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아끼려 든 30년 국고채… 올 들어 8% 평가손실

작년 말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절세 상품에 몰렸던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절세 혜택을 내세워 국내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팔았던 국고채 30년물과 브라질 채권, 물가연동국채, 골드바(막대 모양 금덩이) 가격이 올 들어 하락했기 때문이다.

◇30년물 국채 손실 커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지난달 24일 3.92%까지 급등(채권 가격 급락)했다. 금리가 최저였던 지난해 10월 10일(2.94%)과 비교해 9개월 만에 0.98%포인트 오른 것이다. 올해 초(3.37%, 1월 2일 기준) 현재(3.68%, 11일 기준)와 비교해도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약 0.3%포인트 올랐다.

예를 들어 올해 1월 국고채 30년물을 사들였던 투자자가 현재까지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투자금 대비 8% 정도 평가손실(이자 지급을 제외한 자본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작년 9월 처음 발행된 30년 만기 국채는 10년 이상 장기 채권은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일부 증권사는 공격적으로 30년 국채 판매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30년 국채 금리가 지나치게 낮게 형성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것) 규모를 축소하면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채권 금리는 상승세를 탔다(채권 가격 하락).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 인하 효과가 미치는 기간이 그만큼 길어진다. 만기가 긴 채권은 작은 폭의 금리 인하에도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가는 특성이 있고, 반대로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가격이 크게 내린다.

◇브라질 채권 환손실에 타격

브라질 채권(삼바 채권)은 한국과 브라질의 조세 협약에 따라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 채권 매수 시 토빈세(금융거래세)를 6% 내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것조차 지난달 초 폐지됐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는 연 10%에 가까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다. 문제는 통화가치가 변한다는 점이다. 미 달러화 대비 헤알화 환율은 올해 초 2.05헤알에서 최근에는 2.26헤알까지 올라왔다. 연초에 만기가 2020년 말인 브라질 국채에 투자했다면 평가손실은 13%에 달한다.

지난달 초 토빈세(금융거래세)를 폐지한 후 브라질 채권에 투자한 사람이 더 늘었는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4일부터 지난 9일까지 브라질 채권 판매 잔액이 1084억원 늘었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 4월과 5월 각각 684억원, 603억원이었던 브라질 채권 판매 금액이 6월에는 82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삼성증권은 올 2분기에만 브라질 채권을 약 1700억원어치 팔았다.

국내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 담당 임원은 "환손실뿐만 아니라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브라질 물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브라질 채권 구매를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10일(현지 시각) 기준 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한 8.5%로 결정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물가채도 평가손

물가연동국채는 매수 시점에 따라 투자자 희비가 엇갈렸다. 만기 10년짜리 물가연동국채를 올해 초 0.68% 금리에 매수했다면, 현시점에서 약 3% 손실이 발생한다. 만약 물가채 금리가 높았던 작년 7월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이자와 물가 상승분까지 합쳐 수익을 냈을 가능성이 크다. 물가연동국채는 물가가 오르면 그만큼 채권 원금이 늘어난다. 정부는 2014년까지 발행한 물가채의 원금 증가분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골드바도 가격 상승으로 생기는 매매 차익에 세금을 물리지 않아 인기를 끌었지만, 금값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런던 금시장에서 국제 금값은 온스당 1192달러로 2010년 5월 이후 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초 1kg당 6000만원에 육박했던 골드바 가격은 현재 530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