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무용 못한다? 그런 편견 없어지길"

"돈 있어야 예술 한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서울국제무용콩쿠르의 허영일(64) 집행위원장(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원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국내에도 세계적 수준의 콩쿠르가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대회를 키워왔다"고 말했다. 2004년 시작한 서울국제무용콩쿠르는 발레·현대무용·민족무용 등 다양한 세부 장르를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국제 콩쿠르. 특히 제2회 때부터 민족무용을 경연에 포함했다. 제1회 참가자는 56명. 제3회 때 12개국 111명으로 부쩍 늘었다. 오는 18~24일 열리는 대회에는 300명이 넘는 각국 무용수가 참가한다.

해외 콩쿠르에 나가려면 비행기 표 값은 물론 안무료까지 수백만원이 필요하다. 국내 콩쿠르는 참가비(서울국제무용콩쿠르는 15만원)만 있으면 세계적 심사위원에게 실력을 보여주고 발탁될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제는 세계적 발레 스타가 된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김기민,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인 이은원 등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역대 수상자들은 콩쿠르 이후 얻은 자신감과 실력을 바탕으로 해외 콩쿠르에서도 잇따라 수상했다.

우수한 무용수 발탁에는 심사위원들의 안목이 크게 작용했다. 러시아 키로프발레단 수석 무용수 출신의 나탈리아 마카로바(1회)부터 강수진(3회), 웨인 이글링(8회) 영국국립발레단 예술감독 등이 거쳐 갔다. 서울국제무용콩쿠르는 그 위상을 인정받아 발레 주니어 수상자는 스위스 로잔 국제 콩쿠르에 예선 없이 준준결선에 진출할 수 있다. 2010년 제7회 대회부터 입상자들에게 병역 특례가 돌아가게 됐다. 영국국립발레학교, 뉴욕 앨빈에일리스쿨 등에서 연수할 기회도 주어진다.

"10년째 이끌어오면서 매해가 고비였다"는 허 원장은 가장 가슴이 철렁했던 때로 2011년 제8회 대회를 꼽았다. '104년 만의 폭우'로 경연장인 예술의전당이 수해(水害)를 입었던 것. "예술의전당에 가보니 바닥에서 잉어가 파닥거리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이 구두를 벗어들고 극장으로 들어갔다. 결국 하루 중단되기는 했으나, 각국 심사위원들의 콩쿠르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지난달 베이징국제무용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허 원장은 "중국 무용이 막대한 정·재계의 자금 지원을 업고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고 있다"며 "우리가 추월당하지 않으려면 문화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18일 콩쿠르 개막식에는 안무가 안성수씨의 '몸의 협주곡', 코리아유스발레스타즈(단장 김혜식)의 '비상(soaring)' 등이 올라간다. 24일 폐막식에서는 한국 발레리노 최초로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약한 김용걸 한예종 교수의'리가드 무아(Reg ard Moi)' 등이 선보인다. (02)588-7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