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저금리시대, 히든 카드로 떠오르다

30대 직장인 이성진씨는 요즘 여유자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고민이다. 1년짜리 예금이라고 해도 이자가 2%대에 불과하니 성에 안 차기 때문이다. 그런 이씨의 눈에 들어온 상품은 바로 은행들이 내놓는 지수연계예금(ELD). 이씨는 "증시 상황만 잘 맞아떨어지면 연 6~7%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원금을 잃을 걱정은 없어 당분간 ELD로 재테크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투자 성향이 '보수화'된 투자자들 사이에서 원금은 보장되면서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주가 연계형 금융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ELD·ELF(지수연계펀드)·ELS(지수연계증권) 등 E씨 3형제와 DLS(파생결합증권)가 대표적이다. 고수익보다는 안정성을 우선시한다는 것이 이들 상품의 공통점. 증시 상황에 맞춰 설계한 상품을 주 단위로 공모하고, 딱 정해둔 금액만큼만 판다. 계좌당 최소 가입금액은 100만원 수준이다.

지수연계예금 ELD, 최고 수익률 年 10%대

요즘 은행권에선 ELD(지수연계예금)가 인기다. ELD는 가입한 금액을 대부분 예금으로 예치하고, 나머지 3~5%를 파생상품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얻는 구조다. 코스피200지수나 홍콩 항셍지수 등을 기준으로 삼고, 만기일에 해당 지수가 가입할 때 정해둔 조건에 맞으면 연 4~10%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조건이 까다로울수록 최고 수익률도 높아지는데, 연 12~15% 수익률을 내건 상품도 있다.

외환은행의 1년 만기 안정전환형 상품(13-9차)을 예로 들면, 상품 만기일에 코스피200지수가 기준일(모집 마감일로부터 2~3일 뒤)보다 낮으면 연 1.5%, 20% 넘게 올랐으면 연 2.5%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코스피200지수가 기준일보다 0.1~19.9% 범위 안에서 상승한 경우엔 최고 연 6.5% 수익과 원금을 받는다. 단, 만기가 되기 전에 해지하면 파생상품 투자에 쓴 돈을 뺀 금액만 돌려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판매액이 40억원에 불과했던 외환은행의 '베스트 초이스 정기예금'엔 연초 이후 2800억원(22일 기준)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김은숙 외환은행 개인상품부 차장은 "그동안 ELD 상품은 주로 원금만 보장해줬지만, 올 들어선 기준 지수가 목표 범위에서 벗어나도 최저 연 1~2%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이 등장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ELS, 삼성전자 등 특정 종목 주가에 연계

증권사들도 원금보장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를 위한 상품을 판매 중이다. 원금보장형 ELS와 DLS 얘기다. ELS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특정 종목의 주가나 코스피200지수, 홍콩 항셍지수, 미 S&P500지수 등 주가지수 등락률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투자상품이다. DLS는 주가가 아닌 금·은·원유 등 상품 가격이나 환율을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원금보장형 ELS와 DLS는 가입 금액의 일부는 채권에 넣고 나머지 돈을 기초자산과 관련된 파생상품에 투자해 원금을 보존한다. 가입 기간은 2~3년으로, 만기가 됐을 때 최소 연 1% 안팎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하철규 우리투자증권 상품기획부 차장은 "원금 손실을 걱정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선 기준지수가 목표한 수준으로 상승하지 않아도 원금과 수익률 1~2%를 보장해주는 '원금보장형'과 기준지수가 목표치만큼 오르면 만기가 되기 전에 약속한 수익과 투자금을 돌려주는 '조기상환형'이 인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스텝다운(step down)식 조기상환형은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에 맞으면 만기가 되기 전에 투자금을 찾을 수 있고, 환매할 수 있는 기준치는 시간이 갈수록 낮아진다. 예를 들어 가입한 지 6개월 뒤엔 기초자산의 가격이 기준일의 95% 이상일 때, 1년 뒤엔 기준일 가격의 90% 이상일 때 원금과 투자 수익금을 찾을 수 있다.

ELS가 어렵다면 전문가가 투자해주는 ELF

전문가의 손을 빌려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ELF(지수연계펀드)는 금·은 등 원자재나 미국 부동산 가격과 관련된 ELS 3~4개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다. 만기일이 정해져 있는 ELS와 달리 환매 시기를 미룰 수 있어 수익률이 좋아질 때를 기다릴 수도 있다. 한 상품에 5억~10억원씩 굴릴 수 있는 큰손들은 은행을 찾아 맞춤식 ELF나 DLF(DLS에 투자하는 펀드)를 설계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단, 원금이 100% 보장되지 않고, 투자금의 1% 안팎을 운용 보수로 내야 한다.

서병욱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투자공학팀장은 "ELF는 올해 6월 말까지 약 3조3000억원이 팔렸다"며 "원금보장형 ELS에 자산을 분배해 투자 위험을 낮춘 원금 보존 추구형 ELF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금 보장형인지, 보존추구형인지 따지세요

원금보장형이란 말 그대로 원금은 책임지고 지켜준다는 말이다. 원금보장형 ELS의 경우 증권사가 운용을 잘못해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고객은 원금을 찾아갈 수 있다. 단, 예금자보호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발행사인 증권사가 망했을 경우엔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반해 원금보존추구형은 '원금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원금보장형이란 표현 대신 '원금보존추구형'이라고 했을 때는 손실 발생 시 증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지수연계펀드(ELF)에도 법적으로 '원금보장형'이란 표현을 쓸 수 없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머니마켓펀드(MMF)도 마찬가지다. CMA·MMF 둘 다 안정적인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률을 지급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이 날 가능성이 작을 뿐이지, 만약 투자한 채권이 부도가 난다거나 하면 투자자는 원금을 까먹을 수 있다. 이 경우 판매사나 운용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