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시간 만에… 暴雨로 진흙더미 갇힌 70代 구조

장마로 공사장 배수로에 쌓인 진흙더미에 50여 시간 동안 하반신이 파묻혀 있던 70대 남성이 경찰에 구조됐다.

뇌경색을 앓아 다리를 절고 거동이 불편한 신모(74·연수구 동춘동)씨의 가족들은 지난 21일 오후 9시쯤 인천 연수경찰서 관할 동춘지구대에 찾아와 신씨의 실종 신고를 했다.

몸이 좋지 않은 신씨는 건강을 위해 매일 집에서 2㎞쯤 떨어진 곳에 있는 봉재산 중턱 공원에 찾아가 조금씩 운동을 하고, 산책도 하다가 돌아오곤 했다고 한다. 이날도 오후 1시 40분쯤 집을 나섰는데 저녁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자 가족들이 신고 한 것이다. 이에 동춘지구대 경찰관들이 먼저 나서 22일 새벽 2시까지 신씨가 평소 자주 다녔다던 공원과 집 주변, 인근 아파트 단지 일대 등을 수색했지만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22일 오후 신씨의 집 주변부터 공원 근처까지 길에 있는 4개의 폐쇄회로(CC) TV를 검색했고, 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찾아냈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신씨의 이동 경로를 추정했고, 지구대원 5명에 10여명의 경찰 기동타격대를 동원해 추가 수색을 했지만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여기에 거센 장맛비까지 내리자 가족들은 신씨에게 큰일이 생겼을지 모른다며 불안했다.

경찰은 23일 오전 거세게 내리던 장맛비가 그치면서부터 다시 수색을 시작했다. 경찰은 실종 신고를 받은 지 50여 시간 만인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신씨가 평소 다니던 봉재산 공원 주변 공사장 배수로에서 진흙더미에 갇혀 있던 신씨를 발견했다. 이곳은 동춘2지구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곳으로, 공사를 위해 베어낸 나무들이 신씨를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지점이었다. 이 공사 때문에 생긴 흙더미 중 일부가 장맛비로 질척해진 채 배수로 근처에 쌓여 있었는데, 여기에 신씨가 빠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이곳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도록 펜스를 치고 안내문도 걸어둔 곳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발견 당시 신씨는 진흙더미에 하반신이 파묻힌 채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경찰은 급히 신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현재 중환자실에 있는 신씨는 약간의 탈수 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앞으로 사나흘 정도 치료를 받으면 일반 병실로 갈 수 있는 상태로 보고 있다.

경찰은 "신씨는 예전 등산로 근처를 가다가 진흙에 발이 빠졌고, 몸이 불편해 다리에 힘을 줄 수 없었기에 꼼짝없이 갇힌 것으로 보인다"며 "장마 기간이라 날씨가 선선했고, 비가 오면 빗물을 마시면서 견딘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