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집 살 때"… 전국 분양시장 주말에 10萬 몰려

"취득세도 내린다니 이젠 집 살 때가 된 것 같아요."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 있는 텐즈힐아파트 견본주택 전시장. 2015년 서울 왕십리뉴타운 1구역에 들어설 이 아파트를 세심히 살피던 신주란(여·43)씨는 "지금 살고 있는 80㎡ 아파트(서울 월곡동)가 낡아 수년 전부터 집 살 기회를 봐왔는데, 이젠 사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교통 여건도 괜찮고, 만약 입주를 못해도 전세를 주면 될 것 같아 청약하려고요."

지난 23일 서울·경기·충남·울산·전북 등 전국에서 일제히 문을 연 10여개 아파트 견본주택 전시장에 사흘 동안 10만여명이 몰렸다. 텐즈힐 전시장에 1만여명이 다녀갔고, 경기 부천시 래미안 부천 중동아파트에 2만여명, 경기 용인시 풍덕천동 래미안수지 이스트파크에 2만4000여명, 수원시 권선동 수원 아이파크시티 3차에 2만3000여명이 다녀가는 등 견본주택 전시장 대부분이 성황을 이뤘다. 충남 천안 청수 한화꿈에그린 전시장에도 2만여명이 다녀갔다고 분양사무소 측은 말했다. 상반기부터 다시 등장한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도 서울·용인·부천 등 수도권 전시장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하반기 첫 대규모 분양 시장에 이처럼 많은 사람이 몰린 데는 정부의 취득세 인하 방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텐즈힐 단지 84㎡ 아파트 분양가는 5억6000만~6억2000만원선. 취득세가 지금 논의대로 9월부터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2%에서 1%로 세율이 낮아지면 계약자 대부분이 600만원가량을 아낄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중개업자는 "지금으로선 취득세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며 "적어도 프리미엄이 1500만~2000만원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1가구 1주택자에게만 취득세 감면 혜택을 줬으나 앞으로는 이를 다주택자에게도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다주택자들의 발길도 눈에 띄게 늘었다. 텐즈힐아파트 분양사무소 김민미 이사 는 "이전에는 잘 눈에 띄지 않던 다주택자들이 관심을 갖는 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취득세 인하 조치가 얼어붙은 주택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취득세 감면 혜택을 주던 올 3~6월 주택 매매거래량은 36만6164가구로, 감면이 없던 지난해 같은 기간(26만165가구)보다 40.7% 증가했다. 한화건설 송희용 분양소장은 "올해 내로 전용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 집을 사면 5년간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4·1부동산 대책 조치의 기간 종료가 다가오면서 실수요자들이 하나둘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리얼투데이 양지영 리서치팀장은 "이번에 취득세를 영구 인하하면서 주택 거래가 활발해지고 시장이 살아나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주택 구매에 나서기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 가격이 오르면서 돈을 더 보태 내 집 마련을 고려하는 가구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도 분양 시장에 호재(好材)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9월부터는 하반기 분양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11월까지 전국에서 7만775가구가 공급된다. 상반기 청약경쟁률이 최고 379대1에 달하며 흥행에 성공했던 위례신도시에서도 대우건설·현대산업개발·포스코건설 등 대형 업체에서 4000여가구를 쏟아낸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모처럼 활기를 띠는 분양 시장이 정상화 궤도에 오르려면 9월 정기 국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 폐지와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개정안 등 오랫동안 끌어온 시장 활성화 대책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