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많은 '멀티매니저펀드' 요동치는 證市에 선전

여러 명의 펀드매니저가 함께 운용하는 '멀티매니저펀드'가 선전하고 있다.

보통 펀드당 한 명의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것과 달리 멀티매니저펀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함께 펀드를 운용한다. '분업의 효율화'를 극대화하는 것이 이 펀드의 목표다. '사공이 많은 배'라도 분업이 잘 되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일부 멀티매니저펀드 수익률 60% 넘어

국내에 출시된 멀티매니저펀드는 KTB자산운용의 'KTB스타셀렉션', KB자산운용의 'KB멀티매니저브릭스', 하이자산운용의 '하이행복만들기', 동부자산운용의 '동부파워초이스' 등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TB자산운용의 'KTB스타셀렉션증권자투자신탁[주식]종류CF'의 1년 수익률은 9.2%로 국내 주식형펀드(-0.1%)보다 높다. 이 펀드의 3년 수익률은 23.8%로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6.1%)의 4배에 달한다. KTB스타셀렉션펀드는 지난 2009년 7월 설정된 이후 수익률이 60%가 넘는다.

'KB멀티매니저브릭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A'의 1년 수익률도 5.7%로 국내 주식형펀드보다 높다. '하이행복만들기증권투자신탁 1[주식] C'는 1년 수익률이 1.7%에 그치고 있지만 3년 수익률은 7.5%로 나쁘지 않다. 다만 '동부파워초이스증권투자신탁 1[주식]ClassA'는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5.2%)로 아직까지 부진하다.

◇분업의 효율성 극대화

멀티매니저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펀드 운용에 함께 참여한다는 점이다. 보통 펀드매니저 한 명이 5~6개의 펀드를 운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관리 소홀 등의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KTB스타셀렉션펀드의 경우 대표적인 가치투자 매니저인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본부장과 최웅필 KB자산운용 이사, 이승준 KTB자산운용 본부장이 운용에 참여하고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가 자문을 맡고 있다.

제로인투자자문이 펀드에 들어온 돈을 배분 전략을 세워 운용한다. 예컨대 가치주가 뜰 때면 허남권 본부장이나 최웅필 이사의 배분 비중을 늘리고, 성장주가 뜰 때면 이승준 본부장이나 박건영 대표의 자문을 늘리는 식이다.

KB멀티매니저브릭스펀드는 세계적인 자산운용그룹인 BNY멜론에서 브라질을 담당하고 중국과 인도는 JF에셋매니지먼트가 운용한다. 러시아만 KB자산운용이 러시아 인덱스의 구성종목에 주로 투자한다.

하이행복만들기펀드는 업종매니저들이 담당 업종에 대한 애널리스트 역할을 겸해 리서치 결과를 조언하면 3명의 펀드매니저가 각각 배분된 자산을 운용한다. 6개월마다 매니저별 성과에 따라 자산 배분을 조정함으로써 능력 있는 매니저의 운용 규모가 커진다. 동부파워초이스는 업종별 전문가들이 편입 종목을 발굴해 편입하는 시스템으로 운용된다.

◇과거 성과 바탕으로 펀드 골라야

멀티매니저펀드는 외국에서 흔히 '매니저 오브 매니저 펀드'로 불리며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잡았지만 국내는 아직 상품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 펀드 운영 실적도 길지 않다. 다만 일반적인 펀드는 운용 매니저 한 명이 여러 업종의 종목을 연구, 발굴, 편입, 운용하면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는 데 반해 멀티매니저펀드는 각 분야 전문가의 전문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예측하기 힘든 증시에서는 특정 자산이나 종목투자보다 분산투자에 나설 때"라며 "여러 명의 매니저가 함께 운용하기 때문에 독단적인 펀드 운용을 피할 수 있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데 멀티매니저펀드의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멀티매니저펀드는 구성 종목이 펀드 운용 목표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다양해지고 이에 따라 증시가 크게 움직일 때 빠른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어 운용전략과 과거 실적을 바탕으로 펀드를 고르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