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워했던 딸 일으켜 세운건 위로 아닌 봉사였지요"

나눔은 도움받는 사람과 나누는 사람이 모두 행복해집니다. 나눔을 통해 막혔던 가족 간 벽이 허물어지고, 상처가 치유됩니다.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것을 타인과 나누며 가족 간 사랑이 돈독해지고 화목해진 사례가 많습니다. 조선일보는 월드비전 등 봉사·구호단체들과 함께 '나눔이 가정을 바꾼다' 기획을 시작합니다.


"네가 사담이구나! 반가워!"

지난 7일 오전 아프리카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차로 4시간 거리인 호이마 지역 키지란품비의 한 가정집이 시끌벅적했다. 이 집에 사는 사담(12)을 5년간 후원한 윤용순(53)씨와 그의 딸 임지영(23)씨가 방문했기 때문이다. 윤씨는 파란색 티셔츠에 녹색 반바지를 입은 사담을 꼭 끌어안았고, 상기된 표정의 사담은 "와줘서 감사해요. 베리 해피(매우 행복하다)"라고 했다.

윤씨는 2008년 우간다 소년 사담과 결연 후원을 맺고, 이번에 처음으로 우간다를 찾았다. 그와 딸 임지영씨는 한국에서 사담을 위해 준비해온 축구공과 노트, 색연필, 운동화를 건네며 사담의 학교생활을 물었다. 사담은 직접 준비한 파인애플 4개와 바나나 2송이를 수줍게 내밀었다.

사실 윤씨와 딸 임씨가 우간다를 찾은 것은 사담을 만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나눔이 윤씨 가정을 바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체험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윤씨는 "큰 금액은 아니지만 나눔을 통해 우리 가정이 바뀌었다"며 "딸 지영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아프리카와 관계가 있어 나눔의 가치를 다시 느껴보기 위해 우간다를 찾았다"고 했다.

딸 임씨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시절 교우 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친구에게 따돌림을 받았고, 하교 후엔 무기력감에 이불 속으로 직행했다. 임씨는 "학교에서 혼이라도 나면 바로 기절해버릴 정도로 힘들었던 시절이었다"며 "서러움에 말도 못 하고 몇 시간째 울기만 한 적도 많다"고 했다.

어머니 윤씨는 딸을 위해 해결책을 찾아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딸과 함께 심리치료를 받고 여행도 다녔지만 별 차도가 없었다. 답답하던 순간 윤씨의 머리에 '나눔'이 떠올랐다. "예전 서울 을지로의 노숙자들에게 간식을 건네는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사실 그 나눔을 하면서 나 자신이 회복된다는 느낌이었죠. 마음이 뿌듯하고 기쁨이 커졌었죠. 그 느낌을 지영이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윤씨는 남편을 설득해 딸과 함께 온 가족이 한 달에 한 번 서울 은평구 은평천사원 장애인들과 한강을 산책하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딸 임씨는 조금씩 기운을 차렸다. 임씨는 "더 큰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내게 삶의 의지를 가르쳐줬다"며 "나 혼자 끙끙 앓는 것이 바보 같아 보였고 나의 삶에 감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8년 윤씨는 월드비전을 통해 결연 후원을 시작했다. 그때 인연을 맺은 게 우간다의 사담이다. 윤씨는 "한 달에 3만원이 큰돈은 아니지만 우간다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된다니 얼마나 기쁜 일이냐"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임씨는 우간다로 의료봉사를 다녀와 어머니 윤씨에게 자주 우간다 이야기를 했고, 모녀는 언젠가 한번 그곳을 방문하겠다고 생각했다. 윤씨는 "딸이 앞으로 해외에서 사회정책학을 전공하고 아프리카에서 직장을 잡고 싶다고 하더라"며 "그동안 후원을 했지만 사담에게 편지 한 통 써주지 못한 게 걸렸는데, 월드비전에서 우간다 결연 아동 가정방문이 있다고 해 고민하지 않고 신청했다"고 했다. 사담을 만난 모녀는 "우리 가족은 나눔을 통해 정신적 행복을 얻었고 예전보다 더 삶에 감사하게 됐다"며 "죽을 때까지 나누며 살겠다"고 했다. 윤씨와 임씨가 이국 땅의 새로운 가족인 사담의 볼에 입을 맞추자, 사담은 해맑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