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쟁이 30년… 이제야 感 오네

이들은 "옷은 능력이 아니라 경험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잘나서 잘 만드는 게 아니라, 시간이 가르쳐주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라고도 했다. 우리나라 양복 명장(名匠) 중에서도 최고를 가려 뽑은 수상자들인데도 이들은 끝끝내 "우린 잘난 게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소상공인 기능 경진 대회'. '세계주문양복연맹총회'가 연 대회로 30년 이상 경력의 우리나라 양복 맞춤 명인 70명이 기술과 능력을 겨루는 자리였다. 7일 전국에서 올라온 명장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자리에 서서 모델의 몸 치수를 재고, 이에 맞춰 패턴을 뜨고 손바느질을 했다. 뜨거운 조명이 눈을 찔렀고, 몸에 맞지 않는 테이블에 수그리고 10시간 넘게 옷을 만들다 보니 와이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8일 총회에선 이들 중 세 명의 수상자를 가려냈다. 서울 마장동에서 '백만불 양복점'을 운영하는 이교국(66)씨가 1등이었고, 대구 서문시장 '해성라사'를 운영하는 임재현(64)씨와 서울 소공동 '아일랜드 콜렉션'을 운영하는 김환수(61)씨가 그 뒤를 이었다. 이들에게 '양복쟁이'로 살아온 지난 40년 인생에 대해 물었다.

◇양복 짓기… 25년은 굴러야 안다

이교국씨는 처음 양복을 배우던 때를 "인내심 하나로 버텼던 시절"로 기억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이런저런 회사를 전전하다 27세 무렵부터 재단사 보조로 일을 시작했다. 찻물 끓이는 심부름까지 다 이씨의 몫이었다. 그렇게 한 달을 허리도 못 펴고 일하면 딱 1만2000원을 받았다. 그렇게 2년을 일하다 29세에 지금의 '백만불 양복점'을 차렸다. 이씨는 말했다. "사람 몸에 맞춰 치수 재고 재단하는 건 알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25년 구르고 나서야 겨우 알았어요. 옷은 마네킹이 입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입는 거고, 그래서 사람을 정말 열심히 관찰해야 한다는 걸 말이죠."

임재현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 "난 30년 일하니까 비로소 알겠더라고요. 똑같이 허리가 30인치인 사람도 다 다르게 지어줘야 해요. 걸음걸이, 등이 굽은 정도, 서 있을 때 자세, 가슴이 얼마나 나왔나, 엉덩이는 어떻게 생겼나에 따라서…. 그래서 난 옷을 짓기 전 항상 눈을 감고 열심히 상상해요. 이 사람이 옷을 입고 섰을 때 어떤 모습일지 말이죠." 김환수씨는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우린 선(線)을 완성하는 일을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 선은 정지된 한 줄이 아니라, 움직이고 바뀌는 선이에요. 결국은 상상력이죠. 제대로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은 결국 시간과 경험이 주는 거고요."

◇핸드메이드, 그 100% 만족을 찾아

세 사람은 수제(手製) 작업이야말로 가장 어렵지만 가장 완벽한 작업이라고 했다. 줄자로 사람 몸을 재는 소위 '채촌(採寸)'부터 한땀 한땀 바느질까지, 양복 한 벌을 완성하는 건 매번 긴장의 연속이지만 그래서 더 짜릿한 일이라는 것이다. 김환수씨는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을 맞을 때부터 이 사람과 어떤 옷이 가장 잘 어울릴지 머릿속으로 그려보기 시작한다"면서 "나중에 완성한 옷이 그 그림과 딱 떨어질 때의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40여년 동안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순 없었다. 개업 초기엔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옷값을 다 물어내라"고 버티는 손님도 많았다. 이교국씨는 "어차피 핸드메이드엔 100% 만족이란 없다. 하지만 우린 아직도 그 100% 만족을 찾아 달리는 중"이라고 했다. "경력 40년 넘었다면 엄청난 것 같죠? 아직도 멀었어요. 60년은 채워야 진짜 양복을 만들려나…."

[名匠 3인이 말하는 양복 잘 맞추는 법]

청년은 色, 중년은 素材를 따져라

①양복의 생명은 어깨다. 양복 어깨와 내 몸이 꼭 맞는지부터 살펴라.

②바지 밑단은 신발 발등과 뒷굽의 반만 덮는 정도가 적당하다.

③엉덩이가 큰 사람은 바지 밑단 앞부분이 짧아지기 쉽고, 엉덩이가 납작한 사람은 바지 밑단 뒤가 끌리기 쉽다. 내 엉덩이와 허리 사이즈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④겨드랑이와 소매통이 몸에 잘 맞고 편안해야 한다. 꼭 맞는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움직일 때 불편함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⑤젊은 사람은 원단 색상이 얼굴색과 잘 어울리는지 먼저 따져보는 게 좋고, 나이 든 사람은 소재가 고급스럽고 몸을 착 감싸는지를 보는 게 좋다.

⑥키가 커 보이고 싶다면 바지통에 신경 써라. 바지통이 몸에 맞지 않고 펄럭이면 실제보다 더 작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