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업체, 돈 되는 해외 브랜드 수입에 열중

최근 국내 패션업체들이 해외 유명 의류 브랜드를 경쟁적으로 국내에 들여오면서 수입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체 브랜드 사업을 과감하게 접는 것과 대조적이다.

패션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는 건 불황을 타개하려는 측면이 크다. 하지만 "치열한 연구·개발 없이 너무 안일하게 사업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브랜드 수입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현재 사업 진행 중인 해외 브랜드가 자체 브랜드(8개)의 4배가 넘는 33개다. 작년엔 프랑스 명품 '지방시', '셀린느' 판권을 한섬으로부터 가져왔다. 올해도 6월에 프랑스 아웃도어인 '살로몬 아웃도어'를 들여왔고, 이달엔 스웨덴 브랜드 '아크네'를 들여와 판매할 예정이다.

한섬은 작년에 현대백화점이 전개하던 해외 브랜드 '올라카일리', '주시꾸띄르' 사업권을 가져오고, 올봄엔 이탈리아 브랜드 '일레븐티' 등을 확보했다. 또 작년에 수입사업부를 새롭게 확대 편성하면서 제일모직에서 편집숍(패션브랜드를 한데 모은 매장) '비이커'를 책임졌던 인사를 영입해 수입 사업부 총괄을 맡겼다.

◇불황에 '효자 노릇' 하는 해외 브랜드

의류업체들이 수입 브랜드 사업에 적극적인 이유는 불황 속에서 수입 브랜드가 패션업계의 매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7월까지 A백화점 여성 고급 의류 매장 매출 1~5위 순위에서 국내 브랜드는 하나밖에 없었을 정도다.

작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총 매출액 7883억 가운데 절반 수준인 3842억원을 수입 사업으로 올렸다. 2009년부터 '이자벨 마랑', '질 스튜어트', '바네사 브루노' 등 해외 브랜드 국내 영업권을 인수한 LG패션은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여성복 사업 매출 비중이 해외 브랜드의 선전에 힘입어 올해는 30%(예상치)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이 해외 브랜드들 매출은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50% 성장했다.

해외 브랜드 수입은 대상 브랜드만 결정되면 상품 선택과 수입·판매 등이 비교적 간단하다는 점도 업체들이 브랜드 수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김선혜 부장은 "지금 같은 불경기 때는 시장 조사나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국내 자체 브랜드 개발을 하기보다는 이미 해외시장에서 테스트를 거친 수입 브랜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투자 비용과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금융 위기 등으로 인해 유럽 유명 브랜드가 침체를 겪으면서 작년부터 프랑스·이탈리아의 유명 패션업체들이 국내 기업에 브랜드 인수 의향을 타진하는 경우도 부쩍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토종 브랜드 축소 우려

업계에선 해외 브랜드 수입 경쟁에 대해 "치열한 연구·개발을 하지 않고 너무 쉽게 사업을 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유명 SPA(제조·유통 일괄 의류 회사)의 공략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위축돼 있는 국내 토종 브랜드의 입지가 해외 브랜드의 범람으로 더욱더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반드시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해외 여행객 증가 등으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브랜드를 접할 기회가 늘었고, 유행에 발 빠른 소비자들은 구매대행사이트를 통해 해외 브랜드를 직접 구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브랜드들의 국내 진입이 토종 브랜드를 위축시킨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주태진 본부장은 "우리 브랜드가 트렌드에 민감한 해외 패션 브랜드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