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버리고 떠나는 거 좋죠, 그래도 준비는 잘해야 돼요"

스페인, 일본, 아르헨티나에 이어 이번에는 프랑스, 그중에서도 파리다. 여행 작가 손미나(41)씨는 파리를 "예술을 꿈꾸게 하는 마력 가득한 도시"라고 했다.

KBS 간판 아나운서라는 화려한 직(職)을 버리고 여행 작가라는 업(業)을 선택했던 손미나씨가 파리 여행서를 냈다.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웅진지식하우스)는 2009∼2012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하며 겪은 이야기다.

그는 "파리 여행서라기보단 나의 고군분투 성장일기"라고 했다. "도시 하나가 사람을 어떻게 변신시킬 수 있는지의 얘기"라며 "여행지 관찰기가 아닌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교유기(交遊記)"라고 했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3년간 손미나에게 영향을 줬던 이들의 인터뷰도 등장한다. 파리에 국한되지 않고 지중해 연안 엑상프로방스 같은 아름다운 관광지와 예술가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의 이야기도 담았다.

2004년, KBS 주말 9시뉴스 앵커 손미나는 돌연 휴직계를 내고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났다. 주변에선 "어떻게 오른 자리인데, 그 자리를 버리느냐"며 만류했지만 그는 단호했다.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에게 '이제 홀로 섰으니 넘어지지 않게 가만히 서 있어'라고 하는 셈이죠. 넘어지더라도 앞으로 나가야 뛰고 달리는 법을 배우죠."

2006년 첫 여행서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내놓았다. 2007년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본격 여행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 '태양의 여행자'(일본),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아르헨티나)를 펴냈다. 2009년 프랑스로 떠난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생 때 배낭여행을 가 사흘 머물렀던 도시 파리의 매력을 잊지 못해서다. 그는 '예술을 꿈꾸게 하는' 도시에 머물며 장편소설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2011)를 출간해 소설가로 데뷔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에 돌아온 손미나는 여행 전문 팟캐스트 '손미나의 여행사전'을 통해 청취자들에게 생생한 여행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아나운서 시절 친분을 쌓았던 윤종신, 유희열, 김수로 등이 출연했다. 대학생, 주부, CEO를 대상으로 여행에 관한 강의도 한다.

"'고액 연봉', '화려한 직장'에 매몰되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자신의 뜻이 확고한지, 새로운 도전에 충분히 준비가 돼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니까요. 충동적으로 떠나는 것은 줄 안 매고 뛰어내리는 번지점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