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직업으로 인생역전’

“나도 한국판 셜록홈즈에 도전해볼까?”

경력단절여성 20만명시대라며 자신도 언제 같은 처지에 놓일지 모르니 대비를 해야겠다는 우리회사 홍보팀장의 말이다. 준비만 잘 하면 인생역전도 가능하다고 큰소리 친다. 바로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직업군의 도입 때문이다.

정부는 과감한 규제완화로 2017년까지 새로운 직업500개를 발굴 육성하여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 3차 서비스산업이 크게 발달한 미국 같은 선진국은 일자리의 종류가 30,000개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약 11,000여개로 선진국의 3분의1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규제가 너무 많은데다 선진국 대비 3차 서비스산업의 발달이 너무 미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향후에 규제가 풀리고 서비스업이 좀 더 발달한다면, 분명 다양한 직업군이 생겨나면서 활력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문신사로 일하는 A씨는 사립탐정 K씨를 찾아갔다. K씨는 유전상담전문가와 동물관리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고 현장의 DNA와 강아지 다리 문신과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는 시나리오 대사가 머지 않아 자연스럽게 회자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문신사. 사립탐정, 유전상담전문가, 동물관리전문가들은 향후 새로운 직업군으로 인정받게 될 차세대 직업들이다. 직업의 종류가 많아진다면 분명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환영할 일이다. 특히 재취업을 희망하는 전국의 모든 구직자들에게는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얼마 전 필자는 경력단절여성을 돕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60여만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들이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 절반 이상이 당장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30-40대가 주류인 이들은 역전의 여왕을 꿈꾼다. 그러나 이들이 희망하는 일자리는 거창하게 시험을 봐서 의사 되고 법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서비스업종을 희망했다. 접근성이 용이하고 취업 가능성이 큰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왜 일을 원하느냐는 질문에는 경제적인 이유 다음으로 자아실현을 꼽았다. 현모양처를 꿈꾸기 보다는 일을 하면서 자신을 찾고 싶다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시대적인 변화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현모양처는 이제 구시대적인 느낌마저 든다. 일할 기회가 열린다면 고학력 여성들의 꿈틀거리는 자아실현의 기회가 머지않아 사회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거기에 다양한 직업까지 생긴다면 어디선가 잠자고 있던 다종 다기한 능력을 갖고 있는 ‘인재’들의 출현이 실현될 날도 머지 않았다.

얼마 전 다른 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40대 이상의 70% 이상이 제2 인생 설계를 현재 시작했거나 준비 중에 있다고 했다. 평생직업이 거의 사라져가는 시대의 한 단면이기도 하고 은퇴 이후의 길어진 노년을 준비하려는 발 빠른 노력의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직업군이 도입되고 일자리 창출의 범위가 확대되면 은퇴 후의 인생설계가 훨씬 다채롭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시니어들의 인생역전 스토리가 도처에서 들릴 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어떤 직업을 어떤 방식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할 것인지, 교육의 유통과정과 구체적인 직업군의 실현방안 등이다. 사회복지가 대세라 하니까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일단 따고 보자는 인구가 급증해 자격증 소유자를 연간 7,000여명 이상 양산하고 있으나 이들을 수용할 일자리는 매우 제한적이다. 다양한 직업군 못지않게 다양한 일자리 창출의 연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자리 창출의 숫자 게임은 이제 그만두기 바란다. 저급한 일자리 수십만 개 만들 돈으로 제대로 된 질 높은 일자리 수백 개가 낫다. 질 높은 일자리가 창출되면 그에 부수된 또 다른  다수의 일자리 들이 연쇄적으로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새로운 직업군 도입이 구직자들에게 인생역전의 단초가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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