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자 만날 땐 '치맥'과 함께

'자네, 치킨 먹을 텐가?'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에세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50만부 돌파를 자축하기 위해 출판사가 뽑은 홍보 카피다. 지난 12일 저녁 서울 관철동의 BBQ치킨. 김난도 교수가 '치맥(치킨과 맥주)'을 쏜다는 소식에 독자 300명이 모였다. 저자의 책 '천 번을…'이나 '내일' 중 한 권을 들고 오면 '독자 인증'이 됐다. 김 교수는 맥주잔을 들고 여러 테이블을 돌며 사인하고 대화하고 사진을 찍었다. 예상(150명)보다 갑절로 와서 350인분을 먹었는데 비용(약 400만원)은 저자 인세로 충당했다고 한다. 문학동네 이연실 팀장은 "사적인 자리에서 인간적으로 저자를 만나고 싶다는 독자 의견이 많았다"면서 "반응이 좋았고 다른 출판사 문의도 오고 있다"고 했다.

류근 시인이 산문집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출간을 기념해 지난 9일 페이스북에 13일 출판기념회 초대장을 띄웠을 때만 해도 참석 확정자는 옛날 애인 대표 3명, 술꾼 대표 3명, 출판사 편집장, 페이스북 친구 등 고작 11명이었다. 하지만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청 앞 둘둘치킨에는 독자 250명이 몰렸다.

이날 회비는 2만원. 책 한 권과 치킨, 그리고 작가와 만나는 비용으로 치면 결코 비싸지 않은 자리. 행사에 참석한 독자 김정환(40)씨는 "친한 친구가 책을 내 축하하러 간 느낌이었고 그 어떤 출판기념회보다 편안했다"고 했고, 경북 문경에서 온 김수경(여·36)씨는 "페이스북으로 교감했기 때문인지 다들 친근했다"고 했다.

저자와 독자의 만남이 대형 서점이나 강연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무더위를 핑계 삼은 '치맥 파티'는 질서정연하고 격식 차린 만남에 대한 거부반응으로도 읽힌다. 민음사 관계자는 "저자가 소수 파워블로거와 만나 밥을 먹고 맥주를 나누는 자리가 종종 있다"고 했다. '사랑이 다시…'를 낸 곰출판사 이만근 편집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중간 유통망(대형 서점) 없이 독자와 '직거래'하는 게 류근 작가의 장점"이라면서 "그런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기 때문에 직접적이고 자발적이고 솔직한 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류근 시인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를 찾아오다니 놀랍고 당황스럽고 공포스럽다"면서 "고맙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