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이하로 '미래의 이중섭' 점찍어 볼까

"결혼과 출산은 한 인간으로서는 기쁜 일이지만 작가로서는 '이러다 나태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왔어요. 아시아프는 저에겐 신선한 '자극'이죠."

23일 개막하는 '2013 아시아프' 1부 작품 설치일인 22일 오전 김영은(27·충남대 대학원 졸)씨가 '문화역 서울 284(옛 서울역사)' 전시장 벽에 전동공구로 작품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는 입체 부문에 고래가 그려진 블록 두 세트를 출품한다. 집은 군산, 3개월 된 아들은 대전에 사는 손윗동서에게 맡기고 왔다. "졸업하고 나니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작업하는 건지를 알 수 없더라고요. 아시아프를 통해 작업의 긴장을 되찾고 싶어요."

시간당 60㎜가 넘는 폭우도 젊은 작가들의 열정을 가로막지 못했다. 설치 시작 시각인 오전 10시가 채 되기도 전에 작품이 담긴 트렁크를 끌고, 미술품 운송업체 직원을 대동한 작가들이 빗줄기를 뚫고 하나둘 전시장으로 모여들었다. 요란한 망치 소리와 드릴 소리로 전시장이 곧 시끄러워졌다.

올해 아시아프는 6회째. 참가 경력 두 번 이상인 '베테랑 작가'들이 눈에 띈다. 이주희(28·동의대 졸업)씨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11년, 2012년에도 참여해 작품을 모두 팔았다. 올해엔 숲과 나무를 그린 한국화 두 점을 내놨다. 혹시라도 길이 막힐까봐 오전 4시 부산 대현동 집에서 차에 작품을 싣고 출발한 이씨는 9시쯤 무사히 전시장에 도착했다. 그는 "화랑을 통해서도 그림을 팔아봤지만, 손님들이 아시아프 관객들만큼 의욕적이지 않았다. 열정적이고, 다양한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아시아프의 가장 큰 장점이다. 작품에 진지하게 관심을 보이는 관객을 만나면 작가도 더 의욕이 솟는다"고 했다.

대다수 작가에게 이번 아시아프는 전업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다. 입체 부문에 출품한 박유경(28·이화여대 대학원 졸업)씨는 천장에 와이어로 작품을 매다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올해가 아시아프 첫 참여라는 그는 "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전업 작가 생활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아시아프가 '등용문'이자 자극제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많이 보고, 그 작품들 안에서 내 작품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어서 참여를 결심했다"고 했다.

'2013 아시아프'엔 작가 500여명이 참여, 작품 1059점을 선보인다. 23일 개막해 8월 4일까지 열리는 1부 전시에는 269명이 작품 568점을 내놓는다. 2부는 8월 6일부터 18일까지. 전시 기간 중 월요일은 휴무. 입장료는 어른 6000원, 유치원 및 초·중·고교생 4000원이다. (02)724-6361~4

☞아시아프(ASYAAF)

‘Asian Students and You-ng Artists Art Festival(아시아 대학생·청년 작가 미술축제)’의 약자. 매년 국내외 30세 이하 젊은 작가들을 선발, 이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아트페어다. 좋은 그림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는 작품 한 점당 판매 상한선을 300만원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