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케어기버(CAREGvier™)는 집으로 직접 찾아가 어르신을 돌보는 ‘돌봄 전문가’를 말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르신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케어기버의 역할. 이들에게는 오랜 케어 경험을 통해 어르신을 효과적으로 돌보는 노하우가 있다.
“그분이 처음 발을 뗀 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마이크가 한 걸음 한 걸음 혼신의 힘을 기울여 발을 내딛는 순간, 백순원 케어기버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 발걸음의 주인공도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이 다시는 걸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큰 감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 순간은 매우 놀라웠습니다. 당시 그의 아내도 곁에 있었는데 함께 부둥켜 안고 울었어요. 크리스마스이브에 일어난 일입니다.”
백 씨는 지난해 겨울 시니어케어 전문기업 홈인스테드코리아의 외국인 고객 마이크(가명)를 돌봤다. 당시 마이크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하반신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고, 홀로 외롭게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재활 의지가 없었다. 재활 운동에 소극적인 것은 물론,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누군가 곁에서 현재의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야 했지만 아내는 직장에 다녀 그의 곁을 지킬 수가 없었다.
2. 필요한 존재임을 인식시켜라
“나이가 들고, 신체 활동 능력이 떨어지면 스스로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곤 합니다. 어르신들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도록 어떤 역할을 맡겨야 합니다. ‘조언 구하기’는 활기를 불어넣는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들에게 작은 고민을 털어놓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세요. 아마 평소와는 다른 어르신의 눈빛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 정현미 케어기버
몸이 아프면 의지도 약해진다. 자존감 역시 한없이 낮아진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세상의 낙오자가 된 듯한 불안감에서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그들의 존재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사적인 고민을 털어놓거나, 세상사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등 작은 노력만으로도 환자의 자존감은 크게 올라간다.
3. 입장을 바꿔 생각하라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입장을 바꿔서 내가 그런 처지라면 어떨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합니다. 그래야 어르신이 어디가 불편한지 알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를 낮추는 것입니다.” - 이헌무 케어기버
상대방의 입장에 서보지 않고서 그 사람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관절염에 시달리는 할머니를 본 어린 손자가 ‘왜 이렇게 종종걸음이실까’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르신을 돌볼 때는 그들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르신이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고 해서 섭섭해하기보다 ‘만일 어르신 입장이라면 나는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몸과 마음의 고통이 얼마나 심하면 이럴까’ 하며 이해하는 마음이 생긴다. 도움이 필요한 것은 ‘내’가 아닌 ‘어르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4. 응원과 칭찬을 아끼지 말라
“몸이 편찮고 연로하셔도 마음은 젊은 사람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르신들 외모 가꾸는 것에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단정하게 머리도 빗겨드리고 매니큐어도 발라드립니다. 그런 후에 아름답게 변한 외모를 칭찬해드리면 행복한 미소를 지으십니다.” - 이명자 케어기버
편찮은 어르신들은 자신의 상태가 더 악화되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생각만큼 몸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은 더 커진다. 그래서 케어기버는 어르신의 자신감 형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우선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주 칭찬을 하는 것이 좋다. 자신이 아직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은 어르신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특히 어르신이 조금이라도 의지를 보이면 진심이 담긴 응원을 통해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어르신의 잔존 능력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아직 신체 기능 중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사용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할 때, 그 성취감은 배가 되기 때문이다.
5. 가족도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치매 어르신을 돌본 적이 있는데, 아들이 어머니 곁을 늘 지키며 보살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어요. 가끔씩 어머니는 속옷이 젖은 채로 계시는데도 곁에 있는 아들은 전혀 눈치를 못 채는 거예요. 아무래도 남자여서 그런지, 어머니를 세심하게 챙겨드리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 - 김현경 케어기버
평생 함께 살을 비비며 살아온 가족도 서로에 대해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내 가족이니까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 안다’는 생각에 가족에게 벌어진 상황을 쉽게 단정할 때가 있다.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일은 종종 있다. 특히 자신을 돌보는 가족에게 미안해서 불편함을 참고 있는데도, 보호자가 쉽게 눈치 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문 케어기버 등 외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가족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쉽게 털어놓는 경우가 많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