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지급식 펀드 60%, 올 들어 수익률 감소

올 들어 월 지급식 펀드들이 손실을 내고 있다. 최악의 경우 넣어 놓은 목돈보다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적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매달 분배금이 지급되는 월 지급식 펀드는 연금처럼 꼬박꼬박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2011년부터 노후준비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올해 새롭게 설정된 상품만 14개다.

전문가들은 자신이 가입한 월 지급식 펀드를 체크해보고 만약 원금 손실이 계속되고 있다면 월 분배금을 줄이거나 다른 펀드로 갈아타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전략을 변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60%가 지난 6개월간 마이너스 수익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월 지급식 펀드는 대부분 손실을 보고 있다. 설정액이 10억원이 넘는 월 지급식 펀드 53개는 지난 6개월간 -1.5%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체 펀드 중 34개 펀드가 같은 기간 손실을 냈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하나UBS월지급식글로벌이머징국공채증권자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ClassA'가 지난 6개월간 11.7% 손실률을 기록했다. 'KB이머징국공채인컴증권자투자신탁(채권)A-월지급클래스'와 '피델리티월지급식이머징마켓증권자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종류A', 'JP모간월지급이머징국공채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C'는 같은 기간 6~10% 손실을 냈다.

올해 1~2월 목돈을 월 지급식 펀드에 맡기고 매달 수익을 받고 있던 투자자 중에는 이미 원금의 10% 정도를 잃고 수익금이 아닌 원금의 일부를 매달 지급받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신흥국 채권에 투자한 펀드 부진

손실을 많이 낸 월 지급식 펀드를 살펴보면 주로 신흥국 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브라질과 멕시코, 터키를 중심으로 신흥국 채권 가격이 떨어졌기(채권 금리 상승) 때문이다.

이종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출구 전략(불황 때 지나치게 풀어놓은 돈을 거둬들이는 등 정상적인 경제정책으로 돌아오는 것)을 앞두고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난 6개월간 신흥국 채권 가격이 내렸다"며 "이에 따라 신흥국 채권에 투자한 펀드가 대부분 올해 손실을 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월 지급식 펀드 시장 규모는 지난 2년 사이 많이 증가했다. 월 지급식 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2011년 5770억원에서 2년 만에 2조원이 넘어서며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펀드 수는 25개에서 54개로 두 배로 늘었다. 자금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올해 월 지급식 펀드로 3150억원이 순유입됐다.

◇월지급액 줄여서 원금 회복부터

전문가들은 월 지급식 펀드에 가입하기에 앞서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 우선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월 지급식 펀드는 매월 투자원금에 대한 수익금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은퇴 이후 안정적인 이자로 생활을 유지하고자 하는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하지만 주식형인지 채권형인지, 선진국에 투자하는지 신흥국에 투자하는지에 따라 펀드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가입하기 전에 미리 기대 수익률을 계산해보고 월지급액을 넘어서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가입한 월 지급식 펀드가 원금 손실을 보고 있다면, 매달 받는 지급액을 일시적으로 줄여서라도 손실을 만회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월 지급식 펀드에서 발생한 수익금이 월지급액보다 적으면 투자원금에서 돈이 지급되기 때문에 투자원금이 줄어들고, 펀드 수익률이 회복되더라도 손실을 만회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