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 유아용품업체… 180兆 中시장 진출 '러시'

지난달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국제육아용품박람회장의 한국 제품 전시관은 유모차를 끌고 나온 중국의 젊은 엄마들로 북적거렸다. 한국 업체 부스마다 육아용품을 꼼꼼히 살펴보는 중국 엄마들이 길게 줄을 섰다.

행사에 참여한 국내 유아용 식기업체 마더스콘은 나흘간 상담 실적 200여건을 올렸고, 유모차와 카시트를 선보인 유아용품전문업체 쁘레베베도 베이징(北京)·산둥(山東)·광저우(廣州) 등 중국 각 지역의 유통망을 뚫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 육아용품 박람회를 주최하는 베페의 이근표 대표는 "중국 유아용품 시장이 커지면서 최근 1~2년 사이 중국 시장을 노리는 국내 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령메디앙스는 지난 6월 톈진(天津)에 중국법인을 냈고, 작년부터 상하이 유통망을 넓히고 있는 아가방은 올해 유아 화장품 '퓨토'를 중국에 선보였다. 중국에서 밀폐용기 판매에 성공한 락앤락은 얼마 전 자체 개발한 유아 브랜드 '헬로베베'를 중국에 출시, 올해 안에 중국 전역 1800여개 영유아용품점에 입점시킬 계획이다.

◇"180조원 중국 시장을 잡아라"

한국 유아용품업체가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건 중국 유아용품 시장이 매년 7% 이상씩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트라는 중국 영유아용품 시장 규모를 18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지난 30년간 고수해 왔던 '1가구 1자녀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할 경우 시장 규모는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1979년부터 중국 최대 민족인 한족(漢族)을 대상으로 시행해 왔던 '1가구 1자녀 산아제한 정책'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화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돼 오히려 출산을 장려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국내시장에선 한계

지난 몇년간 저출산 때문에 국내 시장이 줄어들어 관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한 이유다. 국내 유아용품 1위 업체인 아가방앤컴퍼니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감소했고, 보령메디앙스는 9억5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업체들마다 신(新)성장의 물꼬를 트기 위해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안전한 아기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도 우리 기업 진출에 호재(好材)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에선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유아 6명이 사망했고, 최근엔 박테리아 분유 파동이 일어났다. 한 유아용품업체 관계자는 "한류(韓流) 덕분에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과거 일본 아기용품을 쓰던 중국 엄마들까지 요즘엔 방사능 걱정 때문에 한국 제품을 선호하면서 국산 유아용품 인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서울 구로구 마리오아울렛 내 아가방컴퍼니는 최근 매장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유아용품 편집숍 '비비하우스'에서도 중국 관광객 한명당 제품을 50여개씩 사 갈 정도로 한국 제품의 인기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