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는 '아저씨 옷'만 입어야 하나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잘난 사람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배 나온 사람, 다리 짧은 사람,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제각각 너나 할 것 없이 근사했다. '스타일'의 힘은 결국 이런 것 아닐까?

지난 6월 말 매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리는 남성복 박람회 피티 워모(Pitti Uomo)에 다녀왔다. 1972년 이탈리아 패션 발전을 위해 시작된 박람회로 매년 두 번씩 열린다. 박람회 기간에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모여든 남성복 브랜드가 한데 모여 트레이드 쇼를 연다.

피티 워모는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에서 차로 5분 정도 달려가면 닿는 고성(古城) '포르테자 다 바소(Fortezza da Basso)'에서 열렸다. 40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 하지만 재킷을 벗고 반소매 셔츠 차림으로 다니는 남자는 지극히 드물었다. 시원한 소재의 셔츠를 걷어 입거나 부드럽고 가벼운 소재의 재킷으로 멋을 낸 남자들이 많았다. '꽃 중년'이 되는 법을 이들에게서 찾았다.

①좁은 바지와 날렵한 재킷

살이 찌건 안 찌건, 허리가 없건 있건 중요하진 않다. 피티 워모에서 만난 중년 남성들은 대개 통이 좁고 날렵한 바지를 입었다. 재킷도 허리가 꼭 맞는 스타일을 즐겨 입었다. 대신 꽃무늬나 알록달록한 색감의 옷으로 시선을 분산시켜 날씬하게 보이도록 한 경우가 많았다.

②섞어 입어라

리넨 셔츠, 청바지, 정통 양복 정장, 반바지…. 이런 것들을 한데 섞어 입는 남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정장 재킷 아래 반바지를 입거나, 정장 안에 셔츠 대신 티셔츠를 입는 식이다. '정장+셔츠+구두'라는 고정관념 대신 격식은 갖추되 자유롭게 입는 것이다.

③액세서리를 활용하라

목걸이, 팔찌, 손수건, 양복 단춧구멍에 꽂는 꽃(부토니에), 모자, 선글라스를 자유자재로 활용해서 멋을 내면 신체의 단점을 효과적으로 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가령 대머리인 남성은 모자를, 가슴에 살이 많은 남성은 부토니에나 손수건을 활용해 시선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노인일수록 팔찌나 선글라스를 활용해 멋을 부리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밋밋한 정장 차림을 할 때도 팔을 슬쩍 걷고 화려한 실 팔찌를 여러 개 겹쳐서 차면 얼굴에 주름이 가득 찬 노인도 감각적인 멋쟁이로 보였다.

④밝은 색을 입어라

색깔 강한 셔츠를 부담스러워 하는 우리나라 남성에겐 바지 색깔을 달리할 것을 권한다. 피티 워모를 찾은 남성들은 바지에 힘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늘색·민트색·노란색, 심지어는 빨강이나 분홍도 있었다. 바지만 다르게 입어도 한결 젊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