을 파고들어 산화시킬 수 있다. 철분제거제를 뿌리자 쇳가루가 반응하면서 진한 보라색 물이 핏물처럼 줄줄 흘러내린다. ‘휠브러시(wheel brush)’라고 부르는 붓을 이용해 바퀴 안팎 구석구석에 달라붙은 철가루를 꼼꼼히 제거한다.

Step 3: 고압수 이용 1차 물세차

차를 물로 1차 세척할 차례. 이건욱씨는 세차장에 있는 호스에서 뿜어 나오는 고압수를 차에 뿌렸다.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듯 물을 뿌리세요. 좌우로 흔들듯 뿌리는 건 별로 효과가 없어요."

Step 4: 거품 세차

회원들은 “세차의 필수품은 버킷(bucket)과 그릿가드(Grit Guard)”라고 입을 모았다. 버킷은 원통형 물통이고, 그릿가드는 동그란 고기 불판처럼 생겼는데, 버킷 안쪽에 끼워 넣는다. 버킷에 세차 전용 ‘카샴푸(car shampoo)’를 넣고 물을 부어 흔들어 거품을 낸다. 여기에 ‘워시미트(wash mitt)’라고 부르는 세차용 장갑을 적셔 차 전체를 닦는다. “닦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능한 한 부드럽게 미트 자체의 무게만을 이용해 문질러주세요. 차체 표면에 모래나 흙 등이 남아있을 수 있는데, 세게 문지르면 차체를 긁어버릴 수 있거든요.” 회원들은 세차장에 비치된 거품솔을 이용하지 않는다. 거품솔에 오염 물질이 묻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세제가 다 떨어지면 미트를 버킷에 담근다. 이때 버킷 아래 그릿가드에 미트를 긁어 오물질을 떨어낸다. “그릿가드는 물의 회전을 막아 오염 물질이 떠다니지 않게 해줘요.” 퍼펙트샤인 회원들은 대부분 미트 대신 ‘폼건(foam gun)’을 사용한다. 펌프나 전기를 이용해 거품을 만들고 뿜어주는 도구이다. 차체 표면에 고루 뿌린 거품이 서서히 흘러내린다. “거품에 들러붙은 오염 물질이 함께 떨어져요. 목욕할 때 때를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 과정이죠. 5~10분 정도 두세요.”

Step 5: 2차 물세차

다시 고압수를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듯 뿌린다.

Step 6: 말리기

‘드라잉타월(drying towel)’이라 부르는 큼직한 전용 타월을 사용한다. 극세사로 만들어 물기를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타월로 차체를 문지르면 남아 있을 수 있는 오염 물질이 차체에 흠집을 낼 수 있다. 타월을 펼쳐 차체에 얹고, 양쪽 끝을 잡아서 아래쪽으로 잡아당기듯 물기를 제거한다. ‘유리용 타월’과 ‘막타월’도 갖고 있으면 편리하다. 유리용 타월은 창문을 닦을 때 사용한다. 올이 짧아서 창문에 털이 덜 달라붙는다. 막타월은 말 그대로 아무 곳이나 막 닦을 때 사용한다.

Step 7: 왁스 입히기

보통 세차할 때는 물기를 말리는 데서 끝내면 된다. 하지만 차를 더 깔끔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싶다면 왁싱(waxing)도 권할 만하다. ‘왁싱의 달인’으로 불리는 문순배씨는 “왁스를 먹여놓으면 오염 물질이 덜 달라붙을 뿐 아니라, 주행 중 돌 따위가 튀어도 튕겨내 차가 덜 상한다.”고 알려줬다. 왁스 스펀지를 이용해 왁스를 입힌다. 문씨는 손가락에 왁스를 발라서 차체에 두드리듯 바른다. “힘들긴 하지만, 체온에 왁스가 녹았다가 차체에 더 찰싹 달라붙어요.” 대단한 열정이다. 여분의 왁스를 ‘버핑타월(buffing towel)’이라고 하는 전용 타월로 닦아내가며 광을 낸다. “왁스를 입힌 다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쯤 물로 세차만 해도 차 상태가 이상적으로 유지되지요. 날씨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3주마다 왁싱을 해주면 돼요.”

퍼펙트샤인 멤버들이 알려준

'세차&왁싱 노하우'

▨세차하기 전 차를 충분히 식힌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듯 뿌린다

▨거품 칠은 힘주어 세게 하지 않는다

▨타월을 펼쳐 아래로 당겨 물기를 제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