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關係(관계:중국어로 '관시')보다 마음 얻자"… 글로벌 기업 '親中 마케팅' 강화

지난 4월 쓰촨(四川)성 야안(雅安)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중국 내 외국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성금으로 중국 국민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홍콩계 음료기업 자둬바오(加多寶)가 1억 위안(18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 중국법인과 애플이 각각 6000만 위안(110억원)과 5000만 위안(90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중국 국내 대기업이나 국유은행들이 500만~1000만 위안 정도를 낸 데 비해 압도적으로 큰 금액이었다.

그중에서도 애플의 변신이 눈에 띄었다. 2008년 쓰촨성 원촨(汶川)에서 일어난 대지진 당시, 애플이 낸 성금은 40만 위안에 불과했다. 이것이 5년 뒤인 올해, 이전의 125배 수준으로 올랐다.

중국 내 글로벌 기업들이 이처럼 큰 성금액을 아낌없이 내놓고 있는 것은 중국 내수 시장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중국 정부 당국과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와 관련, 중국을 대표하는 인민일보(人民日報)를 비롯해 경화시보(京華時報), 저장일보(浙江日報), 베이징청년보(北京靑年報) 등 중국 주요 일간지에 박삼구 회장과 윤영두 사장 명의의 사과 광고를 냈다. 사고 착륙기에 중국인 탑승객이 많았고, 사망자 3명도 모두 중국 여고생인 점을 감안한 조치였다. 이 광고가 나간 뒤, 아시아나항공과 한국에 대한 중국 내 비판적인 여론은 크게 수그러들었다.

아시아나항공이 이처럼 신속한 조치에 나선 것은 2011년 중국 국영 CCTV가 '금호타이어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타이어에 재생고무가 사용되고 있다'고 보도했을 당시의 경험이 적잖은 참고가 됐다. 금호타이어는 당시 '타이어 성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반박에 나섰다가, 오히려 중국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중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여론의 타깃이 되고 있다. 미국의 월마트와 애플, KFC, 프랑스의 까르푸, 일본 SK-II 등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대부분 한두 차례 이런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경제성장으로 중국인들의 권리 의식이 강화된 측면과 함께, 중국 내에서 고조되고 있는 민족주의 정서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이런 부정적 여론을 차단하고, 중국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다양한 친중(親中)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삼성은 2008년 쓰촨 대지진 당시 중국 내 외국계 기업 중에서 가장 많은 3000만 위안의 성금을 냈고, 각종 사회공헌활동(CSR)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2009년부터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색과 '복(福)'자를 새긴 모니터와 TV 등을 출시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 총 70억달러가 투자되는 첨단 낸드 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것도 삼성이 중국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한 측면이 있다.

현대차는 2008년부터 중국 황사 발원지 중 한 곳인 네이멍구(內蒙古) 쿤산다크 사막 내 차칸노르 지역을 대상으로 사막화 방지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고, LG는 지진 피해 지역과 빈곤 지역에 ‘LG 희망학교’를 지어주는 사업을 10년 이상 계속해오고 있다.

SK는 중국판 장학퀴즈인 ‘SK장원방(壯元榜)’이 대표적인 사회공헌사업이다.

우리 기업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인 마음 잡기에 부심하고 있다. 대표적인 다국적기업인 코카콜라는 2007년부터 세계야생생물기금(WWF)과 함께 ‘중국의 젖줄’인 창장(長江) 살리기에 나서 지금까지 1000만달러(약 110억원) 이상의 기금을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