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Now] 1週만에 호박 219% 급등… 장마 후폭풍, 밥상을 덮쳤다

장마로 채소와 과일, 생선 등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채소밭이 물에 잠겨 작물이 못 쓰게 돼 버리거나 바다로 조업을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채소들도 장마가 끝난 이후 더위에 물러버릴 수 있어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동안 가격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다.

◇장마 직격탄 맞은 채소 20여종

21일 도매시장인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주요 채소와 과일, 생선의 가격은 1주일 전에 비해 최대 3배 가까이 급등했다. 추키니 호박 10㎏(상 등급)은 15~21일 주간 평균 가격이 2만1012원으로 전주 평균가(6580원)보다 무려 219%나 올랐다. 가격이 3배로 뛴 것. 상추 흰엽은 4㎏에 3만6189원으로 175%가 뛰었고, 오이 취청은 50개(상 등급) 가격이 148% 올랐다.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 가격이 100% 이상 오른 채소와 과일은 20여종에 달한다.

가격 급등의 주원인은 장마와 폭우로 인한 생산지 침수다. 특히 폭우가 집중된 강원도와 경기도가 주산지인 작물의 피해가 심해 가격 상승 폭도 컸다. 시금치는 경기도 남양주와 포천 등의 하우스 농가가 물에 잠기면서 큰 손해를 봤다. 강원도 계촌과 횡성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양상추도 침수로 인해 국내산 물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가격이 90% 상승했다. 강원도 춘천이 주산지인 오이도 폭우로 생산량이 줄어든 경우다.

침수 피해를 직접 입지 않았어도 오랜 장마로 일조량이 부족해 상품의 질이 떨어진 것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정상적인 상품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배추는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오면서 무름병(뿌리 부분이 누렇게 물러버린 것)이 발생해 값이 13% 정도 올랐다. 추키니 호박은 장마로 일조량이 부족하면서 잘 자라지 못했고, 상추도 생육이 늦어 잎이 누렇게 변한 것이 많았다.

◇심상치 않은 수산물·과일

과일 가격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15~21일 복숭아 천도는 10㎏(상 등급) 평균 가격은 4만2001원으로 전주 평균 가격(2만936원)의 두 배로 뛰었다. 자두 후무사는 10㎏(상 등급)에 4만5598원으로 99%, 토마토 방울은 5㎏(상 등급)에 34% 상승했다.

복숭아는 주산지인 충청도 감곡과 장호원, 음성 등에 국지성 호우가 계속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강원도가 주산지인 토마토도 침수 피해를 입은 농가가 많고, 많은 비로 물러진 것이 많아 저장성이 떨어지면서 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자두는 주산지인 경북 김천과 의성 지역에 비 피해는 없었지만 봄철 냉해로 과실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해 전체 수확량은 지난해보다 10% 줄었다"고 말했다.

수산물은 장마로 풍랑이 크게 일면서 조업을 나가지 못해 가격이 오르고 있다. 물오징어 6㎏(상 등급)은 15~21일 평균 가격이 2만9181원으로 전주 평균 가격(1만8167원)보다 61% 급등했다.

건중멸치 1.5㎏(상 등급)도 8033원으로 20% 상승했고, 갑오징어 1㎏(상 등급)도 11% 올랐다. 롯데마트 이용호 상품기획자는 "최근 동해안 수온이 높아진 데다가 이달 초부터 이어진 장마와 풍랑으로 조업이 지난해의 절반 정도밖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침수 피해 작물은 가격 상승세 심해질 것"

침수 피해를 직접 입은 작물은 앞으로 상승세가 더 가파를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특히 시금치 등 엽채류(잎을 먹는 채소)는 한번 물에 잠기면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 양상추와 오이는 상품이 자라는 데 한 달 이상 걸린다. 이마트 장희성 바이어는 "주로 강원도 지역에서 7월 말부터 8월 초 출하되는 배추와 무는 장마 후 폭염이 찾아오면 무름병으로 상품 출하가 불가능해 지난해보다 가격이 10~20%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비 피해를 입지 않고 일조량이 부족해 생육이 늦은 상추와 토마토, 추키니 호박 등은 장마가 끝난 뒤 맑은 날이 지속되면 가격이 금방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박은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