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역발상… 불황에도 투자 늘려 新성장동력 확보

신세계그룹이 5일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2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유통업계가 장기 불황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신세계의 투자 확대는 이례적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국내외 경기는 불투명하지만,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며 "유통소매업 특성상 국내 투자가 대부분이어서 (투자 확대가) 실질적 고용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 위한 포석

신세계는 투자 확대에 대해 "어려운 시기일수록 과감히 투자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점포 출점 규제 등으로 유통 사업 환경이 달라진 상황에서 중점 사업 위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해 확실하게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세계가 이번에 집중 투자하는 분야는 경기도 하남에 설립 중인 복합 쇼핑몰과 동대구복합환승센터 부지 매입, 부산 센텀시티 부지 개발 등 모두 현재 신세계의 대표적 역점 사업으로 꼽히는 분야다.

쇼핑, 식당, 문화·레저 공간이 한곳에 모여 있는 복합 쇼핑몰은 유통업계가 신(新)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작년과 올해 백화점 매출 성장률은 4.9%로 정체되어 있는 반면, (교외형) 프리미엄 아웃렛은 작년에 전년보다 41.3% 성장했고, 올해도 작년보다 31% 성장할 전망이다.

갤러리·찜질방 등 각종 문화·레저 공간을 입점시킨 부산센텀시티는 최근 3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고속철도(KTX)와 고속·시외버스, 지하철, 택시 등 주요 교통 시설과 쇼핑·문화 공간을 한데 모은 동대구복합환승센터는 2016년 완공 이후 대구 지역 쇼핑 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는 곳이다.

반면 업계 1위인 마트 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신세계는 "이마트 신규 부지 확보와 점포 재단장, 온라인몰 강화 등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지만, 정부가 대형마트 신규 출점을 제한하고 있어 투자 규모가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 업체 롯데의 공격 경영도 의식

어려운 시기에 투자를 늘린다는 신세계의 구상은 경쟁 업체인 롯데를 의식한 것으로도 업계에선 해석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 3월 "투자와 고용을 작년 대비 10~15% 늘려 위기를 극복하는 '공격 경영'에 나선다"고 밝혔다. 작년 투자금(6조2000억원)보다 10.3% 많은 6조8400억원을 투자하고, 고용 인원도 작년(1만3500명)보다 2000명(14.8%)을 더 늘린다는 내용이다. 투자 부문별로는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유통 부문 투자비가 3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롯데가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로 한 이유 역시 경기 침체와 유통 부문 출점 제한 때문에 현재 경영 환경이 좋지 않지만 미래 장기 성장을 위해 핵심 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이었다. 작년 연말 신동빈 롯데 회장은 계열사 사장들에게 "비상 경영이라고 미래를 위한 비용을 아끼는 것은 기업의 체질을 악화시키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공격 경영에 나선 상황에서 신세계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