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같은 아빠' 대세… 고객 2代의 마음 사로잡기 행사 '봇물'

한때 '수퍼우먼(superwoman)'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일도 잘하고 육아도 완벽하게 하는 '일하는 여성'을 일컫는 말. 요즘엔 '프렌디(Friendy)'라는 말이 뜨고 있다. 친구인 '프렌드(Friend)', 아빠란 뜻의 '대디(Daddy)' 합성어로 '친구 같은 아빠'를 뜻하는 말이다. 아내의 활발한 사회 활동으로 생긴 집안의 빈자리를 채우는 아빠들이 늘면서 생긴 변화다.

본래 프렌디족은 사회 복지의 원조인 북유럽에서 시작된 것. 우리나라에선 2011년 주5일제 전면 시행으로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아빠들은 자녀들과 뭘 어떻게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최근 이런 수요를 겨냥해 아빠와 아이들의 놀 자리를 마련하고 회사 제품도 홍보하는 기업들의 '프렌디 마케팅' 열풍이 뜨겁다.

◇아빠와 함께하는 프로그램 봇물

프렌디 마케팅은 대부분 참가 비용은 무료로 하면서 자연스레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선 "2대(代)에 걸친 홍보 효과가 있다"며 적극적이다.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날드는 지난 5월부터 '아빠와 함께하는 맥도날드 축구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처음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매주 일요일 아빠와 아이들이 프로축구팀 FC 서울 전문 코치로부터 다양한 게임을 통해 체계적인 축구 기본기를 배울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식품업체 샘표도 올해 처음으로 아빠와 딸이 함께하는 '아빠의 간식 요리 클래스'를 열었다. 샘표가 그동안 주부, 예비 신부, 연인 등을 대상으로 요리 강좌를 진행한 적은 있었지만, 아빠와 딸을 위한 강좌를 연 것은 처음이다. 지난 5월 17일 서울 충무로에 있는 샘표 식문화연구소에서 열린 1회 행사에선 참가자들이 햄버거 스테이크와 애플 파이 요리법을 배웠다. 샘표 관계자는 "'딸바보'란 말처럼 딸에게 무한 애정을 쏟는 아빠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지난 6월 21일부터 7월 31일까지 아빠와 아이가 함께 매장을 방문하면 스테이크를 50% 할인해주는 '아빠 어디가?'행사를 진행했다. 오는 9월 28일부터 29일까지는 경기도 연천에서 아빠와 아이, 가족들이 함께하는 바비큐 캠핑 행사를 연다. 아웃백 마케팅부 이미경 부장은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며 홍보하는 게 아니라, 아빠와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외식 문화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도 지난 6월 전북 완주군 대둔산에서 가재 잡기와 생태 체험을 하는 '아빠 어디가?' 주말여행 행사를 진행했다.

◇좋은 아빠 되는 법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등장

무조건 아이와 놀아주기만 한다고 좋은 '프렌디'가 되는 건 아니다. 이 점을 감안해 기업들은 좋은 프렌디 되는 법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도 내놓고 있다. 여행용품 전문업체인 에이원은 지난 7월 8일부터 14일까지 '페라리 카시트 아빠 안전캠프단'을 모집했다. 에이원은 앞으로 이들을 대상으로 카시트 장착 요령, 아이 카시트 잘 타게 하는 방법 등을 교육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은 최근 문화센터에 '1분 투자로 대화하는 아빠 되기' 수업을 개강했다. 아빠들이 집에서 아이들과 쉽게 놀아주고 대화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수업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작년보다 프렌디 관련 수업이 두 배나 늘었다"고 했다.

공연계에서도 아빠를 겨냥한 마케팅이 한창이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오는 25일까지 공연 중인 뮤지컬 '로보카 폴리-새로운 이야기'는 매월 한 차례 특별공연을 마련, 아이와 함께 온 아빠 관객에게는 티켓 값을 1000원만 받는다.

예술극장 나무와 물에서 선보이고 있는 뮤지컬 '동요콘서트 구름빵'도 아빠와 함께 오면 2만5000원인 관람료를 1만3000원으로 할인해준다.

맥도날드 원성민 부사장은 "여름 방학 기간이라 자녀들과 좀 더 여가를 보내고자 하는 아빠를 위한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아빠를 위한 기업의 프로그램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