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內戰으로 무법자 된 학생을 한국式 명상으로 치유"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의 호아킨 로데스노 공립학교 글로리아 뭘러(47) 교장이 보여준 영상 속 학교는 폭동이 일어난 소년원을 방불케 했다. 교사(校舍) 벽면은 갱단(조폭) 소속 학생들이 그려놓은 욕설 그라피티(graffiti)로 도배돼 있다. 폭력에 무감각한 상급생들 때문에 저학년 아이들이 떨고, 수시로 경찰이 학교에 출동한다. 마리화나에 취한 학생들에게 기가 눌린 교사들은 눈치를 보며 수업하는 시늉만 한다. 엘살바도르 국영방송이 2년 전 촬영한 모습이다.

하지만 한국 교육부의 지원으로 2012년 학교에 뇌교육 프로그램이 도입되며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한국 교육 원조에 대한 성과 발표를 위해 방한한 뭘러 교장은 "엘살바도르는 오랜 내전으로 경제와 치안이 무너졌고, 꿈을 잃은 아이들은 마약에 절거나 갱단에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지만 한국의 도움으로 새로운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엘살바도르에 도입된 뇌교육은 한국 교육부 주관으로 글로벌사이버대 뇌교육융합연구소(소장 하태민)가 만든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의 인성 함양과 학습력 증진에 중심을 둔 새로운 교육 방식이다. 지난해부터 호아킨 로데스노 학생들은 1주일에 45분씩 명상을 비롯해 단전호흡, 기(氣)체조 등의 뇌교육을 받았다. 뭘러 교장은 한국에서 파견된 뇌교육 교사와 함께 아이들이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스트레칭처럼 뇌체조를 10분 한 뒤 둘씩 짝을 이뤄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나눕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상상을 해보는 시간이 있고, 메타(meta)인지라고 해서 자기자신을 객관화해 바라보면서 치유하는 훈련을 하지요."

뇌교육이 도입된 후 호아킨 로데스노에선 폭력과 마약이 사라졌다. 2011년 엘살바도르 학업성취도평가에서 평균성적 3.2(만점 10점)로 전국 꼴찌였던 이 학교는 올해는 9.0으로 전국 1위가 됐다. 3~4점대던 문학·과학·사회도 7~8점대로 올랐다.

명상, 기체조 등이 남미 문화권에서는 익숙지 않은 프로그램이라 처음엔 거부감도 컸다고 한다. 지금은 엘살바도르 전국 각지의 교사들이 한국 뇌교육을 배우기 위해 호아킨 로데스노 공립학교를 찾는다.

엘살바도르 교육부도 한껏 고무됐다. 지난 2010년 엘살바도르 UN대표부가 UN본부에서 열린 국제뇌교육세미나에서 한국 뇌교육의 성과를 접했을 때도 그리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호아킨 로데스노의 성과를 본 엘살바도르 교육부는 전국 177개 학교로 한국 뇌교육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전국 모든 학교(1800여개)에 도입을 할 계획이다.

"코카인 중독자 호세(가명·17)는 집에서도 내놓은 아이였죠. 오직 약을 구하기 위해 학교에 왔었어요. 뇌교육을 통해 지금은 마약을 끊고 상급학교 진학을 준비하고 있어요. 한국의 뇌교육이 삶의 희망을 잃었던 아이들을 긍정적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