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人] "'수사반장' 부활 소문에 설레… 벌써 소재 뽑아놨어"
입력 : 2013.07.22 23:58
[드라마 '수사반장' 최불암役 실제모델 최중락 前 총경]
그가 잡아들인 범죄자 1300명, 퇴직 후 20년 수사연구관 활동
3년 전 소주 60병 마시고 風와 "완쾌는 안 됐지만 강의도 다녀"
"옛 수사반장 자문·배우캐스팅… 내 손길 안 닿은 곳 없었죠, 불러준다면 얼마든지 도울 것"
최중락(崔重洛·84) 전 총경은 들떠 있었다. 여든넷의 나이도, 중풍 후유증도 잠시 잊은 듯했다. 1970~ 80년대 국민 드라마로 사랑받았던 MBC 수사반장이 부활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아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최불암씨, 김상순씨, 임현식씨 등 수사반장 배우들 만날 때마다 '이런 드라마 다시 해야 하는데…' 했어요. 그런데 정말 다시 만든다는 소리가 들리잖아요. MBC에서 도와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도울 겁니다. 벌써 생각해둔 소재가 몇 개 있어요."
지난달 한 연예 전문지는 수사반장이 종영 24년 만에 20부작으로 부활한다고 보도했다. MBC 측은 "편성 계획이 없다"며 보도를 부인했지만 외부 프로덕션에서 수사반장 제작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은 계속 들려온다.
"최불암씨, 김상순씨, 임현식씨 등 수사반장 배우들 만날 때마다 '이런 드라마 다시 해야 하는데…' 했어요. 그런데 정말 다시 만든다는 소리가 들리잖아요. MBC에서 도와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도울 겁니다. 벌써 생각해둔 소재가 몇 개 있어요."
지난달 한 연예 전문지는 수사반장이 종영 24년 만에 20부작으로 부활한다고 보도했다. MBC 측은 "편성 계획이 없다"며 보도를 부인했지만 외부 프로덕션에서 수사반장 제작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은 계속 들려온다.
40년간 강력계 형사로 활약한 최 전 총경은 수사반장의 주인공 '박 반장'(최불암 분)의 실제 모델이다. 수사관의 최고 영예라는 '포도왕(捕盜王)' 타이틀을 세 차례 차지하는 등 명수사관으로 명성을 날리다가 1971년 3월 6일 수사반장 첫 방송부터 종영까지 배우·제작진과 18년을 동고동락했다.
"그땐 방송국에 수사극을 해본 연출자나 작가가 없었어요. 그래서 (경찰에) 도둑 잘 잡는 포도왕을 보내달라 한 거죠. 내가 다룬 사건에다 살을 붙이니 그럴듯해졌지요."
최 전 총경은 제작진을 경찰학교에 입교시키고 배우들을 살인 사건 현장에 데리고 다녔다. 작가와 PD들은 경찰서 유치장에서 재웠다. 드라마 조언에서 배우 캐스팅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리얼리티로 무장한 수사극에 대중은 열광했다. 시민이 붙잡은 도둑을 배우들에게 인도하는가 하면, 어떤 도둑은 최불암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수하기도 했다. 최 전 총경과 배우들이 장소 헌팅을 하러 시장에 나가면 소매치기들이 기겁해 도망치는 일도 다반사였다.
"한번은 육영수 여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드라마 끝날 때 항상 최불암씨가 담배 피우는데 그거 좀 줄일 수 없나요?' 그러데요. '왜 그러시느냐'고 했더니 '근혜 아버지도 그 장면 나올 때마다 담배를 피우는데 못 견디겠어요' 하더라고요."
"그땐 방송국에 수사극을 해본 연출자나 작가가 없었어요. 그래서 (경찰에) 도둑 잘 잡는 포도왕을 보내달라 한 거죠. 내가 다룬 사건에다 살을 붙이니 그럴듯해졌지요."
최 전 총경은 제작진을 경찰학교에 입교시키고 배우들을 살인 사건 현장에 데리고 다녔다. 작가와 PD들은 경찰서 유치장에서 재웠다. 드라마 조언에서 배우 캐스팅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리얼리티로 무장한 수사극에 대중은 열광했다. 시민이 붙잡은 도둑을 배우들에게 인도하는가 하면, 어떤 도둑은 최불암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수하기도 했다. 최 전 총경과 배우들이 장소 헌팅을 하러 시장에 나가면 소매치기들이 기겁해 도망치는 일도 다반사였다.
"한번은 육영수 여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드라마 끝날 때 항상 최불암씨가 담배 피우는데 그거 좀 줄일 수 없나요?' 그러데요. '왜 그러시느냐'고 했더니 '근혜 아버지도 그 장면 나올 때마다 담배를 피우는데 못 견디겠어요' 하더라고요."
최 전 총경은 수사반장의 성공으로 배우들 못지않은 유명세를 누렸지만 강력계 형사로서 본분도 잊지 않았다. 부산 동래서 수사과장, 인천시 경찰국 수사과장, 서울시경 형사과장을 거치며 잡아들인 범죄자가 1300여명, 이 중 강력범만 870명이었다. 대도(大盜) 조세형(75)도 15세 때 그에게 처음 잡혔다. 포도상 3회 수상을 비롯해 각종 포장과 표창을 127개 받았다.
최 전 총경은 수사반장 종영 이듬해인 1990년 제복을 벗었지만 퇴직 이후에도 경찰청 수사연구관으로 20년 이상 활동했다. 후배 경찰관들에게 사건 관련 조언을 해주는 역할이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아침 6시 30분 경찰청 형사당직실로 출근해 밤사이에 일어난 전국의 사건·사고들을 훑어봤다. 경비 전문업체(삼성 에스원)에선 고문직을 맡아 범죄 예방 업무를 챙겼다.
노익장을 과시하던 그에게 일생일대 위기가 닥친 것은 2010년 2월. 코미디언 배삼룡씨 상가에서 만난 방송인 송해, 백남봉씨와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게 화근이었다. "소주 두 상자(60병)를 비우고 자다가 풍(風)을 맞았어요. 좌측 수족이 마비돼 7개월간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죠."
3년 반이 흘렀다. 최악의 상태는 넘겼지만 몸 상태는 발병 전 같진 못하다. 걷긴 하지만 부축을 받거나 지팡이에 의지해야 하고, 오래 서 있는 것도 버겁다. 침대 위에 걸터앉은 채 기자와 얘기하다가도 중간중간 몸을 뉘어야 했다.
그래도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30대 때는 척추가 부러져 전신이 마비됐다가 살아났고, 늙어서는 두 번이나 임파선암을 앓았지만 결국 살아났어요. 남들은 풍으로 쓰러지면 반신불수 되는데 난 일어났잖아요."
그는 달력을 내밀었다. 매주 수·금 물리치료 일정과 식사 약속 외에도 1~2차례씩 강의 일정이 적혀 있었다. "경찰 퇴직 후 삼성(에스원)에 22년 다니면서 삼성 신입사원들에게 강의를 해왔어요. 지금도 합니다. 도둑질하지 말라는 내용이죠. 지금까지 24만명이 제 강의를 들었어요."
최 전 총경은 "이게 강의 때 쓰는 자료"라며 침대 밑에서 '007가방'을 꺼냈다. 가방을 여니 '샛별 룸살롱 살인사건' '지존파 사건' 등 주요 강력 범죄 사건들을 보도한 신문 스크랩이 한가득이다. "지금도 신문에 범죄 기사가 나면 열심히 스크랩하고 메모를 해둡니다. 수사반장 부활하면 써먹어야죠."
최 전 총경은 수사반장 종영 이듬해인 1990년 제복을 벗었지만 퇴직 이후에도 경찰청 수사연구관으로 20년 이상 활동했다. 후배 경찰관들에게 사건 관련 조언을 해주는 역할이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아침 6시 30분 경찰청 형사당직실로 출근해 밤사이에 일어난 전국의 사건·사고들을 훑어봤다. 경비 전문업체(삼성 에스원)에선 고문직을 맡아 범죄 예방 업무를 챙겼다.
노익장을 과시하던 그에게 일생일대 위기가 닥친 것은 2010년 2월. 코미디언 배삼룡씨 상가에서 만난 방송인 송해, 백남봉씨와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게 화근이었다. "소주 두 상자(60병)를 비우고 자다가 풍(風)을 맞았어요. 좌측 수족이 마비돼 7개월간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죠."
3년 반이 흘렀다. 최악의 상태는 넘겼지만 몸 상태는 발병 전 같진 못하다. 걷긴 하지만 부축을 받거나 지팡이에 의지해야 하고, 오래 서 있는 것도 버겁다. 침대 위에 걸터앉은 채 기자와 얘기하다가도 중간중간 몸을 뉘어야 했다.
그래도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30대 때는 척추가 부러져 전신이 마비됐다가 살아났고, 늙어서는 두 번이나 임파선암을 앓았지만 결국 살아났어요. 남들은 풍으로 쓰러지면 반신불수 되는데 난 일어났잖아요."
그는 달력을 내밀었다. 매주 수·금 물리치료 일정과 식사 약속 외에도 1~2차례씩 강의 일정이 적혀 있었다. "경찰 퇴직 후 삼성(에스원)에 22년 다니면서 삼성 신입사원들에게 강의를 해왔어요. 지금도 합니다. 도둑질하지 말라는 내용이죠. 지금까지 24만명이 제 강의를 들었어요."
최 전 총경은 "이게 강의 때 쓰는 자료"라며 침대 밑에서 '007가방'을 꺼냈다. 가방을 여니 '샛별 룸살롱 살인사건' '지존파 사건' 등 주요 강력 범죄 사건들을 보도한 신문 스크랩이 한가득이다. "지금도 신문에 범죄 기사가 나면 열심히 스크랩하고 메모를 해둡니다. 수사반장 부활하면 써먹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