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 등급 판단, 50초면 충분하다"

그는 4년 동안 거짓말탐지기 앞에 여러 차례 앉았다. 심리학자와 마주 앉아 각종 테스트를 받았고, 때론 필적 감정까지 거쳤다. 1만 개가 넘는 다이아몬드 원석을 보며 등급을 매기고, 거래하는 훈련도 받았다. 지난한 훈련과 인내 끝에 그는 '디아망테르(diamantaire·'다이아몬드를 다루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최고의 다이아몬드 장인을 가리킴)'가 됐다. 일본 명품 보석회사 '타사키(TASAKI)' 디렉터로 활동하는 에비스타니 마사노부(53·사진 위 왼쪽)씨 얘기다. 최근 한국을 찾은 마사노부씨에게 "다이아몬드 장인이란 대체 어떤 사람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정직과 신뢰, 평판을 바탕으로 일하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정직과 신뢰로 일한다는 건 무슨 얘기인가?

"다이아몬드 거래에선 수억원에서 때론 수천억원이 오간다. 거짓말하는 사람, 남을 속일 수 있는 사람은 절대로 다이아몬드 장인이 될 수 없다. 나 역시 이 때문에 4년 넘게 심리 면접을 받았다. 판단력도 중요하다. 내가 원석(原石) 등급을 잘못 매기면 그 다이아몬드 하나 때문에 수천만원씩 손해 보는 사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원석을 평가하는 능력은 곧 회사의 능력이 되기도 하나?

"물론이다. 우리 회사에서 취급하는 모든 다이아몬드의 최종 감정을 나 혼자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회사 DTC와 손잡고 거래할 수 있는 회사나 조직을 '사이트 홀더'라고 부르는데, 타사키는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사이트 홀더로 꼽힌다. 사이트 홀더가 되려면 5년마다 남다른 원석 감별 능력과 연마 기술을 입증해야 한다. 내가 잘못하면, 회사도 사이트 홀더 자격을 잃는 셈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다.

"꼭 그렇진 않다.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고, 냉철하게 보석을 다룰 줄 알면 된다. 나는 다이아몬드 원석을 보고 등급을 매기기까지 딱 50초 걸린다. 반짝임과 투명도, 커팅과 비율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땐 1시간이 꼬박 걸렸지만 30년 세월이 날 단련시켰다."

―대학에선 원래 국제경제학을 공부했다고 들었다.

"원래 국제 기술 이전과 분업을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우연히 듣게 된 보석 강의가 인생의 지침을 바꿔놓았다. 모든 보석은 각자 나름의 고유한 기원과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보석은 단순한 사물이 아닌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게 반짝이는 생명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보석에 매료됐고, 디아망테르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입사해서 15년 동안 이스라엘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다듬어지지 않는 원석을 만져보고, 감정하고, 직접 거래하는 훈련을 받았다. 가슴 떨리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당신이 감정한 원석이 세공을 거쳐 작품으로 완성된 걸 보면 어떤가.

"지금까지 60만개가 넘는 원석과 만났다. 그 원석이 아기라면, 그 아기가 자라 화려하게 성장(盛粧)을 하고 서 있는 것을 보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옷을 입고 서 있는다 한들, 그 본질이 빛나지 않으면 소용없다. 원석을 가리는 판단 능력이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내 손과 눈엔 보험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