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에 빠져 3년, 삶의 중용 배웠죠"

푸른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조혜련(43)은 여성스러웠다. '골룸'도, '여걸식스'도 아니었다. "(인터뷰 시간에) 늦어 미안하다"며 연방 사과하는 그의 옷자락을 열한 살 우주가 붙잡고 서 있었다. 아이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이 애틋했다.

물론 조혜련은 변함없이 억척이었다. 지난해 13년간의 결혼 생활 파경으로 공백기에 들어갔지만, 오뚝이처럼 컴백했다. 그것도 중국어 교재까지 한 권 들고서다. 일본어에 이은 그녀의 두 번째 외국어 도전기다. '연예인 마케팅' 혐의가 다분히 보이는 책이지만, 조혜련은 "약육강식의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3년에 걸친 중국어 공부가 나를 구원했다"고 말했다.

중국어 강사인 동생 혜숙(40)씨가 길잡이가 되어줬다. "1993년인가 동생을 중국 인민대학으로 유학 보냈어요. 그때만 해도 중국어는 희귀어였고, 저도 신인이라 벌이가 시원치 않을 때인데 큰맘 먹고 유학비를 대줬지요. 그 돈 갚는 셈 치고 나한테 중국어 좀 가르쳐달라고 했어요. 평촌에서 내가 사는 일산까지 매일 달려와 하루 3시간씩 수업했지요."

"어학에 재능 있는 머리는 아니었지만 투지 하나는 탁월해" 중국어 공부 시작한 지 1년 2개월 만에 중국어능력평가시험(新 HSK) 5급을 땄다. 중국어 신문이나 영화, TV프로를 60~70%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란다. 이혼 직후 중국 선전으로 도망치듯 떠났다. 셋방에서 혼자 밥 해먹으며 공부한 현지 생활 7개월이 그에겐 더없이 좋은 '인생 공부'가 됐다고 했다.

"중국어 배우려고 사람들 많이 모이는 동네 자전거방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MTB 좋아하는 사람들이 거기 다 모였거든요. 재미난 건, 렉서스 타고 다니는 부자부터 백수건달까지 서로들 정말 친한 거예요. 우리는 부(富)의 정도나 학벌을 비교하며 그룹을 짓잖아요. 동창회를 가도 '짝퉁' 가방 하나 들어줘야 하고. 그래서 내가 무직자인 청년에게 물었어요? 렉서스 타는 부자 청년이 부럽지 않으냐고. 그랬더니 '부러워하면 뭐해? 나는 그 애가 될 수 없는데. 그리고 난 지금 충분히 행복해. 자전거만 해도 내가 훨씬 잘 타잖아?' 하는 거예요. 와~ 멋졌어요. 스타입네 하며 살아온 저를 반성했지요."

조혜련은 20년 연예계 생활에 회의를 느끼는 듯했다. "우린 완전히 경쟁 사회잖아요. 박미선 언니가 프로그램 하나 더 들어가면 내가 막 도태되는 것 같고, 김구라가 애드리브 들어가면 '아, 나도 저기 묻어서 하나 치고 들어가야 하는데' 하며 초조해지고 말이죠."

그런데 왜 돌아왔느냐고 물었다. "내가 없다고 연예계가 안 돌아가는 게 아니더라고요. 누구 좋으라고 쉬겠어요, 하하! 그런데 중국 다녀온 뒤 제가 TV에서 편하고 여유로워 보인다고들 해요. 애드리브 하나를 치더라도 아무 때나 말고 결정적인 순간에 한번 제대로 치자, 뭐 이렇게 바뀌었어요. 경주마처럼은 살지 않으려고요."

70년 개띠인 조혜련에게 "연예계에서 나이 든다는 것은 한물갔다는 뜻이냐"고 물었다. 그가 엄앵란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중력의 법칙이 있으니 (살들이) 걷잡을 수 없이 처지긴 하지요, 하하! 그런데 정신적인 체력은 달라요. 엄앵란 선생님이 78센데요, 똑같이 10시간을 녹화해도 안 지치세요. 아마 그분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방송할 거예요. 감각이, 와~ 젊은 애들한테 전혀 안 떨어져요."

이런저런 시련이 조혜련에겐 약이 된 게 분명했다. "유재석, 강호동 부럽지요. 하지만 비실비실하고 덜 웃긴 이윤석의 자리도 있는 거예요. 어느 날 윤석이가 분장실에서 '누나, 난 정말 가늘고 길게 갈 거야. 경규 형, (서)경석한테 붙어서 오래오래 갈 거야' 그래요. 정말 자립심도, 야망도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윤석이가 명답이에요. 물론 한 획을 그으면서 살면 좋죠. 하지만 한 방보다는 잔가지를 많이 치는 인생도 괜찮지 않을까, 그 또한 중용의 삶이 아닐까, 요즘 그런 생각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