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다녀온 회장님 "金대리 생일이야? 퇴근하세요"

아모레퍼시픽이 대학생이 일하고 싶은 기업 2위에 올랐다. 아모레퍼시픽이 상위 10위권에 진입한 것은 조사를 시작한 2004년 이래 처음이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전국 4년제 대학교 재학생 74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이유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 문화'였다. 그렇다면 이 문화를 만든 이가 궁금해진다.

아모레퍼시픽 임직원들의 점심 식사 시간은 두 시간이다. 회사로부터 멀리 떨어진 '맛집'을 갈 수도 있고, 느긋하고 여유롭게 점심을 즐길 수 있다. 출근은 오전 7~10시 사이 편할 때 하면 되고, 영업사원은 회사에 들어올 필요 없이 현장에서 퇴근할 수 있다. 자기 생일에는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하고, 자녀 입학이나 졸업 날은 휴가를 갈 수 있다.

직원들의 직장 만족도를 높인 다양한 이 제도들은 2011년 서경배 회장이 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부탄'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부탄은 '국민총행복지수 1위' 국가다. 서로 양보하며 여유롭게 어울려 사는 부탄 사람들의 생활을 목격한 서 회장은 귀국 후 "부탄처럼 행복한 회사를 만들자"며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서경배 회장은 철저한 '현장주의 경영자'다. 보통 한 달에 3분의 1은 외국으로, 3분의 1은 지방으로 돌아다닌다. 현장에서 체험하고 느낀 점들은 곧장 회사 경영과 기업 문화에 반영한다. 혼자서 지하철이나 KTX를 타고 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불쑥불쑥 임직원들에게 과제로 던져놓을 때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서 회장이 지하철에서 본 광고판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 대답하기 곤란할 때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부터 가동하고 있는 '혜초 프로젝트'도 서 회장 작품이다. 중국·프랑스·브라질 등 전 세계 15개 국가에 임직원 100여명을 3개월에서 1년 단위로 파견해 현지 소비자들의 수요를 집중적으로 파악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서 회장이 중국 출장에서 대형 마트 시장이 급변하는 데서 착안했다. 중국 대형 마트 시장은 프랑스 까르푸와 미국 월마트가 오랫동안 1~2위를 차지해 왔으나 최근 중국 업체인 다룬파(大潤發)와 톈커룽(天客隆)이 이들을 제치고 1~2위로 올라섰다. 비결은 중국 업체들이 중국인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육류·채소 등 신선식품 유통에 집중한 것이었다.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도 현지 소비자를 철저하게 이해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중국 업체로부터 배운 것이다.

서 회장이 지난해 경북 봉화의 한 식당 골목에서 겪은 일은 영업사원들의 처우 개선과 연결됐다.

나란히 붙어 있는 두 식당 가운데 한 곳은 손님들이 가득 차 있는데, 비슷한 메뉴를 갖춘 바로 옆 식당은 손님이 거의 없었던 것. 서 회장은 "텅 빈 식당은 손님이 메뉴를 적게 시키면 싫은 내색을 하면서 이것저것 추가 주문을 권하면서 손님을 '돈'으로 인식했는데, 좌석이 가득 찬 식당은 주인이나 종업원들이 한결같이 웃는 얼굴로 정성껏 손님들을 대했다"며 "고객을 은인으로 대하기 위해서는 판매 사원이 행복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봉화에서의 경험은 곧 현장의 접점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판매사원들에 대한 지원 확대로 이어졌다.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접점에 있는 판매 사원들의 근무 환경부터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게 서 회장의 철학이다. 지난 1월부터 전국 600여개 매장의 2000여명 직원에게 다리 마사지기와 마사지젤, 체조용 발판 등을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