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휴가 '쉬쉬놀놀공화국' 방문해 보세요

그가 또 일을 벌였다. 버려진 유원지를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코스로 만든 강우현(60) 남이섬 대표. 이번에는 서울 광진구와 강남구, 인천 서구 정서진, 경기 여주, 가평, 양평, 강원 양구, 충북 충주, 충남 서산, 전남 진도, 경북 청송 등 11개 지자체와 강원도 춘천 남이섬이 12개의 가상국가를 만든 다음 이들을 UN처럼 모은 '상상나라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한국을 대표하는 상상관광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강 대표는 "11개 지자체를 남이섬 수준의 관광지로 만드는 일"이라며 "이를 위해 국내 최초로 지자체와 민간이 비영리 법인을 공동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무총장직을 맡아 상상나라 공화국을 만드는 일을 진두지휘했다. 상상나라 연합은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 닷새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개최하는 '대한민국 상상엑스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이미지 관광을 알리게 된다.

강 대표는 "상상은 살길, 창조는 갈 길"이라며 "마구잡이로 일을 벌여도 세상은 망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상상'이라는 말에 너무 많은 규칙을 만들어요. '상상하고 창조하자'고 하면 상상과 창조의 뜻부터 찾아보려고 하죠. 걱정과 토론을 많이 하는 사람들의 결론은 '안된다'예요. 하지만 저처럼 일을 저지를 줄 아는 사람들의 상상은 '된다'가 많죠. '강우현은 원래 저런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으니 저는 좀 더 유리하죠."

관광지 개발을 위해 혈세를 쏟아붓고도 제대로 된 관광사업을 발전시키지 못한 지자체들이 수없이 많다. 지자체들의 행사가 천편일률적인 전시성 행사에 그친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능한 일일까? 강 대표는 "공공기관이나 공무원들은 이런 일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업체들에 이용당하고 행사를 발전시키지 못한다"며 "돈을 바라지 않는 대신 '나를 믿고, 간섭하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숫자 부풀리기'에 급급해요. 지난해 강원도 방문객이 9000만명, 경주 1000만명이라는데 외지인이 얼마나 될까요? 자기 지역을 너무 사랑하다 보니 외지인을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도 문제예요. 이름만 관광 명소인 지역 문화재나 명승이 수두룩해요. 경쟁력이 없는 거죠."

강 대표는 지역 전체를 대표하는 대신 특정 장소나 생활공간을 재활용하고 추상적인 이미지를 상징화해 지역별로 이름을 붙였다. 어린이대공원에서 2011년부터 서울동화축제를 열어온 서울 광진구는 '동화나라공화국',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에 공원을 세우기로 한 인천 서구 정서진은 '역발상공화국', 높은 산과 깊은 계곡, 각종 레저시설이 있어 쉬고 놀기 좋은 경기도 양평은 '쉬쉬놀놀 공화국'으로 이름 붙이는 식이다.

상상나라 '관광여권'도 만들었다. 이번 엑스포에서 12개 국가의 도장을 모두 찍으면 남이섬 입장료를 무료로 해준다. 상상나라 간의 '무역 체계'도 만들 예정이다. 이미 남이섬은 여주 쌀만 구입하기로 약정했다. "국가 간의 무역처럼 상상나라 간에도 무역을 하는 거죠. 먹고사는 관광지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그는 이미 마흔아홉 살에 교수직을 마다하고 월급 100원을 받으며 남이섬을 관광지로 개발해냈다. 환갑을 앞둔 나이에 '왜' 또 이런 도전을 하는 건지 물었다. 그는 "왜라는 질문은 '왜' 하는 거냐"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상상의 권력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되는 쪽으로 생각하면 일이 되고, 부정적인 상상을 하면 일이 안 되게 돼 있어요. 사람들에게 '너희는 이런 거 몰랐지, 바보들아!'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앞으로의 미래는 나도 몰라요. 일이 잘못된다고 해서 죽는 것도 아닌데요, 뭐." 그가 한마디 덧붙였다. "일이 잘못돼서 죽는다 하더라도 죽으면 되지요. 이 세상에 누가 죽을 걸 알고 죽나요? 크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