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실천한 34명, 청와대 초대 받다

21일 정오 청와대 충무실에선 '특별한 오찬'이 열렸다. '행복한 나눔, 함께하는 대한민국'이란 주제로 마련된 이 자리의 주인공은 총 34명으로, 나눔과 봉사를 앞장서서 해온 '나눔 실천자'들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식사에 앞서 이들에게 "작은 것 하나라도 이웃과 나누고, 자신보다 주변의 부족함을 챙기는 여러분이야말로 사회를 환하게 비추는 등불"이라며 "우리 사회에 희망을 주고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는 여러분과 함께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나눔 실천자 34명 중엔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28), '밥퍼' 최일도(56) 목사, 연예인 김태욱(44)·채시라(45) 부부, '효녀가수' 현숙(54), 산악인 엄홍길(53) 등 유명한 사람들도 있었고, 장애가 있지만 홀몸노인을 돕는 최덕보(52) 집배원, 35년간 시장에서 노점상을 해 모은 전 재산 4억5000만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한 이복희(69) 할머니같이 선행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이들은 모두 "이렇게 뜻깊은 자리에 오게 돼 영광"이라면서도 "내가 이 자리에 오게 돼 부끄럽다"며 수줍게 웃었다.

회사원 김융기(47)씨는 "나는 단지 아내와 딸 대신 조금 기부한 것뿐이라 부끄럽다"고 했다. 김씨는 올해 1월 불의의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었고, 4월 아프리카 아동을 도와달라며 아내와 딸의 이름으로 유니세프에 2000만원을 기부했다. "아내는 아프리카에 우물 파주는 일을 꼭 돕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죠. 11세 딸은 유니세프에 들어가 봉사하고 싶다고 했고…. 아내와 딸이 하고 싶어 하던 일을 제가 대신 조금이나마 해볼까 하다가 기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는 "훌륭한 분들을 만나뵈니 아내와 딸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다.

26년간 친부모에게서 버려진 아기들을 돌봐 온 김경희(58)씨는 "봉사를 시작한 뒤 중단하지 않아 이렇게 오래하게 된 것일 뿐 특별히 잘했다고 할 만한 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1983년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시작한 자원봉사가 계기가 돼 현재는 홀트아동복지회 전국후원회 회장을 맡고 있다. 26년간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나가 아이들을 돌봤다. 그는 "중증 장애가 있는 아기들도 이름을 불러주고 만져주면 배시시 웃는 걸 보고 '아무리 힘들어도 봉사를 그만둘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윤태순(57)씨와 이병진(59)씨는 청소년을 돕는 나눔 실천자다. 주부인 윤씨는 15년 넘게 비행청소년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윤씨가 만나 지도한 학교 밖 아이들만 1000명 정도 된다. 그는 "2004년 소년원에 봉사활동을 갔는데 '여기 있는 아이 150명이 변하면 우리나라가 밝아지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인천 계산공고 교사로 재직 중인 이씨는 2011년 30년 동안 모은 2억원을 한국구세군에 기부해 어려운 형편의 학생을 돕는 '희망 장학금'을 만들었다. 그는 '희망 장학금'을 만들기 전엔 매년 학년당 1명씩 도와 등록금 등을 몰래 대줬다. 그는 "어려운 아이들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잘 살아줬으면 하는 선생님의 마음일 뿐이지 크게 훌륭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가난한 어르신에게 음식 대접을 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돕는 자선단체 '자비의 집'에서 일하는 최정선(59)씨는 "15년 봉사활동한 걸 가지고 어디 명함을 내밀기가 부끄럽다"며 웃었다. 최씨는 다리에 장애를 갖고 있지만, 1998년부터 홀몸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들을 먹이기 위해 무료급식소에서 쉼 없이 봉사를 해오고 있다. 그는 "30년, 40년 봉사활동을 하신 분들을 뵈니 부끄럽다는 마음이 가장 크다"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나누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