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존 그리샴·로빈 쿡이 나와야지요"
입력 : 2013.08.08 23:47
[창작 돕는 프로그램 '스토리 헬퍼'로 화제… 이인화 작가]
인물·장르 등 정보 입력하자 다양한 스토리 라인이 쫙~ 그 자리에서 작품 플롯이 뚝딱
3년간 연구원 100명이 매달려 1406편 영화 데이터베이스化
공개 7일 만에 가입 1만명 넘어…
"하늘 아래에 새 플롯은 없죠, 메시지작업 집중하는 게 중요"
"소설 쓰기, 사실 몸이 힘든 육체노동이에요. 조금이라도 고생을 덜 하려고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스토리헬퍼(storyhelper.co. kr)'는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였다. 등장인물의 직업, 성별, 성격 등 20여 가지 질문을 비롯해 장르, 독자층 등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면 유사 구조를 갖춘 영화 30편의 스토리 라인이 제시됐다. 이용자들은 여기서 모티프를 변경해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었다. 이름 그대로 스토리 짜는 것을 도와줘 쓰려는 작품에 대한 큰 구상만 있으면, 작품의 '플롯'을 그 자리에서 뚝딱 만들어줬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의외로 높다. 지난달 18일 공개 일주일 만에 가입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24시간 연결해 놓고 뭔가를 쓰고 있는 접속자도 100여명에 이른다. 프로그램을 만든 소설가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본명 류철균·디지털스토리텔링연구소장)는 "영화 시나리오, TV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가와 작가 지망생 5만명 정도가 주(主) 이용자층"이라며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NC소프트 지원을 받아 무료로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외에 프레젠테이션이나 변론의 스토리 라인을 잡는 데 도움을 받으려고 접속한 경영 컨설턴트와 변호사도 있었다고 한다.
'스토리헬퍼(storyhelper.co. kr)'는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였다. 등장인물의 직업, 성별, 성격 등 20여 가지 질문을 비롯해 장르, 독자층 등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면 유사 구조를 갖춘 영화 30편의 스토리 라인이 제시됐다. 이용자들은 여기서 모티프를 변경해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었다. 이름 그대로 스토리 짜는 것을 도와줘 쓰려는 작품에 대한 큰 구상만 있으면, 작품의 '플롯'을 그 자리에서 뚝딱 만들어줬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의외로 높다. 지난달 18일 공개 일주일 만에 가입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24시간 연결해 놓고 뭔가를 쓰고 있는 접속자도 100여명에 이른다. 프로그램을 만든 소설가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본명 류철균·디지털스토리텔링연구소장)는 "영화 시나리오, TV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가와 작가 지망생 5만명 정도가 주(主) 이용자층"이라며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NC소프트 지원을 받아 무료로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외에 프레젠테이션이나 변론의 스토리 라인을 잡는 데 도움을 받으려고 접속한 경영 컨설턴트와 변호사도 있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작가에게 플롯은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며 "웬만한 플롯은 이 프로그램 안에 다 있기에 골라 쓰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디테일은 있는데 줄거리를 잡지 못해 소설·시나리오를 쓰지 못했던 의사나 변호사들에게 유용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존 그리샴이나 로빈 쿡 같은 작가들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플롯을 추출하는 대상은 영화로 한정했다. 영화가 가장 구조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우선 영화 한 편을 110개 신으로 나눠 장면마다 설명을 넣고, 신마다 장소와 소품, 캐릭터 등에 대해 세밀한 태그를 달았다. 그렇게 영화 한 편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데 드는 시간이 최소 33시간. 모두 1406편을 자료화해 11만6000여개 장면에 대한 거대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졌다. 지난 3년간 이 교수를 비롯해 100명 가까운 디지털스토리텔링 연구소 연구원들이 꼬박 매달린 결과였다. 그는 "완전 '노가다'였다"고 했다. 이 교수는 "데이터가 모이면 패턴이 보이고, 작가가 구상한 이야기가 이전의 다른 작품과 몇 퍼센트 정도 유사한지 알려줄 수 있다"면서 "플롯 잡는 과정은 이걸로 대체하고 작가는 디테일이나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했다. 지난해 그가 펴낸 '지옥설계도'도 스토리헬퍼의 도움을 받았다.
프로그램 개발 과정은 개인적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소설가들이 스스로 이야기하는 소위 창작 경험담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 현대소설 창작론으로 박사 학위(서울대)를 받으면서 작가들의 창작 경험담을 연구했는데,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며 "하룻밤 만에 원고를 일필휘지로 써내려 갔다느니, 음주 후에 글을 썼다느니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가 젊은 시절 펴냈던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나 '영원한 제국' 등은 표절 및 혼성모방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스토리헬퍼를 구상한 것은) 혼성모방을 놓고 논쟁했던 시절의 고민과 잇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하늘 아래 새로운 플롯은 없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는 "프랑스 누보로망 작가들도 결국 새로운 플롯을 못 만들지 않았느냐"고 했다.
후속 연구도 이어갈 생각이다. 전 세계적으로 드문 이 데이터베이스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자동차를 검색어로 넣으면 11만6000여개 장면 중에 자동차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다 들어가 있어요. 이 자료를 자동차 인터페이스 디자인이나 미래기술 예측에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가 현대의 신화(神話)라는 말을 부인하지 않는다면, 이건 전 세계인의 집단 무의식이 만들어낸 예측이거든요." 게임이든 영화든 뭔가에 한번 빠지면 끝까지 파헤치고 만다는 그는 전날 밤에도 소설을 쓰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고 했다. 그런데도 지친 기색은 없었다. 젊은 시절 문학평론과 소설을 거쳐 게임에 빠져 '폐인' 생활도 했던 그는 자신이 만든 이 저작도구의 힘을 빌려 다시 새로운 글쓰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플롯을 추출하는 대상은 영화로 한정했다. 영화가 가장 구조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우선 영화 한 편을 110개 신으로 나눠 장면마다 설명을 넣고, 신마다 장소와 소품, 캐릭터 등에 대해 세밀한 태그를 달았다. 그렇게 영화 한 편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데 드는 시간이 최소 33시간. 모두 1406편을 자료화해 11만6000여개 장면에 대한 거대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졌다. 지난 3년간 이 교수를 비롯해 100명 가까운 디지털스토리텔링 연구소 연구원들이 꼬박 매달린 결과였다. 그는 "완전 '노가다'였다"고 했다. 이 교수는 "데이터가 모이면 패턴이 보이고, 작가가 구상한 이야기가 이전의 다른 작품과 몇 퍼센트 정도 유사한지 알려줄 수 있다"면서 "플롯 잡는 과정은 이걸로 대체하고 작가는 디테일이나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했다. 지난해 그가 펴낸 '지옥설계도'도 스토리헬퍼의 도움을 받았다.
프로그램 개발 과정은 개인적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소설가들이 스스로 이야기하는 소위 창작 경험담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 현대소설 창작론으로 박사 학위(서울대)를 받으면서 작가들의 창작 경험담을 연구했는데,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며 "하룻밤 만에 원고를 일필휘지로 써내려 갔다느니, 음주 후에 글을 썼다느니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가 젊은 시절 펴냈던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나 '영원한 제국' 등은 표절 및 혼성모방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스토리헬퍼를 구상한 것은) 혼성모방을 놓고 논쟁했던 시절의 고민과 잇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하늘 아래 새로운 플롯은 없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는 "프랑스 누보로망 작가들도 결국 새로운 플롯을 못 만들지 않았느냐"고 했다.
후속 연구도 이어갈 생각이다. 전 세계적으로 드문 이 데이터베이스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자동차를 검색어로 넣으면 11만6000여개 장면 중에 자동차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다 들어가 있어요. 이 자료를 자동차 인터페이스 디자인이나 미래기술 예측에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가 현대의 신화(神話)라는 말을 부인하지 않는다면, 이건 전 세계인의 집단 무의식이 만들어낸 예측이거든요." 게임이든 영화든 뭔가에 한번 빠지면 끝까지 파헤치고 만다는 그는 전날 밤에도 소설을 쓰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고 했다. 그런데도 지친 기색은 없었다. 젊은 시절 문학평론과 소설을 거쳐 게임에 빠져 '폐인' 생활도 했던 그는 자신이 만든 이 저작도구의 힘을 빌려 다시 새로운 글쓰기에 빠져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