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7.31 09:41

SENIOR CARE

전문 케어기버(CAREGvier™)는 집으로 직접 찾아가 어르신을 돌보는 ‘돌봄 전문가’를 말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르신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케어기버의 역할. 이들에게는 오랜 케어 경험을 통해 어르신을 효과적으로 돌보는 노하우가 있다.

“그분이 처음 발을 뗀 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마이크가 한 걸음 한 걸음 혼신의 힘을 기울여 발을 내딛는 순간, 백순원 케어기버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 발걸음의 주인공도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이 다시는 걸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큰 감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 순간은 매우 놀라웠습니다. 당시 그의 아내도 곁에 있었는데 함께 부둥켜 안고 울었어요. 크리스마스이브에 일어난 일입니다.”

백 씨는 지난해 겨울 시니어케어 전문기업 홈인스테드코리아의 외국인 고객 마이크(가명)를 돌봤다. 당시 마이크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하반신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고, 홀로 외롭게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재활 의지가 없었다. 재활 운동에 소극적인 것은 물론,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누군가 곁에서 현재의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야 했지만 아내는 직장에 다녀 그의 곁을 지킬 수가 없었다.

결국 그의 아내는 시니어케어 전문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홈인스테드코리아는 마이크와 말이 통하는 케어기버를 배정했다. 몸이 불편한 고객에게 신체적 도움은 물론 정서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백 씨를 포함해 2명의 케어기버가 번갈아가며 마이크를 돌봤다. 케어기버들은 환자에게 회복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를 했다. 가능하면 스스로 움직이도록 유도했고, 재활 운동을 빠뜨리지 않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그렇게 4주 정도가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이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불편한 어르신과 케어기버 사이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만큼 완벽한 케어기버는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24시간 곁에서 어르신을 돌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병원에서는 의료진이나 간병인 등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집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런 이들에게는 직접 집으로 찾아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케어기버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 케어기버는 다년간의 경험과, 지속적인 교육 및 소속 회사의 관리 덕분에 고객의 신뢰를 얻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앞서 소개한 마이크의 사례에서도 환자와 케어기버의 관계가 처음부터 원만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어르신이 자신을 믿고 의지하도록 노력한 끝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전문 케어기버들이 지닌 노하우는 무엇일까. 그들이 말하는 어르신을 잘 돌볼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라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는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곁에서 자신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어르신들은 큰 안도감을 얻습니다. ‘이 사람은 내가 힘들 때 나를 지키고 있구나.’ 이런 마음이 들 수 있도록 그분들의 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그것만으로도 관계가 좋아집니다.” - 백순원 케어기버

살다 보면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럴 땐 왜 나만 이런 일을 겪는지 억울하기도 하고 아무도 내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한 후 겪는 증상도 이와 유사하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위로다. 위로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묵묵히 옆을 지키면서 어르신이 하는 말을 들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2. 필요한 존재임을 인식시켜라

“나이가 들고, 신체 활동 능력이 떨어지면 스스로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곤 합니다. 어르신들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도록 어떤 역할을 맡겨야 합니다. ‘조언 구하기’는 활기를 불어넣는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들에게 작은 고민을 털어놓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세요. 아마 평소와는 다른 어르신의 눈빛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 정현미 케어기버

몸이 아프면 의지도 약해진다. 자존감 역시 한없이 낮아진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세상의 낙오자가 된 듯한 불안감에서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그들의 존재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사적인 고민을 털어놓거나, 세상사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등 작은 노력만으로도 환자의 자존감은 크게 올라간다.

3. 입장을 바꿔 생각하라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입장을 바꿔서 내가 그런 처지라면 어떨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합니다. 그래야 어르신이 어디가 불편한지 알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를 낮추는 것입니다.” - 이헌무 케어기버

상대방의 입장에 서보지 않고서 그 사람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관절염에 시달리는 할머니를 본 어린 손자가 ‘왜 이렇게 종종걸음이실까’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르신을 돌볼 때는 그들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르신이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고 해서 섭섭해하기보다 ‘만일 어르신 입장이라면 나는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몸과 마음의 고통이 얼마나 심하면 이럴까’ 하며 이해하는 마음이 생긴다. 도움이 필요한 것은 ‘내’가 아닌 ‘어르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4. 응원과 칭찬을 아끼지 말라

“몸이 편찮고 연로하셔도 마음은 젊은 사람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르신들 외모 가꾸는 것에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단정하게 머리도 빗겨드리고 매니큐어도 발라드립니다. 그런 후에 아름답게 변한 외모를 칭찬해드리면 행복한 미소를 지으십니다.” - 이명자 케어기버

편찮은 어르신들은 자신의 상태가 더 악화되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생각만큼 몸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은 더 커진다. 그래서 케어기버는 어르신의 자신감 형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우선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주 칭찬을 하는 것이 좋다. 자신이 아직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은 어르신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특히 어르신이 조금이라도 의지를 보이면 진심이 담긴 응원을 통해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어르신의 잔존 능력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아직 신체 기능 중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사용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할 때, 그 성취감은 배가 되기 때문이다.

5. 가족도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치매 어르신을 돌본 적이 있는데, 아들이 어머니 곁을 늘 지키며 보살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어요. 가끔씩 어머니는 속옷이 젖은 채로 계시는데도 곁에 있는 아들은 전혀 눈치를 못 채는 거예요. 아무래도 남자여서 그런지, 어머니를 세심하게 챙겨드리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 - 김현경 케어기버

평생 함께 살을 비비며 살아온 가족도 서로에 대해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내 가족이니까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 안다’는 생각에 가족에게 벌어진 상황을 쉽게 단정할 때가 있다.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일은 종종 있다. 특히 자신을 돌보는 가족에게 미안해서 불편함을 참고 있는데도, 보호자가 쉽게 눈치 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문 케어기버 등 외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가족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쉽게 털어놓는 경우가 많아서다.


㈜홈인스테드코리아는 세계 최대 시니어 케어 전문 기업인 미국 홈인스테드 시니어케어의 한국 법인으로 2008년에 설립됐다. 본사와 동일한 케어 서비스를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청주 지역에서 제공하고 있다. 외출 동행, 투약 관리, 식사 준비, 안전한 집 안 환경 유지, 심부름, 치매환자 돌보기 등의 서비스를 통해 부모님을 제대로 돌보기 힘든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문의 02-3218-6243, www.homeinste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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