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車에서 게임·영화로 '간판 수출株' 교체

주식시장에선 이미 한국 수출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폰·자동차 등 전통적인 수출 주력 기업의 주가보다 영화·게임 등 콘텐츠를 수출하는 업체의 주가가 올해 크게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IT업종과 자동차업종은 올해 엔화 약세 현상 때문에 실적 우려가 커진 반면 서비스업종은 아직 식지 않은 한류 열풍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게임 등 한국 문화 서비스 수출주 강세

현재 베트남에서 극장을 운영해 흑자를 내고 있는 CJ CGV는 올해 주가가 65%가량 상승했다. CJ CGV는 중국에서 극장 18개를 운영 중이며 올해 26개, 2015년 60개까지 극장 수를 늘릴 계획이다.

삼성증권 신정현 연구원은 "지난해 중국 영화 시장 규모는 204억위안(약 3조7000억원)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를 차지했다"며 "중국에서 CJ CGV가 시장 지배력을 확장하면서 앞으로 해외 매출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 배급사인 CJ E&M도 올해 47% 올랐다. 같은 기간 엔터테인먼트사 키이스트는 42%, SBS와 SBS콘텐츠허브는 4~9% 올랐다.

메신저 '라인'으로 해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NHN은 올해 29% 올랐다.

LIG투자증권 정대호 연구원은 "지난달까지 라인의 전 세계 가입자 수는 1억8000만명을 넘어섰다"며 "최근 잠재력이 높은 인도 시장에서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라인 가입자 수는 연말까지 3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국에 '블레이드앤소울'을 수출하는 엔씨소프트는 올해 17% 올랐다. 중국과 일본, 터키를 포함해 총 6개국에 진출한 CJ오쇼핑은 올해 29%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최근 서비스 수출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다고 판단했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2012년에 한국의 서비스 수출 증가율은 16.1%로 중국, 일본에 비해 높았다.

KDB대우증권 이원선 연구원은 "한국의 서비스 수출 규모는 일본 서비스 수출액의 77%에 달한다"며 "한국 GDP(국내총생산)가 일본의 5분의 1 수준인 점을 고려했을 때 한국의 서비스 수출 경쟁력이 상당히 우수한 편"이라고 판단했다.

◇IT·자동차·철강·화학주는 부진

반면 대표적인 완성제품 수출주로 꼽히는 IT(정보기술)주와 자동차주는 올해 주가가 많이 부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판매 우려가 커지면서 13% 하락했다. 삼성전기와 LG전자도 각각 16%, 5% 내렸다.

현대모비스는 엔화 약세 현상으로 해외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회사와 경쟁 우려가 커지며 11% 내렸다.

철강주와 화학주도 부진하긴 마찬가지. 포스코와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는 올해 7~30% 하락했다. LG화학과 금호석유는 각각 17%, 34% 하락했다.

◇수출주 희비 엇갈린 이유는

전문가들은 작년부터 엔화 약세 현상이 지속하면서 대부분 한국 수출 기업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서비스 수출주는 환율 악재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보증권 김형렬 연구원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서비스업종은 가격만으로 경쟁력의 우위를 따지기 어렵기 때문에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지만, 자동차와 IT업종의 경우 가격이 판매량으로 직결되는 경향이 있어 올해 실적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주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식지 않은 한류 열풍도 콘텐츠 수출주 강세의 기반이라는 시각이 많다.

하나대투증권 김민정 연구원은 "드라마의 인기로 시작된 한류는 K팝 열풍으로 이어졌으며 최근에는 공연과 영화, 게임이 그 한류를 이어받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