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우의 팝 컬처] 가서 무엇이든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렴
입력 : 2013.07.31 22:48
'집의 안락함' 박차고 여행 떠난 션, '정말 원하는 것' 찾던 시은과 만나
자동차·가구 대신 가진 건 트렁크뿐… 방콕·LA·뉴욕·런던… 전 세계 유랑
일류대, 고액 연봉 중시 부모 세대… 청년 세대는 개방적으로 바뀌어 가
션(Shaun)과 김시은은 2008년 크리스마스이브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우연히 만났다. 동국대 영문과 4학년이던 시은은 낯선 영국 청년 앞에서 영어로 셰익스피어 희곡 대사를 줄줄 외웠다. 영국 청년 션은 그런 시은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션이 서른여섯 살, 시은이 스물두 살이었다.
두 사람은 이후 한 달간 불같은 연애를 했다. 그리고 션은 태국으로 떠났다. 석 달 뒤 션이 한국으로 돌아올 때 시은이 공항으로 마중 나갔다. 션은 2009년 10월 이태원의 한 찜질방에서 팔베개를 하고 모로 누운 채 시은에게 말했다. "나랑 결혼해 줄래(Will you marry me)?" 시은이 대답했다. "그러지 뭐(Yeah)." 두 사람은 2010년 2월 6일 미국 뉴올리언스의 오듀본공원의 커다란 도토리나무 아래서 결혼식을 올렸다. 가족과 친구 10명가량이 지켜본 조촐한 예식이었다. 두 사람은 지금 서울 서대문에 산다.
영국 런던 교외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션은 20대 초반에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를 읽었다. 집이 주는 안락함에서 뛰쳐나와 여행을 하며 살기로 결심했다. BBC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음악을 좋아한 그는 거의 무일푼으로 유럽을 여행했다. 돈이 떨어지면 길거리 공연을 하거나 삯일을 했다. 돈이 떨어진 어느 날 독일 뒤셀도르프 기차역 벤치에서 잠을 청했다. 아침에 몰골이 남루한 노숙자가 그를 흔들어 깨웠다. "어이, 일어나. 같이 아침 먹자고." 노숙자는 어디서 얻었는지 모를 계란과 빵을 내밀었다. 션은 "그날 아침 나는 인생에서 알아야 할 큰 교훈 하나를 배웠다"고 말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렀다. 자신의 성을 따 '사우스웨이(Southway)'란 1인 밴드를 만들었고, 음반도 발표했다. 함께 살던 룸메이트가 "영어 강사 하러 한국 간다"기에 "나중에 너 만나러 한국 놀러 가마"라고 했다. 그렇게 처음 한국에 온 것이 2005년이었다. 한국의 예절과 전통이 영국과 비슷하다고 느낀 그는 한국을 좋아했다. 그러다가 시은을 만났다.
두 사람은 이후 한 달간 불같은 연애를 했다. 그리고 션은 태국으로 떠났다. 석 달 뒤 션이 한국으로 돌아올 때 시은이 공항으로 마중 나갔다. 션은 2009년 10월 이태원의 한 찜질방에서 팔베개를 하고 모로 누운 채 시은에게 말했다. "나랑 결혼해 줄래(Will you marry me)?" 시은이 대답했다. "그러지 뭐(Yeah)." 두 사람은 2010년 2월 6일 미국 뉴올리언스의 오듀본공원의 커다란 도토리나무 아래서 결혼식을 올렸다. 가족과 친구 10명가량이 지켜본 조촐한 예식이었다. 두 사람은 지금 서울 서대문에 산다.
영국 런던 교외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션은 20대 초반에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를 읽었다. 집이 주는 안락함에서 뛰쳐나와 여행을 하며 살기로 결심했다. BBC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음악을 좋아한 그는 거의 무일푼으로 유럽을 여행했다. 돈이 떨어지면 길거리 공연을 하거나 삯일을 했다. 돈이 떨어진 어느 날 독일 뒤셀도르프 기차역 벤치에서 잠을 청했다. 아침에 몰골이 남루한 노숙자가 그를 흔들어 깨웠다. "어이, 일어나. 같이 아침 먹자고." 노숙자는 어디서 얻었는지 모를 계란과 빵을 내밀었다. 션은 "그날 아침 나는 인생에서 알아야 할 큰 교훈 하나를 배웠다"고 말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렀다. 자신의 성을 따 '사우스웨이(Southway)'란 1인 밴드를 만들었고, 음반도 발표했다. 함께 살던 룸메이트가 "영어 강사 하러 한국 간다"기에 "나중에 너 만나러 한국 놀러 가마"라고 했다. 그렇게 처음 한국에 온 것이 2005년이었다. 한국의 예절과 전통이 영국과 비슷하다고 느낀 그는 한국을 좋아했다. 그러다가 시은을 만났다.
시은은 대학 4학년 초만 해도 졸업하면 미국 대학원에 진학해 무대예술을 공부하고, 박사 학위까지 받아 교수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날 '그것이 내 마음속에서 정말로 원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션을 만났다.
그녀는 고교 때 학교를 자퇴하고 중국 다롄에 있는 캐나다 고교에 진학했다. 스스로 결정한 것이었다.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시은은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어머니를 꼽았다. "엄마는 저에게 아무것도 강제로 시키지 않았어요. 다만 '너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항상 말씀하셨어요. '쉽고 편한 인생이란 어디에도 없다. 독립적인 사람이 돼라'고 늘 가르치셨죠."
두 사람은 방콕~샌프란시스코~LA~뉴욕~뉴올리언스~런던~마드리드를 거쳐 서울로 돌아왔다. 정착하지 않는 삶이어서 자동차도 가구도 없다. 트렁크 몇 개가 이들이 가진 모든 것이다. 내년 1월까지 서울에 살다가 다시 런던으로 갈 계획이다. 시은은 남편의 밴드 '사우스웨이'에 합류해 노래를 한다. 뉴올리언스에서 결혼한 직후엔 신부 베일을 머리에 쓰고 '방금 결혼했어요(Just Married)'라고 적은 종이 앞에서 길거리 공연을 했다. 이들은 최근 네 번째 음반 '체인징 월드(Changing World)'를 내놓았고, 오는 8일 신곡 '일백년'을 추가로 발표한다. 션이 해온 록 음악에 시은이 한국어 가사를 판소리 창법으로 불렀다. 시은은 "한을 토해내는 것 같은 우리 전통 음악이 영국 록 음악과 잘 맞는 것 같다"며 "우리의 전통과 유산이 자꾸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서 음악에 녹여 넣었다"고 했다. 18일엔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시티브레이크 록 페스티벌' 무대에도 선다.
션과 시은 부부가 택한 삶의 방식이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의 청년들이 2010년대를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다. 이런 젊은이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며, 특히 한국 청년들 가운데 이런 삶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전쟁과 개발시대를 거친 부모 세대는 여전히 '내신 1등급, 일류대 졸업장, 고액 연봉' 같은 가치에 매몰돼 있지만, 청년 세대는 그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고 독립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아직도 학교의 가정통신문에는 '부모가 원하는 아이의 장래 직업'을 묻는 난이 있다. 그걸 묻고 답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지난 5월 1만8000석 잠실 공연장을 매진시킨 미국 뮤지션 제이슨 므라즈(36)는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은 제게 항상 말씀하셨어요. '가서 무엇이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렴. 집에서는 우리가 언제나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잊지 말고.'"
그녀는 고교 때 학교를 자퇴하고 중국 다롄에 있는 캐나다 고교에 진학했다. 스스로 결정한 것이었다.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시은은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어머니를 꼽았다. "엄마는 저에게 아무것도 강제로 시키지 않았어요. 다만 '너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항상 말씀하셨어요. '쉽고 편한 인생이란 어디에도 없다. 독립적인 사람이 돼라'고 늘 가르치셨죠."
두 사람은 방콕~샌프란시스코~LA~뉴욕~뉴올리언스~런던~마드리드를 거쳐 서울로 돌아왔다. 정착하지 않는 삶이어서 자동차도 가구도 없다. 트렁크 몇 개가 이들이 가진 모든 것이다. 내년 1월까지 서울에 살다가 다시 런던으로 갈 계획이다. 시은은 남편의 밴드 '사우스웨이'에 합류해 노래를 한다. 뉴올리언스에서 결혼한 직후엔 신부 베일을 머리에 쓰고 '방금 결혼했어요(Just Married)'라고 적은 종이 앞에서 길거리 공연을 했다. 이들은 최근 네 번째 음반 '체인징 월드(Changing World)'를 내놓았고, 오는 8일 신곡 '일백년'을 추가로 발표한다. 션이 해온 록 음악에 시은이 한국어 가사를 판소리 창법으로 불렀다. 시은은 "한을 토해내는 것 같은 우리 전통 음악이 영국 록 음악과 잘 맞는 것 같다"며 "우리의 전통과 유산이 자꾸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서 음악에 녹여 넣었다"고 했다. 18일엔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시티브레이크 록 페스티벌' 무대에도 선다.
션과 시은 부부가 택한 삶의 방식이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의 청년들이 2010년대를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다. 이런 젊은이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며, 특히 한국 청년들 가운데 이런 삶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전쟁과 개발시대를 거친 부모 세대는 여전히 '내신 1등급, 일류대 졸업장, 고액 연봉' 같은 가치에 매몰돼 있지만, 청년 세대는 그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고 독립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아직도 학교의 가정통신문에는 '부모가 원하는 아이의 장래 직업'을 묻는 난이 있다. 그걸 묻고 답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지난 5월 1만8000석 잠실 공연장을 매진시킨 미국 뮤지션 제이슨 므라즈(36)는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은 제게 항상 말씀하셨어요. '가서 무엇이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렴. 집에서는 우리가 언제나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잊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