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첸(유튜브 공동 창업자), 제시카 알바(배우)… 전세계 VIP가 그녀 찾는다

"세계적인 색소폰 연주자 케니 지가 한국에 왔을 때였어요. 공항에서 차를 태워 호텔로 데려다 주면서 그의 음악을 틀었죠. 그가 '음악은 듣기 싫다'며 끄라고 하더군요. 상대방을 제대로 알고 다가가야지 내가 아는 선에서 배려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외국인 의전(儀典·행사를 치르는 의식) 관광 전문 여행사 코스모진 정명진(41) 대표는 한국에 들어오는 전 세계 유명 인사가 주요 고객이다. 유튜브 공동 창업가 스티븐 첸, 배우 제시카 알바, 샌즈그룹 셸던 애덜슨 회장, 존 필립 키 뉴질랜드 총리 등이 그가 모신 고객들이다. 정부와 기업 등에서 초청한 외국 VIP들의 관광을 전문으로 한다. 그는 "모든 과정을 세세히 쪼갠 뒤 다양한 시각에서 시나리오를 짜고 그에 따라 VIP들을 감동시키도록 배려하는 일이 여성과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호주 골드코스트에 있는 본드대의 관광학부(Tourism) 내 '의전학과(Hospitality)'를 다니며 글로벌 서비스 매너를 공부한 뒤 한국에 들어와 여행사에 들어갔다. 당시엔 VIP 의전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는 드물었다. 2년간 관광 실무를 경험한 그는 2001년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국제회의도 갈수록 많아지고 외국과 비즈니스 하는 기업도 급증하는 추세여서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500만원을 들고 집 지하실에 사무실을 차렸죠."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는 여성의 섬세함이 큰 힘이 됐다.

2002년 나이지리아 국방장관이 방한했을 때 그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장관 부부가 출국하기 직전 인천공항 근처 호텔을 나오며 "어제저녁 먹었던 달콤하면서 아주 작은 생선을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다. 호텔에 문의해 저녁 메뉴가 '일식'이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생선이 무언지는 알 수 없었다. 한참을 생각한 끝에 '멸치'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근처 대형 마트에서 멸치와 설탕, 물엿을 샀다. 그리고 눈에 띄는 맥줏집으로 들어가 양해를 구하고 멸치볶음을 만든 뒤 장관 부부에게 선물했다.

"집에 가서 만들어 먹고 싶지 않을까 싶어 남은 멸치를 요리법과 함께 전달했어요. 그분들이 귀국한 뒤 감사 편지를 보내더군요."

까다롭게 구는 VIP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단골로 확보했다. 미국 샌즈그룹의 애덜슨 회장은 "호텔 비데를 개인용으로 바꿔 달라,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려달라, 한국인 개인 집사를 24시간 붙여 달라"고 했다. 정 대표는 "나머지는 들어줄 수 없었지만 회사 직원을 옆방에 24시간 대기시켰다"며 "그도 우리가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고 이후엔 올 때마다 우리 회사를 찾는다"고 말했다.

코스모진은 직원 60명을 거느리고 지난해 5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VIP 관광 전문 여행사로는 입지를 굳혔다.

그는 "'엄마의 마음'으로 회사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내 자식들을 좋은 집에서 키우고 싶듯이 회사와 조직을 키워 직원들이 더 나은 근무 환경에서 일하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관광 아카데미'를 세워 관광 인력을 키우는 사업도 시작했다. 정 대표는 "직원들과 회사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를 통해 '외국인 관광' 하면 '코스모진'을 떠올릴 수 있도록 회사를 키울 것"이라고 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