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소비자를 잡아라… 치열해진 '키즈 마케팅'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람보르기니' 같은 최고급 수입차들은 어른만 갖고 싶어 하는 게 아니다. 어린이도 장난감 자동차 중에서 최고급 수입차를 본뜬 제품을 원한다. 그래서 어린이날 인기 선물로 실제 최고급 수입차처럼 생긴 수십만원짜리 장난감 자동차가 가장 인기다. 유아용품 박람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도 수입 자동차 모형이 전시된 코너일 정도다.

자녀는 물론 부모까지 공략하는 '키즈마케팅'의 하나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최윤선 부장은 "중장기적으로는 미래 소비자인 어린이들에게 다가가면서, 또 젊어진 수입차 고객층을 노리는 마케팅 활동"이라고 말했다.

◇캐릭터 활용 친근감 높여

키즈마케팅은 미래의 잠재적인 고객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마케팅 활동이다. 4세 전후의 유아부터 10대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넓은 의미로는 어린이용으로 사는 물건의 구매를 결정하는 부모를 공략하는 마케팅을 지칭하는 말로도 쓰인다.

대표적인 키즈마케팅 사례 중 하나가 현대자동차가 기획·제작한 3D(3차원) 자동차 애니메이션 '로보카 폴리'다. 현대차는 변신 자동차 로봇 경찰 '폴리'가 활약하는 만화영화가 큰 인기를 끌자 2011년 11월에는 경기도 용인 수지지점, 작년 9월엔 대전 대덕밸리지점의 일부를 '로보카 폴리 키즈카페'로 리모델링해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기아자동차도 자사 모델인 '쏘울', '스포티지', '포르테'를 캐릭터로 만든 '변신로봇 또봇'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서, 어린이의 눈길을 끌기 위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는 또, 올 2월엔 어린이 전용 웹사이트 '브룸랜드(www.vroom-land.com)'를 개설하고, 어린이들이 게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자동차와 관련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물론 기존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애니메이션 장난감을 주는 맥도날드의 어린이 대상 메뉴 '해피밀 세트' 등이 대표적이다. 해피밀 세트를 사면 만화영화 '스폰지 밥'에 나오는 캐릭터 인형을 준다. 국내에서도 한솥도시락은 올 1월 인기 만화 캐릭터인 뽀로로가 포장에 인쇄된 '썰매 대모험 어린이 도시락'을 한정판으로 선보였고, 5월엔 '디보와 친구들' 도시락을 내놨다.

현대차 강석훈 유스마케팅팀장은 "어린이를 위한 캐릭터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이 잠재 고객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체험 통해 브랜드 전달

체험을 통한 키즈마케팅도 활발해지고 있다. 기업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과 연계한 것도 많다.

한국 피자헛은 전국 317개 매장에서 유치원·보육원·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직접 피자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쿠킹 클래스'를 매장별로 연간 30회 이상 개최하고 있다. 10년 전 일부 매장에서 생일잔치 때 피자 만들기 프로그램을 제공한 것에서 시작, 2006년부터 전국 피자헛 매장으로 확대했다. 지금까지 어린이 1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한국 피자헛 이상형 차장은 "어린이 때 왔다가 고등학생, 대학생이 돼서도 꾸준히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비슷한 체험형 프로그램으로는 CJ에듀케이션즈가 진행하는 '나는생각 키즈 쿠킹 클래스'가 있다. 4~6세 어린이와 부모를 대상으로 월 1회 진행하는데, 한글 등 학습 콘텐츠와 요리를 접목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항공·승무원 업무 교육을 하는 티웨이항공의 '리틀 스튜어디스', 6개월간 물 마시는 습관을 길러주는 코웨이의 '물성장 프로젝트' 등도 관심을 끄는 사례다.

◇키즈 위한 제품도 출시

성인용 제품만 만들다가 어린이용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도 많다. 주 5일 근무가 자리 잡으면서 캠핑과 같은 가족 단위 여가 문화가 퍼지고 어린이용품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래 소비자가 아니라 현재 소비자가 된 것이다.

스포츠 브랜드 케이스위스는 최근 가방, 티셔츠, 모자, 신발 등으로 구성된 '아이언맨 키즈라인'을 내놨고, 아웃도어 브랜드인 아이더도 8~12세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키즈룩 라인을 최근 출시했다. 프로스펙스와 푸마는 아이와 '커플룩'을 원하는 20~30대 젊은 주부를 노려 성인용과 같은 디자인의 어린이 제품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