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8.25 21:28

[이건호 국민은행장 취임 후 첫 인터뷰]

"조급하면 실수하고, 야박하면 다툼 만들고, 지독하면 적을 만들죠
은행 경영은 사람이 중심… 사람 쫓아내는 구조조정 안해
성장보다 리스크 관리에 중점… 은행원 월급이 많다고요? 그런 생각, 난 동의 못해요"

이건호(54) 국민은행장은 지난 23일 본지 인터뷰에서 "은행 경영은 사람이 중심이다. 고객과 은행원이다. 직원들이 일할 맛이 나고, 고객들은 거래할 맛이 나도록 만들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사람을 쫓아내서 비용을 줄이는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보완할 구체적인 수익 진작 방안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5일 취임한 이 행장은 전통적인 은행원의 이미지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작고 동그란 안경테, 포켓치프(양복 상의 주머니에 꽂은 손수건), 회색 계열의 와이셔츠에 무채색 계열 넥타이를 주로 맨다. 무엇보다 양말이 다르다. '양말 패션'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성조기 양말 등에는 못 미치지만, 색색의 줄무늬 양말을 신는다. 그는 "문상을 갈 때만 검은색 양말을 신는다"고 했다.

-은행권의 전반적인 현상이지만, 국민은행의 상반기 수익이 급감했다.

"카자흐스탄 등 기존 해외 투자의 실적 악화에 따른 충당금 적립을 비롯한 일회성 요인이 커서 상반기 수익이 3447억원에 그쳤다. 국민은행이 분기에 3500억원의 수익은 낼 수 있다. 지난해 실적(1조4000억원)보다는 못하지만, 올해도 1조원 수익은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수익 감소에 대한 대책은.

"은행 지점을 24시간 운영한다고 해결될 수 있겠나. 은행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은 예금과 대출의 마진과 수수료 등이다. 마진 축소는 저금리 상황이라 당장 대책을 내기 어렵다. 비이자 수익(각종 수수료 수익 등)을 늘려야 한다는 주문을 많이 받는데, 국내 은행들은 각종 자문료, 수표 발행과 계좌 유지까지 수수료를 받는 외국 은행과는 상황이 다르다.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겠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지난 23일 행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조급하게 눈앞의 성과에 매달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화제가 되고 있는 그의 양말은 이날도 색색의 가로 줄무늬였다.
양말은 그의 힘? -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지난 23일 행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조급하게 눈앞의 성과에 매달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화제가 되고 있는 그의 양말은 이날도 색색의 가로 줄무늬였다. /이명원 기자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검토하겠다는 말은 답이 아닌 것 같다.

"실수를 줄이겠다. 리스크(위험) 관리를 강화해서 손실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이다. 내 임기 중에는 건전성을 성장성보다 우선할 것이다. 목표와 숫자를 갖고 있지만, 언론에 공개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사람 중심의 경영을 언급하면서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다. 비용 절감 없이 순익을 늘릴 수 있나.

"락스타(대학생 전용 점포) 등을 포함해서 영업 조직 전반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사람을 쫓아내서 비용을 줄여 수익을 높이는 식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우면 다 같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더 열심히 일해서 이겨내야 한다."

-은행원 월급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은 은행의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할 것 같다. 그러니 봉급을 줄이는 것보다 서비스를 높이는 것이 맞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은행에서 리스크 관리 부행장으로 2년간 일한 것이 전부다. 영업 파트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내가 직접 영업을 해야 한다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나는 은행장이 영업을 잘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조직 내부에 국민은행 출신과 주택은행 출신 간 편 가르기와 갈등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많이 들어 알고 있다. 나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으니 인사든 어떤 경우든 '어디 출신'이라는 고려는 하지 않을 것이다."

-좌우명이 있나.

"세 가지는 하지 말자는 생각을 늘 갖고 산다. '급(急)·박(薄)·독(毒)'이다. 조급하면 실수하게 되고, 야박하면 다툼을 만들게 되고, 지독하면 적을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잘 지키고 사는 것 같다."

-부친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어서 행장에 발탁됐다는 말도 있다.

"아버지는 육사 5기 출신이다. 경리감을 지냈다. 박 전 대통령과 개인적인 큰 친분은 없다고 안다. 예편 후 범양상선 계열사인 범양식품 사장을 오래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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