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그림자 금융, 대부분 개인이 투자… 부실 터져도 '대륙內 태풍' 그칠듯

지난 6월 20일 중국 상하이 은행 간 금리인 시보(Shibor)가 연 13.4%로 폭등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소 시보 금리는 연 2% 정도였고, 높아 봤자 연 4% 선이었다. 연 10%가 넘는 금리가 출현했다는 것은 '돈 가뭄(錢荒)'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금융당국이 '그림자 금융(감독이 느슨한 유사 금융)'을 규제하려고 돈줄을 죄다 보니 일부 은행이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벌어진 일로, 중국의 그림자 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림자 금융'은 은행권 밖에서 은행과 비슷하게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하지만 은행과 같은 엄격한 감독과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 행위를 가리킨다. 중국에선 말 그대로 그림자 은행을 뜻하는 '잉쯔인항(影子銀行)'이라고 불린다. 최근 중국 그림자 금융의 부실 우려가 크지만,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 글로벌 위기까지는 불러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그림자 금융, 10~20%가 부실로 추정

그림자 금융은 주로 부동산 관련 산업이나 기반시설 건설 등에 투자되면서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인플레이션을 불러오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또 대부분 민영 중소기업은 그림자 금융에 의존해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그림자 금융이 부실해질 경우 여기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해 오던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조사기관마다 그 추정 규모가 다른데, 작년 말 기준으로 최소 11조위안에서 30조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53조위안이므로, 가장 많은 경우 GDP의 56%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중 부실 규모는 2조5000억~4조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자 금융의 10~20% 정도가 부실이라는 것이다. 만약 4조위안의 그림자 금융 부실이 터진다면 중국의 GDP를 약 1.26% 낮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자 금융 중 가장 많은 부분은 자산관리상품(Wealth Management Product·理財商品)으로 약 8조~14조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관리상품은 은행과 신탁회사가 합작을 해서 장부 외(外) 거래방식으로 판매한다. 은행이 발행한 자산관리상품을 신탁회사가 팔아 자금을 모집해 오면, 은행은 신탁회사에 신용을 공여하고 신탁회사는 이 자금을 가지고 중소기업 등에 대출을 한다. 이 상품은 장부 외 거래이므로 전통적인 대출이 받는 규제인 대출 한도, 금리 규제 등을 받지 않는다. 신탁회사는 실질적으론 자산관리상품을 이용해,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고수익을 찾는 가정ㆍ개인을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자산관리상품 발행에 따른 자금은 사실상 실물경제로 유입되므로 그 기능은 신규대출과 같고, 차이는 단지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기재가 안 된다는 것뿐이다.

중국에서 자산관리상품과 같은 그림자 금융이 확산된 이유는 금리 규제 때문이다. 예금 금리는 연 3%로 묶여 있어 더 높은 금리를 원하는 개인들이 고금리로 유혹하는 자산관리상품을 찾게 됐고, 거꾸로 중소기업들은 높은 금리에도 대출을 받으려고 신탁회사를 찾으면서 급속하게 확산된 것이다. 여기에 감독 당국의 규제를 피하려는 은행까지 결탁한 모습이다.

◇그림자 금융, 금융위기 촉발시킬까

올해 '중국 그림자 은행의 내막: 중국발 서브프라임 위기의 시작인가'란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장화차오(張化橋) 전 광저우완쑤이(廣州万穗) 소액대출 회사 회장은 중국의 그림자 금융이 붕괴되면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 붕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너무 과장된 얘기다.

중국 그림자 금융의 주요 투자자는 개인들이기 때문이다. 투자자산 가치가 하락할 경우 개인 투자자가 손실을 입고 전국적으로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환매(還買)가 일어나겠지만, 금융회사들이 주요 투자자였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처럼 관련 투자 금융기관들의 연쇄 손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주로 여유 자금인 저축 자금을 투자했기 때문에 신탁 대출을 해준 기업이 부실화될 경우 개인들 저축 자금의 손실에 그칠 것이고, 금융기관들의 자산매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 붕괴는 금융시스템의 마비로 이어졌지만 중국의 자산관리상품 신탁 대출시장이 붕괴될 경우 중국의 가정(家庭)들이 크게 타격을 입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금융시스템 마비보다는 사회와 정치 불안정 문제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비중은 선진국보다는 작은 편

중국의 그림자 금융 자체가 중국 내에서 금융 위기를 촉발시킬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우선 중국의 경제 규모 대비 그림자 금융 비중은 선진국보다는 여전히 작은 편이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 최대 GDP의 56%를 차지하는데, 이는 국제금융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가 2012년 말 낸 '글로벌 그림자 금융 점검 보고서'에서 조사한 주요 20개국 평균(111%)에 못 미친다. 미국(160.1%), 유로지역(175.4%), 영국(476.8%) 등 선진국보다 그 비중이 훨씬 작다.

또 중국의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은행 위주이고, 그림자 금융도 주로 은행의 장부 외 업무로 구성되거나 은행이 신탁회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며 뒤를 봐주는 형태이다. 은행은 부실자산이 10년 전보다 많이 감소한 데다, 은행 부실이 커지더라도 필요하면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구제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난 6월의 돈 가뭄 사태에서 목격했듯이 중국 정부가 그림자 금융을 규제하기 위해 돈줄을 죈다면 자금시장의 수급 불일치가 주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로 인해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어 경제가 침체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은행처럼 예금을 받고 대출해주지만 은행과 달리 감독 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 비(非)은행 금융회사를 가리키거나 이들의 금융 활동을 뜻한다. 이런 비은행 금융회사에서 취급하는 비은행 금융 상품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사(類似) 금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