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장, 신입생들이 힘을 못쓰네

유가증권시장의 새내기주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스닥시장과 비교하면 신규 상장 기업 수도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주가도 크게 부진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은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보다 훨씬 규모가 큰 기업들인데, 신규 상장(IPO) 시장에서는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이 통하지 않는 셈이다.

◇유가증권시장 새내기주 암울

올해 국내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는 총 17개다. 이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종목은 단 3개(17.6%) 종목이다. 이 중 기업 분할과 지주회사 전환 등으로 재상장 및 변경 상장한 동아에스티와 JB금융지주를 제외하면 새로 증시에 선을 보인 상장 기업은 특수 합성섬유 로프(밧줄)를 만드는 기업인 DSR 단 한 개뿐이다.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 기업은 지난 2010년에 24개에서 2011년에 18개, 2012년에 7개로 계속 감소 추세다. 지난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전체 신규 상장 기업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기업은 약 3~5개 중 1개꼴이었는데, 올 들어 15개 중 1개꼴 수준이다.

그나마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한 DSR은 다른 신규 상장 코스닥 기업보다 주가가 부진하다. DSR은 공모가(4000원) 대비 현재 주가가 7% 정도 올랐다. 올해 상장한 코스닥 기업 중 엑세스바이오와 삼목강업 등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100% 이상 높고 세호로보트·아이센스·나스미디어·제로투세븐·아이원스·케이지이티에스 등도 공모가 대비 주가가 30~90% 정도 높다.

◇실적 악화에 주가도 약세

주가 부진은 DSR 1개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한 종목들도 대부분 주가가 부진하다. 수산물 가공·유통업체인 사조씨푸드는 공모가(1만600원) 대비 현재 주가가 거의 반 토막 났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상장한 기업 중 가장 부진한 성적표다. 섬유 제조업체 휴비스는 공모가 대비 현재 주가가 7% 낮다.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지엠비코리아와 패션 섬유소재 기업 코오롱패션머티리얼도 현재 주가가 공모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종목(7개) 중 거의 절반이 부진한 셈이다.

이 기업들은 대개 최근 발표한 실적이 상장 전보다 악화했다. 사조씨푸드는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줄었다.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줄었고 휴비스는 77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엠비코리아는 47억원으로 30% 감소했다.

앞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던 기업 중 공모 청약이 미달되는 기업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상장한 CJ헬로비전과 AJ렌터카는 공모주 청약이 미달됐었고 SBI모기지는 경쟁률이 2대1 수준에 그쳤었다. 이들은 대개 기관투자자에게서 공모 가격이 희망 공모가 대비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작년 이후 코스닥 새내기 기업의 청약 경쟁률은 대부분 100대 1을 넘었다. 1000대 1을 넘은 기업도 6곳으로 전체 코스닥시장 새내기 중 6분의 1에 달했다.

◇대형주, 올해는 피해 가자

전문가들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1800~1900대에서 지지부진하며 기업공개(IPO) 시장이 한층 얼어붙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장을 추진하던 대형 기업들도 줄줄이 상장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하반기 상장 '대어(大魚)'로 꼽히던 SK루브리컨츠, 현대로지스틱스, 미래에셋생명 등은 상장을 잠정 중단,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마지막 남은 유일한 대어급으로 꼽히던 현대로템은 지난달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최근 상장 추진을 멈췄다.

신한금융투자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상장하면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란 인식이 파다하다"면서 "내년쯤 증시 상황을 보고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려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40여개 업체가 한국거래소에 상장 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 다음 달 중에 11개사, 9월에 12개사 정도가 상장 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