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가 만난 고수] '6월 증시 요동說'로 각광… 데이비드 전 KDB자산운용 공동대표

데이비드 전(51) KDB자산운용 공동대표는 업계에서 독특한 존재다. 미국 월가(街) 출신으로 헤지펀드를 운영하다가 작년 7월부터 한국에 돌아와 자산운용사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12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갔고, 컬럼비아대를 나와 베어스턴스(Bear Sterns)에서 수석 투자전략가로 활동했다. 그는 최근 '6월 주식시장 요동설'을 예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년 말부터 그는 "증시에 유동성 효과가 끝나면서 2013년 6월에는 큰 폭의 조정이 나올 수 있다"고 했었다. 올 6월 증시는 한때 11%까지 하락했었다.

그는 머니섹션 M플러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6개월 안에 세계경제의 80%가 중대한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며 "각국의 총알(정책 수단)이 소진된 상태에서 미국이 양적 완화 축소에 들어가면 올해와 내년 세계성장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방향에 베팅하는 투자보다는 리스크(위험)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세계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브라질, 인도를 다 더하면 세계경제의 80%다. 이 모든 나라가 앞으로 6개월 안에 다리를 건너야 한다. 예컨대 미국은 양적 완화 축소라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 중국은 '양적 완화'라고 발표를 안 해서 그렇지 미국보다 더 과감하게 돈을 풀었다. (각국 정부가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면서) 가장 위험한 자산부터 타격을 받고, 올 하반기와 2014년에 세계성장률이 떨어질 거다."

―적어도 미국은 낙관적인 지표가 나오고 있다.

"지금 숫자는 괜찮지만 앞으로는 안 좋은 숫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2008년 이전까지 미국은 연간 200만채의 주택을 짓던 나라인데 최근 신규 주택 건설 지표가 연간 100만채에서 (숫자가) 꺾이기 시작했다. 시중 금리가 급등하면 주택 담보대출 금리가 덩달아 올라가고 주택 건설에 직접 영향을 준다. 잠시 좋았던 지표들이 다시 나빠지는 경향이 보인다."

―일본 전망은 어떤가.

"아베노믹스는 소비와 투자를 늘려서 일본을 다시 성장하게 만들겠다는 건데 고령화와 국가 채무는 아베노믹스로 해결 못 한다. 아베노믹스가 목표로 하는 2%의 물가상승률을 달성하려면 GDP(국내총생산)의 7%에 해당하는 규모의 빚을 추가로 져야 한다. 빚을 늘려서 안정을 찾겠다는 건 위험한 시도다."

―하반기엔 경제가 나아진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반기 경제 회복의 근거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기업들이랑 얘기해보면 하반기 회복을 콘셉트(개념)로 얘기하는 곳은 있는데 근거를 대는 곳은 없더라. 또 2014년이 2013년보다 좋아진다는 것도 근거가 없다. 숙제를 안 한 상태에서 '앞으론 좋아질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각국이 경제 하락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2008년에 있었던 부작용을 막으려고 새로운 문제를 만든 나라가 있다. 대표적인 게 인도, 브라질, 중국… 브릭스(BRICs)다. 이들 나라는 갖고 있는 총알(정책 수단)을 다 썼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총알이 아직 남아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에서 대표적인 게 한국이다. 바닷물이 험해지면 배가 휘청거리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이 타고 있는 배는 다른 나라가 탄 배보다는 더 안전할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왜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이뤄졌나.

"많은 나라가 정치적으로 경제적 침체를 막으려다가 지금 여기까지 왔다. 모든 수단을 써서 경제가 하락하는 걸 막는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쏟아부었다. 왜냐, 정치하는 사람들은 경제가 좋으면 도움이 되니까. 일본도 총리 했던 사람이 다시 와서 총리를 하고 있다. 그 이유는 (확장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욕심을 버려라. 이런 세계에서 돈을 많이 벌려고 하면 다친다. 무엇에 투자할지보다 어떻게 투자할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상품이나 부동산에 투자할 때도 파생적인 수단을 통해서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지금은 올라갔다, 빠졌다 하는 시장이지 꾸준히 올라가는 시장이 아니다. 뚜렷한 판단이 안 서면 현금으로 갖고 있는 것도 괜찮다. 돈을 안 까먹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아시아 펀드에서 성과를 냈는데.

"경제 사이클에 예민성이 떨어지는 회사, 장기적으로 성장과 캐시 플로(현금 흐름)가 든든한 회사를 좋아한다. 인도는 담배제조회사, 중국은 보험회사와 인터넷 비즈니스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아시아에는 우량한 기업들이 꽤 있다."

―국내 기업에 투자할 때는 무엇을 보는가.

"돈을 꾸준히 벌고, 버는 돈을 현명하게 쓰는지 여부를 살핀다. 또 최고경영자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있는지도 살펴본다. 한 분기 실적을 잘 내는 것보다 5년, 10년 뒤에도 꾸준히 브랜드 가치와 캐시 플로를 유지할 수 있는 회사가 좋다."

―전 세계적으로 투자처가 채권에서 주식으로 '대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있는데.

"나에게 2년의 투자 기간을 주고 주식과 채권 중에 고르라면 채권을 사겠다. 채권 금리가 지금은 좀 변동성이 있지만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채권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의 상승을 의미).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의미 있는 총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채권도 유망하다고 본다. 제가 보는 세계는 성장이 없는 세계다. 경제가 침체되면 주식이 조정을 받아야 한다. 당장은 채권이 불안하지만 2년간 투자한다면 채권이 낫다."

―개인 투자자들은 하락장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세계 금융시장이 매일 열리는 올림픽이라면 금·은·동(金·銀·銅)이 누구에게 갈지는 정해져 있다. 개인투자가들이 이런 상황의 시장에 들어가서 금메달을 따겠다, 은메달을 따겠다는 건 아닌 것 같다. 2007년처럼 (시장의) 방향이 정해져 있고 모멘텀(상승 여력)이 있을 때는 전문가가 필요 없었다. 그때는 리스크를 감안 안 한 사람들이 돈을 벌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문가의 프리미엄(장점)이 있는 세계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을 하는 전문가를 통해서 투자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