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위한 행복의 나라? 核이 없어야지"

많은 이에게 한대수(65)의 음악은 '물 좀 주소'와 '행복의 나라로'에서 박제된 듯하지만, 그는 오래전부터 그 이상의 뮤지션이었다. 1989년 발표한 3집 '무한대'만 들어봐도 그의 창작 스펙트럼은 이미 포크에서 사이키델릭까지 증폭돼 있었다. 이후 그는 '포크 가수'란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강렬한 록 음악을 주로 만들고 연주해왔다. 아니, '누구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을 해왔다고 하는 게 옳겠다.

7년 전 아내의 누드를 재킷 사진으로 쓴 앨범 '욕망'은 여러모로 괴작(怪作)이었다. 수록곡 '욕망'이나 '지렁이'가 그랬다. 그가 7년 만에 내놓은 신곡 '뉴크 미 베이비(Nuke Me Baby)'는 그에 비하면 평범할 정도다. 김목경의 블루스 기타에 맞춘 정통 블루스 록이다. 프로듀서는 한국서 활동하는 영국 뮤지션 사우스웨이가 맡았다. 가사를 되는 대로 지껄이는 듯한 한대수 창법은 여전하다.

최근 서울 신촌에서 만난 그는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 차원에서 반핵(反核)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는 뜻에서 만든 노래"라고 말했다. '나를 핵 공격 해주오'라는 노래 제목은 그 메시지를 비튼 블랙 유머다. 메시지는 무겁지만 노래는 흥겹다.

"지난 7년간 뭘 했느냐, 양호(딸)를 키웠지요. 이제 양호가 일곱 살이 돼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니까 머리가 돌아가고 곡을 쓰게 됐어요. 그런데 우리의 딸들, 양호에게 어떤 지구를 물려줄 것인가 생각해보니 아무도 반핵에 관심 없는 게 너무 이상하더라고요. 인간에게 두 팔이 있는 건 건설을 하라는 건데 우리는 파괴하는 데 쓰고 있어요."

그가 수첩을 펼쳐 보여줬다.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이 1054회, 소련이 715회, 프랑스가 210회씩 각각 핵실험을 했다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북한이 이제 핵실험 세 번 했는데, 만약 한반도에서 핵실험을 100번만 해도 여기 살 수 없어요. 그런데 북한, 우리나라, 일본까지 모두 핵을 가지려고 하잖아요. 원자력발전도 태양에너지 연구를 더 많이 해서 대체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에요."

신곡이 좀 알려지면 정규 앨범을 내고 첫 미국 투어에 나설 계획이다. "이제 할아버지가 돼서 목소리가 안 나와요. 에너지도 떨어지고. 이제 노래할 날이 정말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요." 그는 "그래도 여전히 스튜디오에 서면 뇌에서 주스가 흐른다"며 "아마 앨범도 3주면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