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전세계 부동산은… 코리아가 지배했다

미국 시카고의 핵심 업무지구인 웨스트 룹(West Loop)에 들어선 '225 웨스트 워커(West Wacker)빌딩. 강변에 있는 이 빌딩에는 대형 로펌인 에드워즈와일드먼과 메릴린치, 애플, 푸르덴셜보험 계열사 등이 입주해 있다. JP모건이 주인이었던 이 빌딩은 지난 5월 2400억원을 투자한 미래에셋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영국 런던 중심가에 있는 9층짜리 30 그레샴빌딩 역시 지난 7월 싱가포르 투자청(GIC)에서 삼성생명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삼성생명은 연면적 3만7361㎡인 이 건물 인수에 570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는 국내 금융사가 매입한 해외 부동산 중 가장 비싼 것이다. 또 한화생명은 지난 3월 런던 로프메이커플레이스에 3000억원을 투자했고, 현대해상은 올 초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갈릴레오 오피스 빌딩 인수에 참여했다.

한국이 올 상반기 세계 부동산 시장의 '최대 큰손'으로 떠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이 올 1~6월 해외 부동산 시장에 총 54억달러(약 6조원)를 투자, 캐나다와 싱가포르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부동산 투자국으로 부상했다고 부동산업체 JLL의 자료를 인용해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금액은 한국이 작년 한 해 동안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20억달러)의 2.5배를 웃도는 수치다. 투자금 가운데 39%는 미국으로 유입됐다. 미국 부동산에 투자한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규모 면에서 세계 4위 수준이라고 뉴욕 소재 부동산업체 리얼캐피털 어낼리틱스는 분석했다.

한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 열풍에는 국민연금관리공단도 가세하고 있다. 연금공단은 지난 2009년 10억달러를 투자해 런던의 오피스 건물을 사들였고, 2010년에는 베를린의 소니센터를 매입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로 큰 수익을 올린 성공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상하이의 금융특구인 루자주 첫 줄에 있는 미래에셋빌딩은 구도심인 와이탄에서 보면 가장 눈에 띄는 초록빛 건물이다. 인근에 IFC를 포함해 샹그릴라, 리츠칼튼 등 대형 호텔이 즐비하다. 지난 2006년 4월 2900억원에 인수한 이 빌딩은 비자카드 중국 본사, 악사 보험, 재규어&랜드로버 아시아·태평양 본사 등 글로벌 유수 기업들이 입주해 공실률이 제로인데, 현재 시가가 1조원을 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웬만한 주식이나 채권 투자보다 몇 곱절 수익을 남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한국이 공격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선 배경은 한국의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부진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공단 측은 "국민연금의 해외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6.3%인 데 비해 국내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4.2%"라고 전했다.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거론 시니어 디렉터는 "금융 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안정되는 가운데 한국이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발(發) 리스크와 연결짓는 해석도 나온다. WSJ는 "전통적으로 아시아와 중동에서는 지역 정세가 불안할 경우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 등 외부로 투자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