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가 만난 고수] "공룡펀드지만 수익률 최상… 경기 안타는 기업株 사들이기 때문"

여의도에는 일명 '공룡펀드 징크스'라는 게 있다. 잘나가던 펀드라도 순자산이 1조원을 넘어서면 수익률이 부진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몸집이 커서 시황 변화에 재빨리 대처하기 힘들다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바이코리아, 인사이트, 코리아트러스트, 미차솔 등의 펀드들이 '공룡펀드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들 펀드는 덩치만 떼어놓고 보면 한국을 대표할 정도로 컸지만 수익률은 신통치 않아 수많은 투자자들을 울렸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예외란 게 있지 않은가. 바로 KB자산운용의 '밸류포커스펀드' 얘기다. 국내에서 가장 덩치가 큰 2조5000억원짜리 울트라 공룡 펀드이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은 6.5%(제로인 23일 기준)로, 일반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5.0%)을 압도하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서 1년 수익률 상위 2%, 2년 수익률 상위 1%, 3년 수익률 상위 1%로 장기 성과도 최상급이다. 그가 운용 중인 또 다른 펀드인 '중소형주포커스펀드'는 돈이 너무 많이 몰려 문을 닫아 버리는 바람에 새로 가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품절 펀드'가 된 지 오래다. 지난 2009년 11월 첫 출시 때부터 지금까지 붙박이로 밸류포커스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최웅필 펀드매니저(이사)를 머니섹션 M플러스가 만나봤다. 최 이사는 연세대 상경대학 졸업 후 지난 1999년에 주식시장에 몸을 담은 15년차 펀드매니저다.

―하루 평균 2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흠칫 놀라며) 그렇게 많이 들어오고 있었나? 몰랐다. 주가가 많이 출렁거렸는데 오히려 이를 저가매수 기회로 생각한 자금이 아닐까 생각된다. 주가가 싸졌을 때 더 사두면 이득이라는 걸 투자자들이 알게 된 것 같다. 펀드 출시 이후 연간 수익률이 늘 안정적이었다는 과거 성과도 작용했을 것 같고."

―주로 어떤 기업을 사들이나.

"약 100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경기를 타지 않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시장에 대한 낙관이나 경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생각은 아직 없다. 경기 영향을 어쩔 수 없이 받을 수밖에 없는 기업들은 베팅하기엔 조심스러운 단계라고 생각한다. 조선·철강·건설·화학과 같은 경기 민감주는 가격이 많이 빠져 있지만 사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섰고 경기에 베팅하기는 어렵다. 경기 민감주보다는 필수 소비재 성격을 갖고 있는 기업이나, 경기를 타더라도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안전하고 성과도 더 좋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쇼핑 목록을 알려달라.

"글쎄, 요즘은 딱히 사고 싶은 게 없어서…. 그냥 현금으로 많이 들고 있다. 현금 비중이 20% 정도 된다. 그나마 최근 사들인 것은 삼성전자 정도다. (안 사는 이유는) 아직 경기 방향성이 또렷하게 잡히지 않아서다. 미국 경기가 좋아졌다고 말은 하지만 별로 미덥지 않다. 경기가 호전된다고 해도 그게 사실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것일 수도 있다."

―삼성전자 전망을 어둡게 보는 사람도 많은데.

"스마트폰과 관련해선 올해 혹은 내년에 이익이 피크(꼭짓점)를 찍을 가능성은 있다. 다만 (내가) 주목하는 것은 너무 낮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다. 현재 PER(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을수록 저평가되었다는 의미)이 6배이고 최악의 상황이 된다고 해도 삼성전자의 PER은 9~10배 수준일 것이라고 본다. 아주 보수적으로 봐서 PER 9~10배 수준이 된다고 해도 이는 글로벌 IT업계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지위로 미뤄봤을 때 너무 낮은 숫자다."

―삼성전자에 대한 믿음이 강한 것 같다.

"삼성전자는 어떤 환경에서도 굉장히 적응을 잘하는 DNA를 갖고 있다고 본다. 저가폰 시대가 온다고 해서 도태되긴커녕,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질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이 정도 가격까지 폄하할 것은 아니라고 보는데, 시장에서 이성을 잃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론 후발 주자들이 쫓아오고 있으니 실적은 지금보다 다소 떨어질 수 있겠지만 지금 수준(PER 6배)까지 평가절하당하는 것은 난센스다. 급이 다른 글로벌 톱 기업인데 수급으로 꼬이고 스마트폰이 하락의 명분을 만들면서 최근 주가가 충격적으로 많이 빠졌으나 조만간 재평가받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서도 그렇게 되어야 하고."

―투자가 꺼려지는 기업은?

"현금 흐름이 막힌 회사는 좋지 않다. 한국전력 같은 회사는 배당도 제대로 못하고 있고 비즈니스 자체도 매력이 떨어진다. 시장 내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지만 이를 통해서 캐시플로(현금 흐름)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반면 골프존 같은 회사는 앉은 자리에서 돈을 끌어 모은다. 사람들이 가서 한 번 스크린골프를 하면 요금 중에 2000원씩 회사가 가져간다. 가만히 앉아서 현금으로만 600억~700억이 유입된다. 이런 알짜배기 회사를 찾아서 투자해야 한다."

―펀드 규모가 최근 매우 커졌다.

"현재 펀드가 보유 중인 100여개 기업은 정말 마음이 놓이는 좋은 기업들이다. 미국 경기가 어떻게 되든, 일본 아베 총리가 뭐라고 말하든, 이들 기업은 자기 자리에서 돈을 차곡차곡 벌고 있다. 주식 시세를 매일 체크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다. 알짜배기 기업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수익률을 만들어가고, 주식시장이 좋든 안 좋든 비즈니스를 하면서 재평가받아 성과가 좋아지는 것이다."

―펀드 규모가 커지면 성과가 나빠진다던데.

"전혀 상관이 없는 건 아니다. 실제로 과거에 돈이 많이 몰렸던 펀드들이 수익률이 나빠진 경우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대형 펀드들은 대부분 대세 상승장에서 주도주에 집중 투자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때문에 주도주의 힘이 약해지고 약세장이 됐을 때 펀드 수익률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그래서 대형 펀드는 수익률이 안 좋다는 오해가 생겼다. 하지만 (밸류포커스펀드는) 다르다. 저평가되고 소외된 주식을 사들이며 적정 가격(PER 15배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되면 한 주도 남김없이 냉정하게 팔아버린다. 그 때문에 규모와 수익률은 큰 상관이 없다."

―최근 가입한 사람은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3년 이상 장기로 투자한다면 언젠가는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원금이 까졌으니 실망스럽고 괴롭긴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가져가면 회복할 것이며, 종국에는 다른 투자 수단보다 나은 성과로 보답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기대수익률은 연 10% 정도가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