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캐며 사는 네팔 아이들, 한국 동화로 꿈을 찾다

"선생님, 저도 돌과 구름, 바람과 이야기해 볼 수 있을까요?"

지난달 13일 오후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시(市)에서 남동쪽으로 50㎞ 떨어진 작은 마을 마하데브베시. 크리스너 라이(15)가 동화책을 들고 마을을 찾은 작가 선현경(43)씨에게 물었다. 라이는 열 살 때부터 매일 아침·저녁 4시간씩 마을 옆 아그라강에서 돌을 캤다. 이 돌을 석재 회사에 판 돈으로 노트와 책을 샀다. 아이에게 돌이란 먹고사는 수단일 뿐이었다.

"당연하지,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단다. 주변을 돌아보고 이야기해보렴."

동화작가와 네팔의 아이는 함께 웃었다. 10가구 남짓한 돌 캐는 마을의 아이들에게 이날 한국에서 동화책 '나마스테(안녕) 아리'가 도착했다. '나마스테'라는 말이 적힌 길가에 떨어진 쪽지를 발견한 네팔 아이 '아랑'이 그 뜻을 알기 위해 개미와 구름, 바람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동화책은 부부 동화작가인 이우일(44)·선현경씨의 재능 기부로 탄생해 한국과 네팔에서 동시 발매됐다.

카트만두 외곽 마따띠르타 마을의 라즈 수르게티(17)는 동화책을 받자마자 여동생 라비나(8)에게 달려갔다. 생계를 위해 십수 일씩 집을 비우는 아버지와 알코올중독인 어머니 사이에서 홀로 방치된 동생과 함께 수르게티는 책을 읽어내려 갔다. 작은 아이 한 명이 머리를 내밀 만한 창(窓)으로 들어온 햇빛은 흐릿했지만 라비나는 기쁜 표정이었다. "오빠, 정말 신나. 나 정말 의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삼촌의 잡화점에서 소가죽 신발을 만드는 수르케티는 "책을 읽으니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다.

국제 구호 단체 기아대책과 비영리 단체 북스인터내셔널은 이날 네팔판 '나마스테 아리' 1500권을 책이 없는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선 작가는 "돌을 캐 공부하는 아이들, 신발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는 아이들에게도 어떤 것이든 상상할 수 있는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기아대책(kfhi.or.kr 02-544-9544)은 국내 후원을 받아 41개국 136개 해외 어린이 개발 사업(Child Development Program)을 통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전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