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소형車 15~17% 인하… 국내 시장 파상 공세

수입차 업체들이 소형 신차 가격을 15~17%씩 인하하며 국내 시장에 파상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수입차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생애 첫차부터 국산차가 아닌 수입차를 택하는 젊은 층이 핵심 소비자로 부상하고 있어 이들을 잡기 위한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최근엔 2000만원대 초반 수입차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어 국산차와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피아트는 2690만원이던 소형차 '500(친퀘첸토)' 기본형을 이달 중 450만원(17%) 내린 2240만원에 할인 판매한다고 11일 밝혔다. 한국에 처음 출시된 게 올 2월인데, 신차 효과를 누릴 새도 없이 5개월 만에 가격을 대폭 깎은 것이다. 프랑스 시트로엥도 대표 차종인 'DS3'(1.6L 가솔린) 가격표를 종전 2990만원에서 최근 2540만원으로 15% 할인해 내걸었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차 값은 한번 할인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상방경직성(上方硬直性)이 크기 때문에 특별 할인 명목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이 정도 가격대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가뜩이나 이문이 적게 남는 소형 수입차가 10% 이상 할인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소형차 중 가장 잘 팔리던 BMW 미니도 올 들어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3040만원이었던 기본형(쿠퍼 SE)보다 15% 싼 2590만원짜리(오리지널) 모델을 새로 내놨다. 종전 최저가형에서 공조·운행 정보·음악 등 각 기능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계기판을 뺐다. 원가 100만원 상당의 부가 기능을 덜어내면서 가격은 450만원 내린 사실상 가격 재조정이다. 지난달 가격을 조정하자마자 월 판매 대수가 종전의 2배로 치솟아 포드·혼다 같은 대중차마저 제쳤다. 주양예 총괄이사는 "합리적인 가격에 더 많은 미니를 보급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이 '오리지널' 모델은 한국적 특수성 때문에 특별히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2000만원대 수입차는 지난해 상반기 9종에서 올 상반기 15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판매 대수도 1467대에서 1899대로 30% 늘었다. 소형차 메이저 업체인 폴크스바겐이 2490만원짜리 '폴로'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인기 모델 '골프' 신형마저 종전보다 120만원 싼값에 출시해 나머지 업체들의 가격 인하 움직임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2000만원대 초·중반 가격대 수입차가 다수 포진하면서 이 가격의 쏘나타·K5·투싼·스포티지 등 국산 중형차를 사려던 소비자들마저 수입차를 쇼핑 리스트에 올려놓고 비교하게 됐다.

윤대성 수입차협회 전무는 "똑똑한 한국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성능을 꼼꼼히 분석하고 있는 데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차 값이 갈수록 싸질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수입차니까 비싸도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아니다"며 "한마디로 수입차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입차의 가격 하한선(下限線)이 2000만원대 초반까지 내려오자 꿈쩍 않던 현대차도 지난 8일부터 수입차 대항 용도로 개발한 i40와 벨로스터 일부 세부 모델 가격을 30만원씩 인하하는 등 본격적인 가격 할인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