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축제… 팔린 티켓만 420억, 경제 효과는 4000억원

공익 재단에 근무하는 A씨(58) 부부는 연초부터 매달 각각 50만원씩 돈을 모아왔다. 여름휴가 때 잘츠부르크와 뮌헨 음악축제에 다녀오는 게 목표다. 클래식 마니아인 이들은 지난 4월 서둘러 인터넷에서 표를 예약한 덕분에 50유로(약 7만5000원) 안팎의 싼 티켓을 예약했다. 비싼 잘츠부르크 내 숙소 대신 변두리에 1박 10만원짜리 허름한 호텔에 묵고, 하루 경비 상한선을 5만원으로 잡았다.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며 배낭 여행하듯 유럽 음악축제를 훑고 다닌 지 5년이 넘었다. 부자는 아니지만 A씨 부부처럼 여름휴가에 유럽 음악축제를 찾는 애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마니아를 위한 고가 상품부터 여행사 단체 상품까지 나와 있다.

1920년 출범한 잘츠부르크축제는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성공적인 음악축제로 평가받는다. 개막작은 매년 잘츠부르크 성당 광장에서 열리는 연극 '예더만'. 오스트리아 극작가 호프만슈탈의 작품으로 축제 시작 때부터의 전통이다.

작년 축제를 찾은 관람객은 세계 78개국, 28만명. 최고 400유로(약 60만원)짜리 오페라 티켓도 있을 만큼 관람료가 정규 시즌보다 50% 이상 비싸도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비결이 뭘까.

먼저 카라얀의 후광. 1956년 잘츠부르크축제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카라얀은 1960년 주(主)공연장인 '대축제극장'(2200석)을 열고, 개관작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 지휘봉을 잡았다. 베를린 필하모닉을 잘츠부르크에 끌어들였고,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 같은 스타들이 카라얀 지휘 아래 축제 무대를 빛냈다. 축제의 명성을 세계에 알린 데는 카라얀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성공의 또 다른 동력은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 같은 세계적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이다. 1922년부터 페스티벌에 참여해온 빈 필은 잘츠부르크축제의 심장. 올 시즌에도 주빈 메타 등 5명의 마에스트로가 빈 필을 11차례 지휘한다. 베를린 필,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같은 최고 교향악단들이 경연이라도 벌이듯 잇달아 연주한다. 뒤투아가 이끄는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올해 잘츠부르크축제에 데뷔한다. 안나 네트렙코, 요나스 카우프만, 체칠리아 바르톨리 같은 스타들이 오페라 주역으로 나선다.

혁신적인 작품이 갖는 힘도 크다. 로버트 윌슨, 마르틴 쿠세이 같은 연출가들을 끌어들여 200년 넘은 모차르트 오페라를 깔끔한 현대극처럼 다듬어낸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은 2006년 모차르트 오페라 22편 전곡을 창의적인 무대와 연출로 올린 것은 음악 팬들 사이에서 전설이 됐다. 무엇보다 이곳을 찾으면 세계 최고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신뢰'를 90년 넘게 쌓은 게 잘츠부르크의 든든한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