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밀가루 세례… 아직도 수모와 아픔입니다"
입력 : 2013.08.12 00:23
[인간심리와 교육에 관한 책 6권 낸 정원식 前 국무총리]
잘사는 애, 못사는 애 갈라 서로 비판하게 했던 전교조
잘못된 청소년 의식화 교육, 내 信念으론 묵과할 수 없었죠
敎壇 오래 떠나 마음 아파… 고향 황해 떠나 38선 넘은 건 교육에 큰 뜻 품었기에…
"1988년 서울대 사범대 교수일 때 생각지도 않게 문교부 장관을 맡았어요. 그 후 노태우 대통령 시절 국무총리를 했고, 세종재단 이사장·대한적십자사 총재까지 하면서 교단을 오래 떠나야 했어요. 본래 나는 교육에 뜻을 두고 고향(황해도 재령)을 떠나 38선을 넘어온 거라 마음이 아팠어요. 2000년에 적십자사 총재를 그만두면서 그나마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저술할 수 있었지요.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써내려 갔다오."
지난 6일 서울 중구 신당동의 개인 연구실에서 만난 정원식(85) 전 국무총리는 잔잔한 일상에 만족하는 얼굴이었다. 최근 인간 심리와 교육에 관해 쓴 전문서적 '청남서집'(교육과학사)을 냈다. '청남(靑南)'은 그의 아호다. '인간의 동기' '인간의 성격' '인간과 교육' '인간의 인지' '인간의 환경' '인간의 가치관' 등 지난 10여년간 천착해 온 여섯 가지 주제 관련서를 한 질로 묶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신당동의 개인 연구실에서 만난 정원식(85) 전 국무총리는 잔잔한 일상에 만족하는 얼굴이었다. 최근 인간 심리와 교육에 관해 쓴 전문서적 '청남서집'(교육과학사)을 냈다. '청남(靑南)'은 그의 아호다. '인간의 동기' '인간의 성격' '인간과 교육' '인간의 인지' '인간의 환경' '인간의 가치관' 등 지난 10여년간 천착해 온 여섯 가지 주제 관련서를 한 질로 묶었다.
정 전 총리는 1990년 12월까지 문교부 장관으로 2년간 재임하면서 전교조 교사 1400여명을 해임했다. 그에 반발한 운동권 학생들로부터 밀가루 세례를 당하기도 했다. 교육자 출신 공직자로서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냈던 그는 한편에선 신중한 어휘 선택과 점잖은 몸가짐으로 '젠틀맨(신사)'이란 평가를 동시에 받는다.
요즘 그는 평일이면 연구실에 나와 글을 쓰고, 지인들과 만나 밥을 먹는다. 글도 원고지에 만년필로 직접 쓴다. "젊을 땐 하루에 400자 원고지 40~50장을 거뜬히 썼어요. 이젠 그렇게 쓰면 너무 피곤해. 그래서 시간이 남아도 하루에 딱 10장만 써요. 어느 날은 오전에 다 쓸 때도 있어. 그러면 점심 먹고 오후엔 놀아요."
1991년 6월 3일. 국무총리 취임 전 맡았던 강의를 끝까지 마무리하기 위해 한국외대를 찾았던 정 전 총리는 수업 도중 일부 학생으로부터 밀가루 세례를 받는 봉변을 당했다. 학생 여럿이 달려들어 그의 얼굴에 밀가루를 퍼붓고 달걀을 깨서 문질렀다. 22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는 그날의 일을 "수모와 아픔"이란 말로 회고했다. "개인적인 잘못이나 과오 때문에 폭행을 당한 게 아니라 내가 문교부 장관 때 전교조를 인정하지 않은 걸 빌미 삼아 분노를 쏟아부은 거니까…."
그는 "당시 전교조가 표면에 내세운 건 '촌지를 받지 말자'처럼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거였지만 대내적으로는 청소년들에게 의식화 교육을 공공연히 수행하고 있어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고 했다. "예를 들면, 같은 초등학교 5~6학년들을 모아놓고 잘사는 애, 못사는 애 가른 다음 상대방을 비판하게 했어요. 그릇된 방향으로 사회를 보는 시각을 심어주려 했던 거지요. 전교조 교사들이 억울하다며 소송을 제기하기에 내가 모은 증거들을 가지고 법정에 나가서 증언했어요. 젊은 교사들이 바르게 교육하기 위한 거라면 마다할 리 없지만, 우리 교육에 뜻을 둔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그는 "외대에서 돌아온 후 총리 공관에 들어가 누우니 그제야 이곳저곳이 쑤시기 시작했다"며 "돌이켜보면 그 고난을 겪는 과정에서 나는 결코 비굴하거나 소인배 같은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순간마다 다짐했다. 견디기 어려운 수모와 아픔을 느꼈지만 이겨내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사건 때문에 사회 여론이 들끓어서 학원을 소란하게 하던 운동권이 쑥 들어갔으니 결과적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고도 했다.
그는 또 "요즘 정치권을 보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면서 "총리 시절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일이 남북회담이었는데 지금 논란이 되는 NLL(북방한계선) 문제도 그때 나왔다"고 했다. "당시 북한은 기존의 NLL을 그대로 하자고 했어요. 왜냐하면 1953년 휴전할 당시 신의주 앞바다에 있는 조그만 섬까지 우리 군이 점령하고 있었거든. 후퇴하라고 해서 지금의 백령도까지 내려와 선을 그은 건데, 당시 북한은 해군력이 전혀 없어서 이를 오히려 고마워했어요." 그는 "회담에 임하는 사람은 말 한마디도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그거 잘못하면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말 잘못한 정도의 큰일이 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삶을 "자갈밭을 가는 황소와도 같은 삶이었다"고 정리했다. "황해도 사람의 기질을 표현할 때 석전경우(石田耕牛)라는 말을 쓰곤 해요. 자갈이 많은 밭을 열심히 가는 황소처럼 끈질기고 부지런하고 우직한 습성을 이르는 거지요." 그는 "나 또한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 말했다.
요즘 그는 평일이면 연구실에 나와 글을 쓰고, 지인들과 만나 밥을 먹는다. 글도 원고지에 만년필로 직접 쓴다. "젊을 땐 하루에 400자 원고지 40~50장을 거뜬히 썼어요. 이젠 그렇게 쓰면 너무 피곤해. 그래서 시간이 남아도 하루에 딱 10장만 써요. 어느 날은 오전에 다 쓸 때도 있어. 그러면 점심 먹고 오후엔 놀아요."
1991년 6월 3일. 국무총리 취임 전 맡았던 강의를 끝까지 마무리하기 위해 한국외대를 찾았던 정 전 총리는 수업 도중 일부 학생으로부터 밀가루 세례를 받는 봉변을 당했다. 학생 여럿이 달려들어 그의 얼굴에 밀가루를 퍼붓고 달걀을 깨서 문질렀다. 22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는 그날의 일을 "수모와 아픔"이란 말로 회고했다. "개인적인 잘못이나 과오 때문에 폭행을 당한 게 아니라 내가 문교부 장관 때 전교조를 인정하지 않은 걸 빌미 삼아 분노를 쏟아부은 거니까…."
그는 "당시 전교조가 표면에 내세운 건 '촌지를 받지 말자'처럼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거였지만 대내적으로는 청소년들에게 의식화 교육을 공공연히 수행하고 있어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고 했다. "예를 들면, 같은 초등학교 5~6학년들을 모아놓고 잘사는 애, 못사는 애 가른 다음 상대방을 비판하게 했어요. 그릇된 방향으로 사회를 보는 시각을 심어주려 했던 거지요. 전교조 교사들이 억울하다며 소송을 제기하기에 내가 모은 증거들을 가지고 법정에 나가서 증언했어요. 젊은 교사들이 바르게 교육하기 위한 거라면 마다할 리 없지만, 우리 교육에 뜻을 둔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그는 "외대에서 돌아온 후 총리 공관에 들어가 누우니 그제야 이곳저곳이 쑤시기 시작했다"며 "돌이켜보면 그 고난을 겪는 과정에서 나는 결코 비굴하거나 소인배 같은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순간마다 다짐했다. 견디기 어려운 수모와 아픔을 느꼈지만 이겨내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사건 때문에 사회 여론이 들끓어서 학원을 소란하게 하던 운동권이 쑥 들어갔으니 결과적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고도 했다.
그는 또 "요즘 정치권을 보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면서 "총리 시절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일이 남북회담이었는데 지금 논란이 되는 NLL(북방한계선) 문제도 그때 나왔다"고 했다. "당시 북한은 기존의 NLL을 그대로 하자고 했어요. 왜냐하면 1953년 휴전할 당시 신의주 앞바다에 있는 조그만 섬까지 우리 군이 점령하고 있었거든. 후퇴하라고 해서 지금의 백령도까지 내려와 선을 그은 건데, 당시 북한은 해군력이 전혀 없어서 이를 오히려 고마워했어요." 그는 "회담에 임하는 사람은 말 한마디도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그거 잘못하면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말 잘못한 정도의 큰일이 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삶을 "자갈밭을 가는 황소와도 같은 삶이었다"고 정리했다. "황해도 사람의 기질을 표현할 때 석전경우(石田耕牛)라는 말을 쓰곤 해요. 자갈이 많은 밭을 열심히 가는 황소처럼 끈질기고 부지런하고 우직한 습성을 이르는 거지요." 그는 "나 또한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