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형펀드 68개 모두 최근 3개월간 손실

비과세 상품으로 은행과 증권사에서 야심 차게 선보였던 재형 펀드가 출발부터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가 현재 원금 손실을 보고 있고 펀드 규모 자체도 매우 작은 편이다.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는 있지만 시중에 나온 재형 펀드 68개 중 1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자투리 펀드'다.

재형 펀드는 지난 3월 연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 또는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자영업자의 재산 형성을 위해 18년 만에 부활했다. 세제 혜택을 보기 위해선 최소 7년 이상 가입을 유지해야 한다.

◇재형 펀드 지난 3개월간 모두 마이너스 수익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재형 펀드 9개는 지난 3개월 동안 모두 마이너스 수익을 내며 평균 4.7% 손실률을 기록했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삼성재형아세안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이 13.2% 손실을 냈다. '삼성재형차이나본토증권자투자신탁 1[주식]'과 '신한BNPP재형좋은아침희망60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은 각각 -10.9%, -4.3% 수익률을 기록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3개월간 국내외 주식형뿐만 아니라 채권형 펀드 모두 평균적으로 4~10% 손실을 낼 정도로 부진했기 때문에 재형 펀드가 상대적으로 더 큰 손실을 낸 것은 아니다"며 "다만 재형 펀드는 다른 펀드로 이동하거나 투자 비중 또는 종목을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세제 혜택을 제외하고는 다른 장기 펀드와 비교해 눈에 띄는 장점이 없다"고 판단했다.

◇설정액 5억 미만 자투리 펀드가 전체의 80%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재형 펀드 수는 68개인 데 비해 설정액은 416억원에 그친다. 설정액이 5억원 미만인 자투리 펀드가 전체의 56개나 되기 때문. 설정액이 1억원이 안 되는 펀드도 39개다.

펀드를 설정하고 1년이 지난 시점에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이거나 설정 1년 이후 1개월 이상 계속해서 5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펀드는 고객 공지를 거쳐 강제 청산할 수 있게 돼 있다. 재형 펀드 중 현재 설정액이 50억원이 넘는 상품은 '한국밸류10년투자재형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 하나뿐이다.

다만 자금은 꾸준히 유입되는 상황이다. 재형 펀드로 지난 1개월간, 3개월간 각각 60억원, 183억원이 순유입됐다.

◇재형 펀드,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재형 펀드에 가입하기에 앞서 가장 큰 걱정은 바로 7년 동안 꾸준히 돈을 부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 내 펀드가 손실을 내는 상황에서 매달 일정 금액을 납입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재형 펀드도 분산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김현주 하나은행 PB팀장은 "주식과 채권시장 상황에 따라 펀드 수익률 흐름이 크게 뒤바뀔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성과로 좋은 펀드를 가늠하기는 어렵다"며 "일단 펀드에 가입하면 펀드 간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 개 펀드에 가입하고 난 후 상황에 따라 펀드별 납입액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법으로 분산 투자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원금 손실 우려가 있는 펀드에 장기 투자를 꺼리는 성향이 커졌다"며 "최소한 7년 동안 가입을 유지해야지 절세 혜택을 볼 수 있는 재형 펀드는 주식형이나 채권형 같은 단일 유형보다는 주식 혼합형으로 가입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